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출 구조조정이나 보편 증세 논의 필요성 제기
세법개정안 서 얻을 수 있는 증세 효과 미미

자료=기획재정부,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자료=기획재정부,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타격으로 부가가치세, 법인세 등 각종 세금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납세 유예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은 세법개정안으로는 부족한 세수를 메꿀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세출 구조조정이나 보편 증세를 통해 부족한 세수를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3차 추가경정예산안에는 역대 최대인 11조4000억원 규모의 세입경정(세수 부족 예상분 보충)이 포함됐다. 이는 과거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세입 경정보다 많은 규모다. 올해 1차 추경 때 이미 8000억원의 세입경정을 했던 것까지 더하면 총 12조2000억원의 세입경정이 이뤄진 셈이다.

세목 중에서는 기업의 실적 부진으로 법인세 수입이 지난해보다 18.9% 급감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당초 예상했던 64조3000억원보다 5조8000억원 적은 58조5000억원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 부가가치세 수입은 기존 전망보다 4조1000억원 적은 64조6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이런 가운데 올해 상반기 국세 납세 유예 신청이 지난해보다 28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6일 국세청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까지 ‘기한연장’, ‘징수유예’, ‘체납처분유예’ 등 납세유예 건수는 총 578만915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0만6054건의 28.1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납세유예 금액은 6월까지 23조121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조5232억원의 6.6배였다. 납세유예는 사업 위기나 재해 등으로 세금을 내기가 어려운 납세자에게 일정 담보 등을 조건으로 최대 9개월간 세금 납부를 연기해 주는 제도다.

세수 구멍이 점차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지난 22일 내놓은 ‘2020년 세법 개정안’은 세수 확보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개정안에는 초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을 올리고 연 5000만원이 넘는 주식투자 이익에 세금을 부과하기로 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연매출 4800만원까지 적용되던 간이과세자 기준을 8000만원까지 상향했다. 부가가치세 납부면제자 기준도 현행 3000만원에서 48000만원으로 인상된다. 초고소득자 일부에게는 부과하는 세금을 늘린 반면 서민들에게는 오히려 세금의 부담을 덜어줬다.

실제로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이 증세가 아님을 강조했다. 전체적인 세수효과(순액법)은 676억원에 불과해 세수중립적 수준으로 증세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은 코로나19 피해 극복 및 경제 활력 제고에 역점을 두고 마련해 소득세 최고세율을 인상했으니 이는 소득재분배 및 사회적 연대 강화의 일환”이었다며 “또 장기 1주택 보유자, 고령자에 대한 종부세 인상 효과는 크지 않고 조정대상지역 2주택 및 3주택 이상의 경우 세부담이 크게 증가하지만 다주택자는 지난해 기준 전 국민의 0.4%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세금을 더 내게 되는 계층이 고소득 계층이기 때문에 보편적인 증세와는 거리가 멀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이번 세법개정안으로 세금을 더 내게 되는 이들이 극히 소수라고 특히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강조하는 이 부분을 두고 우려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세입경정에도 세수가 부족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 하면서 경제성장률이 더 떨어지면 세수가 더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세금의 사용을 줄이든지 보편적인 증세를 통해 세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 교수는 “기본적으로는 정부 지출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구조에서는 세금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최근에 세법 개정이 있긴 했지만 고소득자 집중되는 형태로는 세금을 걷기가 어렵다. 고소득자들은 기본적으로 세율 자체가 높은데다 추가적으로 징수할 수 있는 부분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법개정안은 다음 달 12일까지 세법개정안 입법예고를 진행한 뒤 다음 달 25일 국무회의를 거치게 된다. 9월 3일 이전까지 정기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이후 국회 조세소위 등의 법안 심사를 통해 본회의 의결이 완료되면 법적으로 효력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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