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정부 사람도 명분없이 내치지 않아…새 정부 평가할만한 성과 내면 생존 가능"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의 입지에 금호타이어 매각 건이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 회장은 박근혜 정부와 연이 깊다는 이유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꾸준히 교체 대상으로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가 명분없이 전정부 인사를 내쫓지 않고 있다며 결국 이 회장의 경영 능력이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매각 성공과 함께 현정부에서 신경쓰고 있는 매각으로 인한 고용 불안 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지가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산업은행 수장 자리가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적폐 청산을 외치며 개혁적 인물들을 요직에 앉히고 있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 사람을 산업 구조 개혁에 쓰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 회장은 박근혜 전대통령이 후보 시절 캠프에서 금융인 모임을 이끈 것으로 알려지면서 박근혜 정부의 주요 인물로 낙인이 찍혀 있다. 그는 전현직 금융인 1000여명을 이끌고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박 후보 지지선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전정부 사람이란 이유만으로 교체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 금융업계 고위 관계자는 “정해진 임기가 아직 많이 남아 있는데다 굵직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며 “현정부도 무리하게 산업은행 수장 자리를 바꿔 잡음을 발생시키고 싶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리고 지금까지 전정부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칼을 들진 않았다. 결국 (교체를 위한) 명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이 회장의 현안인 금호타이어, 대우건설 등 매각 건이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금호타이어는 문재인 정부의 첫 번째 산업 구조조정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 주목도가 크다. 여기에 지난 25일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은 한 신용평가사와의 면담에서 “그동안 산업이나 기업의 구조조정 문제는 정치공백으로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산업과 기업의 구조조정이 보다 속도감 있고 일관성 있게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구조조정 기조를 설명한 바 있다.

산업은행이 금호타이어에 대해 ‘채권 만기 연장’이라는 강수를 꺼내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풀이도 나온다. 30일 금융 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채권단(주주협의회)은 지난 26일 산업은행 주도로 긴급회의를 열고 다음달 29일 도래하는 1조3000억원 여신 만기를 매각 협상 종료시간인 9월 말까지 3개월간 한시적으로 연장하는 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는 이번 매각 건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더 이상 금호타이어 채권 만기일 연장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단은 상표권 문제로 금호타이어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1월 금호타이어 매각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중국 타이어 제조사 더블스타는 인수 선결 조건으로 ‘금호’ 상표권을 20년동안 사용하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질적 상표권 소유자 중 하나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측이 난색을 표했다. 금호타이어 매각에 공을 들이는 채권단으로선 발목이 잡힌 셈이다.

채권 만기가 연장이 되지 않아 금호타이어가 법정관리가 되면 박 회장의 상황이 어렵게 된다. 특히 담보로 잡혀있는 금호홀딩스 지분 40%가 채권단에 넘어가게 돼 그룹 경영권마저 위태해질 가능성이 높다. 과거 채권단은 금호산업 매각 과정에서 금호타이어 지분에 설정돼 있던 담보권을 해제하고, 옛 금호기업(금호터미널과 합병 뒤 금호홀딩스로 사명 변경) 지분을 새담보로 잡은 바 있다. 결국 채권단은 채권 만기 연장을 토대로 상표권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겠다는 전략을 내보인 것이다.

금호타이어 매각과 더불어 매각으로 인한 고용 불안 문제도 이 회장을 평가하는 잣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 고용 불안정 문제로 금호타이어 매각에 부정적인 목소리를 낸 바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매각 성공의 잣대로 투입자금 회수를 넘어 매각 하는 회사 노동자의 고용 불안 등이 해소되는 지를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며 “이 회장이 정부 정책 기조에 맞게 성과를 낸다면 남은 임기를 채울 여지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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