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B자산운용, 4차산업·중국 관련 펀드로 국내 주식형 해외펀드 전문 운용사 입지 굳혀
김태우, 미래에셋운용·피델리티 거쳐 2016년 대표 취임···하나금투 리서치와 협업 강화
"정체된 국내주식보다 창업문화에 적극적인 중국·미국 투자가 바람직" 강조
"주식초보자들은 직접 주식거래보다 펀드 가입이 안정적 투자"

김태우 KTB자산운용 대표(가운데)가 이승환 KTB자산운용 멀티에셋투자본부 포트폴리오전략팀장 이사, 권정훈 KTB자산운용 멀티에셋투자본부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태우 KTB자산운용 대표(가운데)가 권정훈 멀티에셋투자본부장(왼쪽)과 이승환 멀티에셋투자본부 포트폴리오전략팀장(오른쪽)과 논의를 하고 있다./사진=KTB자산운용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한국 젊은이들은 공무원을 지향하고 있지만 미국과 중국 젊은이들은 창업을 꿈꾸고 있습니다. 한국보다 미국이나 중국 사회에서 다이내믹함이 느껴집니다. 어느 나라에 투자하는 것이 올바른 판단일까요?”

김태우 KTB자산운용 대표가 시사저널e와 인터뷰에서 밝힌 자신의 철학은 확고했다. 젊은이들이 기득권에 좌절하고 무력감을 느끼고 있는 사회보다는 열정적이고 도전하는 젊은이들이 많고 국가와 사회가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곳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펀드매니저 시절 이름을 날렸던 김 대표는 2016년 KTB자산운용 대표를 맡은 이후 회사를 해외주식형 펀드 분야 1등 회사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대표는 1993년 하나은행에 입행한 이후 2000년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 옮겨 디스커버리 펀드를 운용했다. 이후 2004년 글로벌 운용사인 피델리티가 한국에 진출하면서 그를 영입했고 2007년 10월부터 2014년까지 국내 최대 역외펀드인 ‘피델리티 코리아펀드’의 운용을 맡겼다.

KTB자산운용으로 옮긴 이후에는 2017년 히트상품인 KTB글로벌4차산업1등주펀드를 출시했다. 이를 통해 KTB자산운용은 앞서 2014년 출시한 KTB중국1등주펀드와 더불어 해외주식형 펀드 부문에서 ‘원투펀치’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KTB중국1등주펀드의 경우 이달 6일 기준 누적수익률(A클래스 기준)이 145.23%이고 최근 1년 기준 수익률은 43.14%에 이른다. KTB글로벌4차산업1등주펀드 역시 2017년 설정 이후 수익률은 82.06%, 최근 1년 동안 수익률은 48.2%다. KTB자산운용은 두 펀드 덕분에 올해 해외 주식형펀드 분야 수익률 1위를 굳히고 있다.

특히 두 펀드 모두 KTB자산운용과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의 협업을 통해 출시됐다는 점도 주목할만한 점이다. 종목 선정에서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의 자문을 받고 KTB자산운용이 운용을 맡고 있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 리서치센터와 자산운용사가 손잡은 경우는 많지 않은 듯하다.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랑 손잡은 배경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해외 증시에 투자하는데 국내 대형운용사라도 리서치 부문은 완전히 커버하기 힘들다고 본다. 예를 들어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아무리 중국 투자를 잘한다고 하더라도 홍콩에 리서치 관련 인력은 3~4명 있을 것이다.

하나금융투자 입장에서 보면 종합운용사가 30~40개 되는데 우리 회사를 선택했다. KTB자산운용의 재간접펀드나 간접펀드 관련 역량을 높이 샀다. 사실 테스트베드 형태로 출시했는데 리서치센터와 KTB자산운용의 협업이 서로 상승효과를 나타내서 결과가 좋았다. 서로 윈윈하고 있다.

- KTB글로벌4차산업1등주펀드 수익률이 올해 50%에 육박한다. 특별한 비결을 꼽자면?

우선 내 옆에 있는 이승환 멀티에셋투자본부 포트폴리오전략팀장이나 권정훈 멀티에셋투자본부장 등 우리 직원 한명 한명의 뛰어난 운용역량이 기본바탕이다.

그리고 4차 산업에 대한 강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지금이야 4차산업이 유치원생들도 다 아는 단어가 됐지만 펀드를 출시했던 당시만해도 다보스포럼에서나 나왔지 우리 사회에서는 친숙하지 않았던 단어들이었다. 지금은 4차산업 관련 펀드가 여러 개 출시됐지만 펀드나 ETF에 4차산업 단어를 썼었던 것은 우리가 최초다.

넷플릭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처럼 판을 바꿀 수 있다고 확신이 드는 회사에 흔들림 없이 투자했다. 지나고 보면 쉽게 보일 수 있지만 그동안 주가 출렁임이 적지 않았다. 우리는 확고부동한 믿음을 가지고 장기투자했다. 코로나19사태가 터졌을 때도 흔들리지 않았다. 결국 언택트 시대가 열렸고 누적수익률 1등이 될 수 있었다.

우리와 유사한 4차산업 관련 펀드가 많이 출시됐지만 그들은 조그만 종목들을 샀다 팔았다 하면서 우리만큼 수익률을 내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 시장수익률을 추종하는 패시브 투자보다 특정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액티브 투자를 선호하는 듯하다

액티브펀드와 패시브펀드의 경쟁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지속되어 온 구도였다. 역사적으로 보면 피델리티에도 수만%의 수익률을 낸 전설의 액티브펀드 매니저들이 있다.

다만 시장이 성숙할수록, 시장 참여자가 많을수록 액티브펀드가 시장을 주도하기에는 조금씩 어려워지고 있다. 한국 시장만 하더라도 2000년대를 살펴보면 500%, 1000%씩 수익을 낸 액티브펀드들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그런 일이 재현될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다. 물론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한국 주식시장만 놓고 보면 그런 성향이 있다.

반면 미국처럼 시장이 크다면 수많은 종목이 있기에 4차산업펀드처럼 선별적으로 주식을 골라 담는 것이 인덱스펀드보다는 훨씬 더 높은 수익률을 낼 것이라고 본다. 우리가 4차산업펀드를 출시하고 나서 현재 수익률이 80~90%정도 되는데 분명한 것은 나스닥은 우리 펀드수익률만큼 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 해외투자가 특별히 좋은 이유가 있는가. 왜 미국과 중국 투자에 집중하나

중국 칭화대를 가보면 젊은이들이 창업을 꿈꾸고 이를 지원하는 클러스터나 인프라 등도 참 잘 구축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반면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공무원을 꿈꾸거나 대기업 입사를 지향한다.

우리나라도 뒤늦게 창업을 지원한다고 벤처캐피탈 통해 돈을 쏟아붓고 있는데 창업문화가 동반되어야지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대학 나와서 창업하면 취직이 안되어서 창업했냐는 식으로 바라보면 안 된다. 미국이나 중국 주식시장은 다이내믹함이 살아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주식시장은 그 사회의 거울이다. 우리나라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을 살펴보면 카카오랑 네이버 제외하고 다 수십년 전부터 있던 기업들이다. 하지만 중국과 미국은 다르다. 미국만 하더라도 3~4년 전에 잘나가던 엑슨모빌, 존슨앤존슨, 버크셔해서웨이가 중심에서 물러나고 아마존, 페이스북 등이 주류로 떠올랐다.

주식시장은 생태계처럼 탄생과 성장과 퇴화(엑시트)가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 생태계는 사이클이 정체되어 버렸다. 그것이 가장 큰 문제이고 한국의 성장동력이 멈추는 원인이 되고 있다.

-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도 근무했고 피델리티에서도 10년 넘게 재직했다. 국내 운용사와 외국 운용사 사이에도 차이가 있는가

잘하고 열심히 하겠다는 그 열정과 개인적인 역량에는 차이가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정말 혼신을 다해서 열심히 하고 외국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투자운용을 담당하는 매니저가 잘할 수 있도록 서포트해주는 기능적인 면에서 국내와 외국운용사는 많은 차이가 있다. 피델리티에서 근무할 당시 2000조원을 운용하는데 펀드매니저는 달랑 190명밖에 없었다. 우리나라는 업계 최상위권 자산운용사들도 직원들이 300~400명 되고 그 가운데 펀드매니저가 100명이 넘고 이들이 30조~40조원 규모를 운용한다. 1인당 운용규모가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 셈이다.

피델리티에서는 펀드매니저에게 리서치라던가 전산이라던가 이런 서포트 부문에서 전사적으로 굉장히 많이 투자한다. 피델리티 입사 당시 HR헤드가 말하기를 해마다 2000억원을 투자했다고 알려줬다. 우리나라 은행들도 전산에 1년에 5000억원 정도 투자한다고 이야기해줬더니 HR헤드가 피델리티 2000억원은 하드웨어 구입비를 뺀 수치라고 답했다. 순수 연구개발로만 2000억원을 투자한다는 이야기였다. 당시 IBM보다도 투자가 많았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대형 자산운용사가 노트북이랑 PC비용, 네트워크 비용 빼고 소프트웨어 연구 및 구매, 개발인력에 얼마를 쓸까 생각해보면 5억이나 쓸지 모르겠다.

- 최근 주린이라는 단어도 널리 퍼졌을 정도로 주식투자 열풍이다. 주식투자에 직접 뛰어드는 이들이 많은데 꼭 펀드에 가입할 필요가 있을까

1%대 은행 금리에 의존해서 생활할 수는 없다. 주식을 해야 한다. 지금은 유동성 때문에 글로벌 증시가 많이 상승하고 있어 이득을 본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주식투자는 실적을 정확히 파악하고 분석을 하고 투자 및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는 많은 시간과 전문성이 필요한 부분이다.

시장규모에 비해 참여자가 많아질수록 정보를 독점하기가 쉽지 않고 남들보다 먼저 종목을 선점해 사기는 쉽지 않다. 내가 펀드매니저를 처음 시작했던 1995년을 생각해보면 인터넷이 없었기에 석간신문을 누가 먼저 보느냐가 중요한 사안이었다. 지금은 인터넷이 발달해서 전업투자자들이나 개인투자자들이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유럽 미국 증시를 보고 보고서 읽고 증권사 보고서를 보고 하루에 10시간씩 공부한다. 그만큼 정보를 선점하기가 쉽지 않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린이들이 회사를 다니느라 남들이 하는 만큼의 정보도 습득하지 못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월급 받고 일주일 내내 분석하는 PB나 어드바이저 같은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것이 성공확률을 높이는 방법이다. 스트레스도 적게 받고 수명도 늘릴 수 있다. 꼭 우리 회사 펀드를 가입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고 싶다.

KTB자산운용의 4차산업펀드 설정액이 3000억원가량인데 중도환매로 고객들에게 돌려준 돈까지 합치면 7000억원이 넘는다. 제가 중학생 아들과 대학생 딸이 있는데 증여세 내지 않는 2000만원씩 줘 가입시켰다. 현재 수익률이 70%다. 비록 KTB자산운용이 내놓는 펀드는 미국과 중국 등 해외에 투자하지만 수익은 국민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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