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질원유 처리량서 승패 갈려···본업인 정유에서 실익 키웠다는 점이 고무적

/사진=현대오일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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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일뱅크가 2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현재까지 국내 4대 중유사들 중 2분기 흑자를 기록한 곳은 현대오일뱅크가 유일하다.

30일 현대오일뱅크는 매출 2조5517억원, 영업이익 132억원을 달성했다는 2분기 잠정 연결실적을 공시했다. 유가하락 및 정기보수에 따른 가동률 조정으로 매출은 직전분기 대비 42%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이 5764억원 상승하며 흑자를 나타냈다. 당초 시장에서 약 700억원대 영업손실을 예측한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고무적인 수치다.

앞서 SK이노베이션·에쓰오일 등은 적자폭을 줄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흑자전환에는 실패한 바 있다. 내달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는 GS칼텍스가 적자를 기록하게 될 경우, 국내 4대 중유사들 중 유일하게 2분기 흑자를 달성하게 된다.

‘깜짝실적’이 가능했던 이유로는 정제마진이 마이너스임에도 불구하고 설비 경쟁력과 유연한 운영 등으로 정유업에서 손실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경쟁사들이 정유업에서 기록한 적자를 석화·윤활기유 사업에서 일부 보전한 것과 차별성이 돋보인다”고 강조했다.

가격이 저렴한 초중질원유 처리량에서 승패가 갈렸다. 탈황설비 등 현대오일뱅크 고도화 설비는 업계 최고로 평가된다. 가격은 저렴하나 황 등 불순물이 많아 정제하기 까다로운 초중질원유 투입 비중을 높일 수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2분기 초중질원유 투입 비중을 경쟁사 대비 5~6배 높은 33%까지 확대해 원가를 절감했다.

생산설비도 유연하게 운영, 마진이 양호한 경유 생산에 집중해 수익을 개선한 것도 주효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정유업에서 186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이는 앞서 실적을 발표한 경쟁사의 5~10% 수준에 불과하다.

현대오일뱅크는 하반기 큰 폭의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산유국의 감산조치 연장으로 원유 가격 상승이 예상되고 이동제한 조치 완화로 석유제품 수요가 회복돼 정제마진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주력유종인 남미 산 초중질원유의 경제성이 높아지고 있다. 초중질원유 가격 상승은 중동 산 원유에 비해 더딜 것으로 예상돼 수익성이 배가될 전망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정기보수기간 중 하루 2만배럴 규모의 탈황설비 증설작업을 완료해 초중질원유 추가 투입이 가능해졌다”며 “하반기에는 초중질원유의 경제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석유제품 시황이 개선되면 연간 흑자전환도 노려볼 만 하다”고 시사했다.

한편, △혼합자일렌 제조사업 △카본블랙사업 △상업용 유류터미널사업 등에서도 각각 323억원과 65억원, 4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흑자 전환에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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