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 나주부영CC 40만㎡ 한전공대 부지 기증 완료
기증 후 잔여 부지에 5300가구 공급 추진
나주시에 ‘체육용지→주거용지’ 용도변경 신청
지역사회, 공급과잉·특혜시비 우려 커져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부영그룹이 전남 나주 지역 사회로부터 눈총을 받는 분위기다. 부영은 ‘광주·전남 혁신도시’ 내 800억원에 달하는 나주부영CC 골프장 부지 절반을 기부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잔여 부지에 5000가구 규모 아파트를 짓겠다고 나서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혁신도시 내 입주·분양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로 수천가구의 아파트 공급하는 것은 과잉공급을 초래함은 물론 과도한 특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부영그룹은 최근 학교법인 한전공대에 감정가격 806억원 상당의 나주부영CC 부지 기증을 완료했다. 앞서 부영그룹은 지난해 8월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광주·전남 혁신도시 내에 있는 나주부영CC 전체 부지 75만㎡ 중 40만㎡를 한정공대에 학교 설립 부지로 기증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한전공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 후보 당시 광주·전남 지역 공약 중 하나로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특화 인재 양성을 위해 추진되는 대학교다. 지난해 1월 나주부영CC 일원이 설립 부지로 선정됐다.

◇나주부영CC 부지에 5300가구 공급···나주시에 ‘체육용지→주거용지’ 변경 신청

논란은 부영이 기증하고 남은 나주부영CC 부지(35만㎡)에 아파트를 짓겠다고 나서면서 불거졌다. 부영은 현재 용도지구와 지구단위계획 조정을 위한 도시관리계획 변경안을 관할 지자체인 나주시청에 제출한 상태다. 체육시설 부지인 골프장을 주거용지로 용도지구를 변경하고,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을 높이는 지구단위계획 변경이 주 목적이다.

나주시청이 부영의 제안을 받아들이기엔 지역 여론이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부영이 한전공대 설립을 위해 골프장 절반을 내준 대신 반대 급부로 나주시에 과도한 특혜를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당초 한전공대 설립에 사활을 걸었던 나주시청은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앞서 부영은 최초 제안서를 통해 나주시에 ‘아파트 5800가구·용적률 199.8%’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나주시는 혁신도시 지구단위계획 수립 당시 확정된 평균 용적률 175%보다 높고 공공기반시설 반영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제안서를 반려했다. 이후 부영그룹은 아파트 단지에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도시계획도로, 단지 내 도로 등을 반영하고 가구 수를 5800가구에서 5300가구로 줄였다. 용적률은 180%로 낮췄지만, 평균 용적률보다 여전히 높은 상태다.

◇혁신도시 내 부영 아파트 비중 39%···“현재 입주·분양률 저조…추가 공급 시 공급과잉 우려 커”

아파트 공급 과잉으로 인한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주민 반발과 시장 충격, 특정 주택건설사에 편중된 주택공급 등의 부작용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현재 지구단위 계획상 혁신도시에 공급 확정된 아파트는 1만7959가구다. 이중 부영주택이 공급했거나 공급예정인 아파트는 6999가구다. 혁신도시 전체 공급예정 물량의 39%에 달한다. 이 같은 공급 물량은 혁신도시 내 아파트 공급 사업에 뛰어든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7개 주택 건설사 중 가장 많다. 향후 나주부영CC에 5300가구가 들어설 경우, 부영이 공급하는 아파트는 전체 공급 물량의 50%를 웃돌 전망이다.

문제는 현재 혁신도시 내 입주·분양률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 3월 기준 분양 아파트에서 임대로 전환된 B3블럭(사랑으로부영2단지) 708가구는 입주률이 50% 미만을 기록했고, B6블럭(사랑으로부영3단지) 1558가구 역시 지난 2017년 12월 입주가 시작됐지만 예상 입주율을 밑돌았다. 올해 9월 입주 예정인 ‘이노시티 애시앙’(1400가구)도 미분양률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영은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최근 분양가 10% 할인과 중도금 대출 무이자, 발코니 확장비 무료, 시스템 에어컨 무상 제공 혜택까지 내걸었다. 이런 가운데 B7블럭(782가구), C6블럭(729가구), C7블럭(797가구)도 분양을 앞두고 있다.

◇부지 개발 시 수천억원 이익 예상···교육·체육·복합시설 등 공공성 기여 확대해야

지역 사회에선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만큼 부영이 공공성 기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부영은 2011년 혁신도시 시행사인 전남개발공사로부터 골프장 부지 75만3586㎡(약 22만7960평)을 451억원에 매입했다. 당시 매입 가격은 3.3㎡당 19만7000원이었지만, 현재 감정가 시세는 3.4배 오른 66만6000여원에 달한다. 부지를 개발에 아파트를 신축할 경우 이익은 수천억원대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부영이 소유한 골프장 자산 가치가 매입 당시보다 배로 상승한 만큼 공공시설을 확대해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혁신도시 내 한 입주민은 “800억원 상당의 부지를 기부하고, 용도변경을 통해 아파트를 짓는다면 분양을 통해 수천억원을 남길 수 있다”며 “이 같은 행위는 사회 통념상 과도한 특혜를 요구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더군다나 혁신도시는 현재 공급과잉으로 입주·분양률 성적이 좋지 않은 편이다”며 “교육·체육·복합시설 등 공공성을 더 확대하는 게 상생하는 방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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