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시 ‘노선독점’ 논란···국제운항노선 143개 중 32개
‘30년 독점’ 몽골노선 운임, 비행시간 대비 2배 이상···장거리 국제선 인상도 필연적
대한항공“ 통합시 슬롯 점유율은 40% 수준” 강조···공정위, 노선점유율·운임인상제한 조건부 승인 가능성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통합 절차에 속도가 붙으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통합 절차에 속도가 붙으면서, 통합시 독과점 여부, 운임 인상 가능성 등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창원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통합 절차에 속도가 붙고 있는 상황에서 통합 시 항공운임이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두 항공사가 한국 항공의 양축이었던 만큼, 통합될 경우 상당 노선을 독과점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 측은 통합에 따른 운임 상승은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독점에 따라 운임은 필연적으로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과정에서 노선조정 등 독과점 해소 방안을 조건부로 승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관련 전담팀을 구성해 본격적인 심사를 진행 중이다. 심사과정에서 공정위는 노선별 점유율, 주요 공항 슬롯(공항 이착륙 배정 시간) 등 독과점 여부 판단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시 50% 운항 점유율 이상인 노선은 양사 국제운항노선 143개 중 32개이고 인천발 로스엔젤레스, 뉴욕, 시카고, 바르셀로나, 시드니, 팔라우, 프놈펜 등 노선의 점유율은 100%로 집계됐다. 아울러 인천발 호놀룰루, 로마, 푸껫, 델리 등 노선의 점유율도 75%를 넘는 수준이 된다.

해당 노선들은 대한항공이 독점하게 되는 것으로 운임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LCC(저비용항공사)의 경우에도 장거리 노선 운항이 가능한 대형 기종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경쟁이 불가능하다.

실제 대한항공이 단독 운영하는 인천-워싱턴 노선 운임은 아시아나항공과 경쟁하는 인천-뉴욕 노선 운임보다 약 40% 비싸다. 인천에서 워싱턴, 뉴욕 등의 비행거리는 각각 1만1197km, 1만1114km 등이고 소요시간도 비슷한 수준이다.

인천-울란바토르 노선의 경우에도 대한항공은 독점 시 비수기와 성수기에 각각 약 60만원, 약 100만원 등에 항공권을 판매했다. 비행시간(약 3시간 30분) 대비 약 2배 이상 높은 운임으로논란이 돼 왔고, 지난 2019년 노선을 배분 받은 아시아나항공은 약 30만원대의 항공권을 내놓기도 했다.

앞서 한국 정부는 몽골 정부와 지난 1991년 항공협정을 체결한 후 대한항공, 몽골 MIAT항공등은 각 주 6회씩, 총 2976석(대한항공 주 1656석, MIAT항공 주 1320석)씩 운영해 왔다. 이후 2019년 한국 정부는 해당 노선 중 아시아나항공에 주 3회, 833석을 배분했다.

대한항공의 이른바 ‘황금노선’(연 33만명 수요 추산) 독점이 끝나게 됐고, 경쟁관계가 형성되면서 높은 운임, 좌석 부족 등 소비자의 불만은 다소 해소되고 있었다. 하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될 경우 해당 노선에 대한 독점체제로 돌아가게 돼 운임이 약 3년 전으로 회귀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모습 그대로 통합이 이뤄진다면 몽골노선 뿐만 아니라, 북미노선 등의 운임은 무조건 오르게 될 것”이라며 “몽골노선의 경우 30년 가까이 비싼 운임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꿈쩍도 않던 대한항공이었다. 이것이 노선독점의 위험성”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나항공과 경쟁해 왔던 장거리 국제노선의 운임도 비슷한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외항기 운임 등이 고려돼 큰 폭의 인상은 불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분위기 속에 대한항공은 운임 인상 가능성을 일축하는 동시에 통합 시 독과점 등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독과점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노선 점유율보다 슬롯 점유율을 참고해야 하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인천공항 슬롯 점유율은 약 40%로 비교적 낮은 수준이라는 주장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향후 공정위의 판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공정위가 노선 점유율에 중점을 둘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통합은 불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통합은 정부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사안인 만큼, 노선 정리 등을 통한 노선 점유율 조정과 가격인상 제한 등을 조건부로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겠냐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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