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비공개 간담회 갖고 현 경제 상황 관련 건설적이고 허심탄회한 논의 이뤄져
“협력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마련”

20일 더불어민주당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병관 의원, 위성곤 의원, 백재현 의원, 권태신 한경연 원장,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 서삼석 의원, 맹성규 의원. / 사진=전경련
20일 더불어민주당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병관 의원, 위성곤 의원, 백재현 의원, 권태신 한경연 원장,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 서삼석 의원, 맹성규 의원. / 사진=전경련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과 더불어민주당이 한자리에 모여 경제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전경련 패싱’ 이후 사실상 첫 공식 조우인데 일단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비공개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한경연 원장을 맡고 있는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이 참석했고, 민주당에선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와 백재현·유동수·서삼석·위성곤·맹성규·김병관 의원이 함께했다. 한국 경제의 어려움에 대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전경련에 따르면 해당 간담회는 민주당의 요청으로 열렸다.

얼핏 보면 흔한 정재계 간담회로 보이지만 재계에선 상당히 관심을 끌었던 행사다. 현 정부의 전경련 패싱이 계속되는 가운데 나온 두 집단의 첫 공식 행사이기 때문이다. 한 재계 인사는 “원내수석부대표까지 참석한 이번 행사는 단순한 간담회 이상의 성격을 가진다”며 “전경련과 정부·여당이 함께 머리를 맞댈 수 있을지를 볼 수 있는 바로미터”라고 전했다.

특히 이번 행사에 대해선 전경련 내부에서도 상당히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어 주목된다. 전경련 안팎에 따르면 경제 상황 등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가 오갔음에도 상당히 건설적인 논의가 됐다고 보고 있다. 행사에 참석한 한 재계 인사는 “아무래도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여당으로선 부담스러운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데, 의원들이 상당히 진지하게 경청하고 진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모습이 보였다”며 “나쁘지 않은 첫 조우였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엄밀히 말하면 전경련과 정권의 접촉이 이전에도 있긴 했다. 지난 3월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청와대의 필리프 벨기에 국왕 환영 만찬에 초대됐던 사례다. 하지만 이때는 벨기에 국왕 초청 자체를 전경련이 주도한 측면이 있어 참석하게 된 것일 뿐, 정부의 전경련 패싱이 끝난 것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선 전경련 내에서도 보수적 입장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간담회에 대해 전경련 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온갖 공식 행사에서 전경련을 꾸준히 배제해 왔다. 정권 출범 즈음인 지난 2017년 5월부터 일자리위원회 유관기관 명단에서 제외했고, 이후에도 미국 및 중국 경제사절단 명단이나 청와대 초청 신년회 명단에서 전경련은 제외했다. 심지어 전문 분야인 일본 무역보복 조치와 관련해 대응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도 정부에 외면당하면서 전경련과 정부가 한 배를 탈 수 없음이 확인됐다는 분석마저 나왔다.

하지만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정부와 전경련의 협력적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전경련 인사는 “비공개 내용이라 공개할 순 없지만 현재의 위중한 경제 상황과 관련해 협력하자는 공감대는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경련은 일본 최대 경제단체 게이단렌 등 일본 재계에 탄탄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과 무역전쟁이 이어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정부 입장에서도 전경련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이번 간담회가 전경련 패싱 논란 불식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여당에서도 전경련 패싱과 관련해선 워낙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 재계 인사는 “전경련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여전히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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