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종합검사 결과 한화생명에 기관경고 중징계
삼성생명은 종합검사 이어 ‘삼성생명법’ 개정안까지 부담
코로나19 위기로 보험수익도 악화

삼성생명(왼쪽)과 한화생명 본사. / 사진=연합뉴스
삼성생명(왼쪽)과 한화생명 본사. / 사진=연합뉴스

삼성생명, 한화생명의 경영 위기가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저금리·저성장에 이어 올해 코로나19 위기에까지 시달리는 두 대형 보험사가 최근엔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타깃이 되면서 위기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한화생명에 기관경고 중징계를 내리면서 업계는 당국의 다음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생명도 금감원의 종합검사를 받은 만큼 검사 결과에 관심이 쏠린 것이다. 금감원이 폐지됐던 종합검사를 4년 만에 부활시킨 만큼 내부적으로 결과를 내야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는데, 한화생명이 중징계를 받아 삼성생명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금감원 “한화생명 대주주 거래제한 위반” 중징계

금감원은 지난해 상반기에는 한화생명을, 하반기에는 삼성생명에 대한 종합검사를 실시했다. 검사 결과 금감원은 한화생명이 지난 2015년 본사 건물인 63빌딩에 한화갤러리아 면세점을 입주시키면서 인테리어를 무료로 해준 것을 발견했고, 이를 문제 삼아 대주주 거래 제한 위반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보험업법 제111조에 보험사가 대주주에게 부동산 등 유·무형 자산을 무상으로 제공하거나 정상 가격을 벗어난 가격으로 매매·교환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한화생명이 보험업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한화생명은 갤러리아 면세점의 입주 지원은 특혜가 아니라 업계 관행이라고 설명했지만 결국 중징계를 피하지 못해 고민이 깊어진 모습이다. 앞서 2017년 자살보험금 미지급 건으로 금감원으로부터 기관경고를 받은 바 있어 기관경고가 쌓이고 있는 점이 부담이 된다는 분석이다. 금융회사가 3년 내에 기관경고 3차례를 받으면 일부 영업정지나 영업점 폐쇄 처분까지 받을 수 있다. 

한화생명은 이번 금감원의 제재내용이 확정되면 향후 1년간 신사업 분야에 진출할 수 없게 된다. 제재 수위는 금감원장의 결재와 금융위원회 의결을 통해 확정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한화생명이 디지털 혁신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시도하고 있는 중에 중징계가 나왔다”며 “업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한화생명의 사업 확장에 발목이 잡힌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생명 종합검사 결과에도 관심↑ 

한화생명이 우려한대로 중징계를 받으면서 업계의 관심은 삼성생명으로 쏠리고 있다. 삼성생명도 한화생명과 비슷한 시기에 금감원 검사를 받았을 뿐 아니라 검사 기간이 더 길어 긴장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5월 삼성생명 종합검사 결과에 따른 보고서에서 4건의 경영유의 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보고서에서 금감원은 삼성생명이 손해사정자회사에 보험금 사고조사와 심사 업무를 위탁해 보험금 부지급에 대한 책임을 수탁회사에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보험계약대출 관련 안내를 소홀히 한 점도 문제삼았다.

삼성생명은 금감원만 아니라 정치권의 타킷이 되고 있다.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정치권이 통과시키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의 지분 구조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다. 개정안 통과 시 취득원가 기준으로 삼성전자 주식 8.51%를 보유한 삼성생명은 최대 20조원에 달하는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이 경우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연결된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 

◇삼성·한화생명, 금융자산 처분해 실적 방어 나서기도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금융당국 등의 압박 외에도 저성장에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수익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726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 감소했다. 한화생명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간 83.4% 증가한 1627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급감했기 때문에 올해 순익 증가가 커보이는 상황이다. 2018년 상반기에 한화생명은 3030억원 순이익을 기록했고 2019년 상반기에는 887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작년의 어닝쇼크 실적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생보업계도 비슷한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생보사 전체의 당기순이익은 2조72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6% 감소했다. 특히 업계의 보험영업 순손실은 12조6586억원으로 1년 전보다 8325억원(7%) 커졌다. 반면 생보사들은 금융자산을 처분해 순익을 올렸는데 이 기간 업계의 금융자산 처분 손익은 1년 전보다 9495억원 증가했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도 금융자산 처분을 통해 수익 악화를 막고 있다. 두 회사의 매도가능금융자산처분이익은 상반기에 1조481억원을 기록, 작년 같은 기간보다 7259억원(225.3%) 증가했다. 한화생명의 금융자산처분이익은 작년보다 4490억원, 삼성생명은 2769억원 증가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금리로 인한 역마진 구조로 인해 부진한 실적이 계속되고 있는데 코로나19 위기로 영업이익마저 내기 어려워졌다”며 “금융당국과의 관계 악화도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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