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들어 삼성전자 2조5000억원 가까이 순매수
LG화학, SK하이닉스, 삼성SDI 등도 대거 사들여
내년 업황 개선 기대감 반영···밸류에이션 부담은 존재

외국인 투자자가 코스피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와 2차전지 업종의 기업들을 중심으로 순매수에 나선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화학 등 각 업종의 대표주들을 주로 사들이는 모습이었다. 이는 내년 반도체와 2차전지의 업황 회복 기대감에 따른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바이코리아’(Buy Korea)에 나서면서 증시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코스피의 경우 사상 최고치 기록을 연일 경신하는 등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대확산으로 국내 증시를 매몰차게 떠났던 외국인이 이달 들어서 화려하게 귀환한 것이다. 

실제 외국인 투자자는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하루를 제외하고 모든 거래일을 순매수로 나선 상태다. 지난 24일까지 외국인 투자자의 누적 순매수 규모는 7조1421억원으로 올해 월간 기준 가장 큰 순매수를 보이고 있다. 이 기간 개인은 5조9618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기관도 1조원에 가까운 금액을 순매도했다.  

국내 증시로 귀환한 외국인들이 이달 들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삼성전자였다. 외국인은 이 기간 삼성전자를 2조4431억원어치 사들였다. 이는 개인 투자자들이 2조2391억원어치를 순매도한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외국인의 순매수에 힘입은 삼성전자는 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 400조원을 넘기는 등 강세를 보였다.

11월 1~24일 기준. / 표=김은실 디자이너.
11월 1~24일 기준. / 표=김은실 디자이너.

삼성전자에 이은 외국인의 순매수 상위 종목은 LG화학으로 이달에만 1조347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이달 10일과 16일을 제외하곤 모두 LG화학을 사들였다. 이밖에 SK하이닉스와 삼성SDI도 각각 9826억원, 4458억원어치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이 영향에 이들 종목 모두 지난달 말 대비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외국인의 순매수 상위 종목을 살펴보면 반도체와 2차전지 업종에 속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업종 대표주로 꼽히고, LG화학과 삼성SDI는 2차전지 대표주로 분류된다. 국내 시가총액 상위 종목 위주로 사들인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시총 순위 상위에 속한 자동차나 바이오 종목 등이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서 빠진 것을 감안하면 반도체와 2차전지 업종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그만큼 컸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실제 내년 반도체와 2차전지 업황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반도체와 관련해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강점을 지닌 D램의 업황 개선 가능성이 점쳐진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시장은 내년 16.6% 성장할 전망이다. 여기에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따른 반도체 수요 회복 기대도 내년 반도체 업황 개선 요인으로 해석된다.

전기차 배터리로 쓰이는 2차전지 역시 실적 개선 기대감이 높아진 상태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전기차 인프라 확대를 공언하면서 중장기적인 배터리의 수요 확대가 예상되고 있다. 기존의 전망 대비 전기차 보급률이 높아질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여기에 LG화학의 경우엔 최근 미국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에 배터리를 납품하는 계약을 맺는 등 호재마저 겹쳤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외국인들이 사들인 종목들을 살펴보면 반도체와 2차전지 등 대형 성장 기술주 위주였다. 이는 그만큼 해당 업종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앞으로도 주도업종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주목해볼만하다”면서도 “다만 그동안의 주가 상승에 따라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투자에 앞서 유의해야 할 부분이다”라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