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동안 출국 및 여행 자체 자제해야 하는 분위기 조성한 까닭에 비판 더 커
방역 정책 및 관련 메시지 조정 필요성도

강경화 외교부장관. / 사진=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장관. / 사진=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장관의 남편 이일병 교수의 미국여행을 두고 말들이 많습니다. 결국 국정감사장에서 강 장관이 “남편이 말린다고 해서 말려질 사람이 아니다”라고 웃지못할 해명까지 하게 됐는데요. 결국 야당의원들도 “적반하장 식 태도의 추미애 장관보다 낫다”고 하며 일단락되는 분위기입니다.

사실 지금도 매달 1만 명 이상이 미국을 오가고 있다고 합니다. 강 장관의 남편 이 교수의 출국 과정 등은 법적으로도 전혀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고요. 사실 본인이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미국이든 어디든 가는 건 자유고 뭐라고 할 일이 아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논란이 된 것은 여러 요인이 있는데, 가장 큰 것은 그동안 정부가 코로나19와 관련해 국민들에게 보여준 태도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정치적 논란이 있는 집회 차단 문제는 차치하고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정부는 그동안 코로나19 확산을 막아야 한다며 국민들을 상대로 여행을 자제하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많이 해왔습니다. 이와 동시에 국민들의 출국을 사실상 막다시피 하는 강력한 자가격리 조치를 취하고 있죠.

어떤 나라든 상관없이 해외를 다녀온 국민은 2주 동안 자가격리를 해야 합니다. 우리보다 확진자수가 적은 나라를 다녀와도 마찬가지죠. 사실상 이 조치가 국민들을 해외로 나가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오라고 문을 열어도 한국으로 돌아와서 2주 격리를 하는 것이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이로 인해 갑갑함을 느끼는 상태입니다. 확진자수가 한자리수인 나라를 다녀와도 2주 격리를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들도 나오고요.

뿐만 아니라 기업인들도 2주 자가격리로 출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는 상황인데 주요 정부인사의 가족, 그것도 외교부장관의 남편은 해외를 다녀왔다고 하니 여기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정부가 계속해서 국민들에게 코로나19를 예방해야 한다며 여행을 자제시켜 왔다는 점도 강 장관의 남편 미국 여행이 논란이 된 배경 중 하나입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추석연휴 때에도 고향 방문이나 여행 대신 가정에서 가족과 함께 문화생활을 하거나 한적한 근린공원을 가라고 국민들에게 당부한 바 있습니다. 이미 정부의 용어나 메시지 자체가 어디 돌아다니는 것 자체를 문제 있는 행동처럼 여기게 하고 있는데, 주요 정부관료 가족은 여행을 갔다고 하니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있는 것입니다.

코로나19가 워낙 전례 없는 위기이다 보니 정부도 힘든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어쨌든 경제를 돌아가게 하면서 코로나19를 잡아야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니 말입니다. 허나 이번 강 장관 남편 사례를 계기로 해외방문 관련 방역수칙이나 이와 관련한 메시지를 어떤 방향으로 해야 할지 고민해야할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합법과 불법에 대한 사회적 평가도 좀 명확해질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합법인데 비판을 하고 불법이어도 솜방망이 처벌하는 애매한 행태가 한국사회 전반에 퍼져있는데 방역사례만큼은 그 구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아무도 없는 숲속으로 혼자 여행을 가는 것보다 좁고 동네 근린공원을 가라고 하는 것이 방역에 더 도움이 장담할 수 있을까요? 확진자 한 자릿수 대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과 밀집해서 마스크 없이 식사를 하는 감성주점을 다녀온 사람 중 누가 더 감염위험이 높고 격리가 필요할 사람일까요?

이 어렵고 복잡한 물음들에 대한 답을 우리 정부와 사회가 잘 찾아내야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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