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분의 1로 축소한 모형으로 실험…선조위 복원성 0.58m 실험 통해 확인

네덜란드 해양연구소 마린이 제작한 세월호 크기의 약 25분의 1로 축소한 세월호 모형. 선체조사위원회는 마린의 대형 수조에서 외력 실험을 진행한다. / 사진=이용우 기자

세월호 외력설은 지금까지 음모론이었다. 언급조차 어려웠다. 확실한 물증도 없었고 여론의 비판을 받기 쉬운 주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것이 세월호 선체 인양 후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이하 선조위)가 선체조사와 화물조사 등을 통해 세월호 사고가 외력이 아니고선 설명하기 힘들다는 증거를 다수 발견했기 때문이다.

선조위는 차량들의 블랙박스 영상에서 자동차들이 정상적인 선회과정에서 나타날 수 없는 움직임을 보인 것을 확인했다. 보통 선회 가속도의 50배 이상 되는 충격이 가해져야만 움직임을 차량들이 보인 것이다.

특히 배의 안정성을 유지해주는 핀 스태빌라이저는 한계각도보다 두 배가량 많은 51도까지 돌아갔다. 복원성 값(GM)은 0.56~0.58m가 나왔다. 복원성이란 수면에 똑바로 떠 있는 배가 기울어졌다가 원위치로 되돌아오려는 성질을 의미하는데 복원성이 나쁘지 않았던 것이다. 세월호의 급선회와 급격한 기울기를 외력이 아니고서는 사고는 설명이 불가능해지는 수치로 볼 수 있다. 선조위와 유가족에게 외력설은 음모론으로만 취급하고 무시하기엔 뚜렷한 정황들이 너무 많았다.

 

◇ 세월호, 왜 갑자기 기울었을까


선조위와 세월호 유가족들이 네덜란드 해양연구소 ‘마린(MARIN)’을 다시 찾았다. 외력실험이 이번 실험의 주된 목적이다, 마린은 지난 1월과 2월 세월호 자유항주모형실험과 침수실험을 진행한 곳이다. 

선조위와 마린은 이번 실험을 27일부터 29일까지 사흘에 걸쳐 진행한다. 대형 수조(길이 170m, 폭 40m, 깊이 5m)에서 세월호 크기의 약 25분의 1로 축소한 모형배를 사용해 실험한다. 외력 실험은 윈치와 와이어를 세월호에 걸고 수평외력을 가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방법이다.  

 

해양연구서 마린의 대형 수조에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 사진=이용우 기자


이번 실험에서 달라진 점은 선조위가 배의 GM을 하나로 확정했다는 데 있다. 지난 실험에선 GM을 찾기 위해 복원성이 높은 수준에서 복원력이 전혀 없는 0m까지 낮춘 바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숫자도 사고 원인을 밝힐 수 있기 때문에 실험을 진행했던 것이다. 하지만 화물 조사를 통해 이번 실험에서는 GM을 0.58m로 결정하고 실험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GM이 높게 나오면 세월호는 사고 당시의 급격한 기울기와 회전을 보일 수 없게 된다. 세월호의 복원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결국 높은 GM은 선체 요인만으로 사고가 나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조위가 외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세월호는 복원성이 낮아 넘어진 것이 아니다”

실험 첫날인 27일 선조위는 경사우력정(힐링모멘트) 실험을 진행했다. 물 위에 떠있는 모형배에 화물 이동 조건을 넣고 기울기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때 기울기와 화물 이동량 수치가 나오면 GM을 찾을 수 있다. 이번 실험에서도 선조위는 GM이 0.58m라는 점을 다시 확인했다. 4400t·m의 힘이 있어야만 사고 당시처럼 45도로 기울어진 채 유지한다는 것을 확인한 선조위 관계자는 “GM이 0.58에서 2200여톤의 세월호 화물이 2m 이동했을 때 배가 45도 기운 상태가 나온다”며 “선조위가 예상한 GM이 맞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세월호는 지금까지 복원성이 나쁘다고만 여겨졌다. 해양안전심판원에서는 복원성 값을 0.38m로 잡았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에선 42분의 1 크기로 세월호 모형배를 제작해 실험할 때 이 수치를 0.42m, 0.47m 두 개로 사용했다. ‘복원성이 나쁜 배가 조타 실수로 넘어졌다’라는 가설이 그래야만 설명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조위 관계자는 “화물량과 화물 배치 등을 모두 조사하고 나온 GM값이 0.58m 또는 0.56m이다”라며 “지금까지 나온 복원성 값 중에서 사실에 근접한 값”이라고 설명했다. 세월호의 GM이 0.6m에 가깝게 되면 세월호가 사고 당시 선수 각도의 변화를 말하는 선회율(ROT)가 초당 15도씩 바뀌는 비정상적인 급선회와 사고 초기 횡경사(기울기)인 약 50도가 나올 가능성은 낮아진다. 외력 없이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네달란드 마린이 세월호의 25분의 1로 축소해 만든 모형. 외력 실험은 이 모형에 와이어를 걸고 수평으로 당기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 사진=이용우 기자

◇수평 와이어를 통해 세월호 급선회 구현

빅터 페라리 마린 연구원(외력 프로젝트 책임자)는 “마린은 과거에도 외력과 관련해 실험한 경험이 있다”며 “당시 사고들은 파도나 기타 외부 상황이나 다양한 이유들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 세월호의 외력의 힘이 있었다면 얼마만큼의 힘이 필요한지 등을 실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린은 컴퓨터를 이용한 CFD 수치해석을 통해 세월호의 급선회를 가능하게 하는 외력의 크기를 2000여 톤으로 봤다. 다만 마린 세월호 안정성을 유지하는 핀 스태빌라이저가 CFD에서는 260톤 이상의 힘이 가해지면 부러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선조위는 260톤 이상의 외력을 반영할 수 있는지 이번 외력 실험에 적용할 계획이다. 세월호의 핀 스태빌라이저 제조사인 롤스로이드를 방문한 선조위는 51도까지 비정상적으로 비틀린 현상에 어느 정도의 힘이 필요한 지 조만간 롤스로이드를 통해 수치 결과를 받을 예정이다. 선조위는 이 힘이 약 350톤 내외는 필요할 것으로 봤다. 이번 와이어를 이용한 수평 외력 실험은 이 정도의 힘을 통해 구현할 예정이다.

권영빈 선조위 1소위원장은 “외력은 지금까지 음모론의 영역으로만 치부됐지만 선조위는 원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침몰 원인을 규명하려는 것”이라며 “배 자체만으로는 사고가 나기 어렵기 때문에 외력을 가했을 때 사고가 설명이 되는 지 찾기 위한 실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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