백화점 방역지침 형평성 논란까지 나와
새 거리두기 개편안에 자영업자들 막막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현대백화점그룹의 ‘더현대서울’이 개점과 동시에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하 2층부터 지상 6층까지 8개 층에 달하는 건물이다. 더현대서울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상에서 유명한 식음료매장, 명품존까지 모두 갖춰 코로나19시대에도 불구하고 여의도 랜드마크이자 MZ세대의 핫플레이스로 등극했다.

오픈한지 2주정도 지났지만 더현대서울의 인기는 그칠줄 모르고 있다. SNS상에서도 플로어가이드(Floor guide) 책자를 들고 인증한 게시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고, 기자 주변 지인들도 더현대서울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다.

코로나 시대에 이례적인 오프라인 매장의 성공이지만, 방역당국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더현대서울을 찾는 이들이 많아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커지면서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더현대서울은 이미 누적 방문객 200만명을 돌파, 하루 평균 약 20만명이 방문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전 백화점 한 곳당 하루 평균객(약 10만명)보다 두 배가량 많다. 더현대서울은 매출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백화점 업계 오픈 이래 최대 매출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위 오픈발이라도 더현대서울을 향한 코로나 감염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다. 백화점과 쇼핑몰 등 대형 유통시설이 코로나19의 새로운 확산 경로가 될 수 있어서다. 그동안 백화점은 다른 업종과 달리 이용인원 제한 규제를 적용받지 않았다. 발열 체크, 마스크 필수 착용 등은 요구됐지만 결혼식장처럼 인원을 제한한 적은 없었다.

이러한 감염 우려에 더현대서울은 주말 주차차량 2부제, 2시간 무료주차 중단, 승강기 정원 40% 감축 등 나름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백화점 내부에서도 에스컬레이터 3칸 띄어 타기, 발열 체크 등도 하고 있다. 당분간 대규모 판촉 행사도 벌이지 않고, 인기가 높은 매장 등 주요 혼잡·밀집 매장의 동시 이용 가능 고객수를 30%씩 줄여 거리두기를 강화하고 사전예약시스템 운영을 통해 매장 앞 줄서기도 줄여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백화점을 향한 형평성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촘촘한 규제를 받고 있는 소상공인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더현대서울과 같은 백화점 식당가는 발 디딜 틈 없이 붐비고 있고, 오히려 긴 줄을 서며 입장 순서를 기다리는 이들이 많은 반면,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소규모 식당을 찾는 소비자들은 적다. 여기에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새 개편안은 자영업자들에게 상처만 남겨주고 있다.

관련 커뮤니티에서 한 자영업자는 “30여명의 손님을 받을 수 있었는데 새 개편안에 따라 10명정도만 받을 수 있게 됐다”면서 “이마저도 코로나19 때문에 오지 않아 장사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새 개편안은 1단계부터 시설 면적 6㎡당 1명, 2단계 이상은 8㎡당 1명의 제한을 두고 있다. 이는 과거 3단계(8㎡당 1명) 적용 방식이 2단계에 적용돼 방역 지침이 더 강화돼 자영업자들을 옥죄고만 있다.

서울시는 중대본, 정문가, 관련 단체와 지속적으로 개편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되풀이하고 있다.

물론 더현대서울을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백화점을 향한 형평성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방역 지침과 관련한 형평성 이야기가 지속되면 자영업자들의 한숨, 불만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은 1년을 되짚고, 정부가 모두가 납득할 만한 방역 지침을 만들어내는 게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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