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콘, 올해 경량 전기차 2종 생산 계획···아이폰 생산과 유사한 OEM 방식
‘자동차 하청업체’ 시스템 본격 구축···안전성·노하우 등 애플 ‘니즈’엔 못 미칠 듯
현대차·닛산 등 협상 재개 가능성···르노그룹 “흥미로운 파트너 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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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콘이 애플카 생산 기업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 사진=애플허브 인스타그램

[시사저널e=이창원 기자] ‘애플카’ 생산을 맡게 될 기업에 대한 자동차 업계의 관심이 여전히 뜨겁다. 특히 애플의 아이폰을 조립·생산하는 업체인 대만 기업 ‘폭스콘’이 애플카를 생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며 주목받는 분위기다.

또 애플과의 협력 협상이 불발된 바 있는 현대자동차, 닛산, 폴크스바겐 등 완성차 기업들도 애플카 생산과 관련해 강력하게 부인하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고, 르노그룹의 경우 애플과의 협력 의지까지 내비치고 있어 애플이 최종적으로 어느 기업과 손을 잡게 될지 주목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폭스콘이 애플카 생산 파트너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올해 4분기 경량 전기차 2종을 생산할 예정이라는 폭스콘의 발표 영향이다.

앞서 류양웨이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 모회사) 회장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올해 4분기에 MIH플랫폼(모듈식 제작 플랫폼) 설계를 사용하는 전기차 모델이 2~3개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카 생산과 관련해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폭스콘이 밝힌 전기차 생산 방식은 애플을 염두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올해 1월 중국 완성차 기업인 지리(Geely)와 합작회사를 설립해 자동차 시장 진출 의지를 확인한 폭스콘은 고객사 주문을 받아 완성차, 자동차 부품, 자동차 스마트 제어시스템 등을 제작·납품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같은 방식은 기존 아이폰을 생산하던 OEM(위탁생산) 방식이고, 애플은 완성차 기업들과의 애플카 관련 협상에서도 해당 방식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당시 완성차 기업들은 애플의 OEM 방식의 애플카 생산 요구에 거절 의사를 표했고, 이는 협상 불발의 가장 큰 이유로 꼽히고 있다. 해당 방식으로 애플카가 생산될 경우 완성차 기업들은 ‘하청업체’에 불과하게 돼 세계적 IT기업인 애플과의 협업에 따른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폭스콘은 완성차 기업들과 달리 ‘자동차 하청업체’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구축하고 나서면서, 애플의 구미를 당기고 있는 것이다. 또 아이폰 생산으로 애플과 협력 관계를 맺어왔던 만큼 애플과의 소통·협업 등에도 완성차 기업들보다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도 폭스콘의 강점이다.

다만 애플이 완성차 기업들과의 협업 의지를 밝혀왔던 만큼, 폭스콘과의 협업 가능성은 다소 낮다는 분석도 있다. 당초 애플카 생산과 관련해 완성차 기업들과 접촉했던 이유는 안전성 등 자동차에 대한 특수한 소비자 인식이 존재하고, 애플은 이를 위해 완성차 기업들의 오랜 노하우가 필요했기 때문인데 폭스콘은 이와 같은 애플의 니즈(needs)를 반영할 수 없어 ‘최적의 파트너’가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향후 애플과 완성차 기업들이 애플카 생산 관련 협상을 재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 8일공시를 통해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개발 협력 요청을 받고 있으나, 초기 단계로 결정된 바 없다”며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표면적으로는 애플과의 협상 중단·불발을 확인한 것이지만, 전기차·애플카 등이 아닌 ‘자율주행차량 개발’이라는 한정적이고 모호한 표현을 사용해 주목됐다. 이를 두고 향후 현대차가 애플카 생산 관련 협상 재개를 염두한 표현이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나아가 현대차가 전략적으로 기아에 애플카 생산을 주력하는 구도로 애플과의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분위기다.

애플의 ‘하청업체’는 될 수 없다며 독자노선을 강조했던 닛산, 폴크스바겐 등도 애플의 상황은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완성차 기업들의 경우 이제 막 시작된 전기차·자율주행차 시장의 선점을 위해 애플카 생산을 통한 브랜드 이미지·가치 등의 동반상승 시너지를 쉽사리 포기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완성차 기업들이 애플과의 협상을 중단한 데에는 ‘길들이기 차원’이 존재했고, 협상 재개 시 협상의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적 중단’에 불과했다는 분석도 있다.

한편, 아직까지 애플카 생산 관련 협상이 진행된 바 없는 완성차 기업들과의 협력 가능성도 있다.

실제 루카 데 메어 르노그룹 CEO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열린 르노그룹의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애플카 생산 관련) 애플로부터 연락을 받지는 못했으나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며 “매우 흥미로운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글과의 전기차·자율주행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웨이모 등 기술 협업·투자 등을 강조하면서, 애플카 생산 관련 애플과의 협력 의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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