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산자위·환노위 의견투합…산업부·환경부는 미묘한 온도차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가 석탄화력발전 비중을 줄이려고 양쪽에서 공세를 펼치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에서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BAU)대비 온실가스를 37% 줄이기로 했을 뿐만 아니라 폴크스바겐 게이트로 미세먼지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졌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과 환경노동위원장은 전기사업법 일부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장병완 산업통상자원위원장이 국정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전문가들은 온실가스 배출주범으로 석탄화력발전소를 꼽는다. 국내 주요 발전원별 비중은 석탄화력발전(38.7%), 원자력(31.2%), 가스(19.1%) 순이다. 그런데 지난해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국내 온실가스 배출 요인 중 석탄이 가장 큰 비중인 41%를 차지했다. 석탄화력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25%였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김제남 전 의원이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온실가스 감축 국가목표에 부합하도록 하는 전기사업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당시 전기사업법 제25조 7항에 ‘전력수급 기본계획은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 제42조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국가목표에 부합돼야 한다’는 강행규정을 새로 만들려고 했지만 산업부가 장기적으로 전기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완강히 반대했다. 결국 산자위와 산업부는 원안의 강행규정이 아닌 ‘노력해야 한다’는 표현을 넣는 것으로 타협했다.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은 19대 법안보다 더 수위가 높지만 통과를 기대해볼만 하다. 무엇보다 한국전력공사(한전)가 2014년 상반기 흑자로 돌아서면서 전기료 인상을 완충할만한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폴크스바겐 디젤게이트에서 불거진 미세먼지 논란으로 국민적 경각심도 높다.

◇산자위와 환노위, 한전 영업이익 흑자로 "석탄발전소 규제" 대동단결

여건이 변하면서 산자위와 환노위는 전기사업법 개정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한전의 누적부채가 100조원을 넘어설 만큼 심각해서 법안 발의에 소극적이던 산자위도 태도를 바꿨다. 산자위는 전기사업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장병완 산자위원장이 대표 발의한 전기사업법 개정안에 3당 산자위 간사들이 모두 서명했다.

장병완 산자위원장 안은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발전설비의 설치ㆍ가동을 점차적으로 줄이는 내용을 포함하고 한국전력거래소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발전설비를 통해 생산된 전기의 공급을 제한하는 게 골자다.

장 위원장은 해당 법안을 발의하면서 “현재 정부의 전력수급정책은 낮은 발전원가 등 경제성을 주로 고려하여 국내에 설치ㆍ가동되고 있는 발전설비 중 석탄화력발전이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전력시장과 전력계통도 경제성 원리에 따라 발전원가가 낮은 전기가 우선 공급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제 막 첫발을 뗐다고 봐야 한다. 해당 법안에는 감축 방법과 규모 등 세부내용은 마련되지 않았다. 장 위원장 측은 “복잡한 조문 작업이 남아있다. 이번 법안은 논의를 시작하자는 차원에서 발의한 것”이라며 “경제성만으로 발전원을 선택하던 기존 방식을 바꾸려다보니 다른 법률과 상충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홍영표 환노위원장이 발의한 전기사업법 개정안은 장 위원장 안보다 더 강도가 높다. 아예 전기사업법에 석탄화력발전실비 발전량을 30%로 못박았다. 이에 산자위 안이 좀 더 현실성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 위원장은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정부의 대책은 아직 미흡하다”며 “정부에서 수립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에도 석탄화력발전의 비중을 감축하고 신·재생에너지발전을 확대·보급하기 위한 의지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제성 vs. 환경성…엇갈리는 산업부와 환경부


산업부와 환경부의 입장은 온도차가 있다. 앞서 전기차 정책에서도 비슷한 구도가 펼쳐졌다.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전기차 정책의 경우, 완성차 회사가 있는 나라는 그렇지 않은 나라와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기차 판매비중이 낮은 현대·기아차를 염두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을 보인 18일 서울 송파구 도심이 안개가 낀 듯 뿌옇다. 이날 대기 정체로 미세먼지가 그대로 남아 전국 대부분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높게 나타났다. / 사진=뉴스1
그래서인지 한국 전기차 정책은 노르웨이 등 북유럽의 전기차 국가와는 다르다. 전기차 정책과 관련, 선진국은 내연기관차 세금을 올리고 전기차에 대해선 감세 혜택과 인센티브를 크게 주는 양방향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전기차 정책은 일방향이다, 내연기관차에 세금을 올리지는 않고 않다.

이 같은 온도차는 신재생에너지, 친환경자동차 등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노르웨이 등은 환경이 우선이지만 아직까지 한국은 산업정책적 접근이 더 우세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장병완 의원실 관계자는 "산업부도 석탄화력발전량 감축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한다. 다만 전기료 인상 우려 때문에 조심스러워 한다. 한전이 독점적으로 전기를 사는데, 전기사업법에서 환경, 국민안전에 대한 규정을 어떤 형태로 구현할 것인지가 어렵다"고 말했다. 


전기사업법도 같은 맥락에서 본다면 산업부는 산업정책적 관점에서, 환경부는 환경성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전기사업법에 대한 입장이 미묘하게 엇갈릴 수밖에 없다. 산업부와 환경부 모두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국가목표에는 동의하고 있지만 관점의 차이 때문에 전기사업법 개정을 두고 입장이 어긋난다.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전기료가 인상될 수 있어 산업정책적으로는 부정적이다. 

이에 대해 환경노동연대 관계자는 석탄화력발전소 규제가 시급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중소도시에선 화력발전소가 미세먼지 배출원 비중 1위인데도 정부가 내놓은 미세먼지 특별대책은 미세먼지 총량은 줄이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화력발전소 증설은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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