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주 등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 우세…"단기적 영향에 그칠 것" 의견도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미국 45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에 대해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사진=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45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향후 증권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당선은 국내 증시에는 일단 부정적일 것이란 의견을 내고 있다. 다만 단기적인 영향에 그칠 것이란 의견과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란 상반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공약에 따라 국내 수출주는 어려움이 예상되나 방산, 저유가 관련 주식은 수혜주로 꼽힌다.

◇ 현실이 된 ‘트럼프 리스크’

미국 대선이 예상외의 방향으로 흘렀다. 대선(8일·현지시각) 전날만하더라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우세로 점쳐졌다. 여론조사에서 힐러리 지지율이 트럼프보다 1~6%포인트 앞선 것으로 조사된 까닭이었다. 미국 증시와 유럽 증시도 이를 반영해 일제히 상승 하는 모습을 보였다. 힐러리가 당선될 경우 오바마 미국 대통령 정책을 대부분 승계해 시장이 안정적일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트럼프가 힐러리를 눌렀다. 트럼프는 플로리다와 오하이오 주 등 경합주 대결에서 큰 승리를 거두면서 경쟁자인 힐러리와 격차를 벌렸다. 


트럼프의 당선이 유력해지면서 국내 증시는 충격에 빠지는 모습을 나타냈다. 코스피는 장중 3%대 급락세를 보였고 코스닥은 6%대 폭락해 600선이 힘없이 무너지기도 했다. 장 막판 저가 매수세가 유입하면서 낙폭을 줄인 게 그나마 위안이었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전날보다 2.25%, 3.92% 떨어진채 장을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으로 이런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으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보다 더 큰 충격이 글로벌 금융 시장을 강타할 수 있다”며 “브렉시트때에는 각국 은행 통화정책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었지만 이번 경우에는 이를 기대하기 힘들 수 있다”고 밝혔다.

◇ 트럼프 리스크, 실제적인 영향은


트럼프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트럼프 리스크’라 불리는 이유는 트럼프가 추구하는 정책 탓이다. 트럼프는 미국 제일주의를 내세우며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더불어 미국이 동맹국에 무상으로 군사력을 지원하는 것에 큰 불만을 품고 있다. 일각에선 주한미군 철수까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의 이러한 정책들은 국내 시장을 불안케하는 요인이 된다.

특히 미국으로 수출하는 업종은 타격이 클 전망이다. 트럼프는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주창하면서 자유무역주의로 생길 손실을 피하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전면 재검토와 함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비준 반대를 공언했다. 이미 미국은 반덤핑, 상계관세 부과 등을 통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미국 수출 업종이자 국내 증시의 중심 축인 IT, 철강, 자동차, 기계 등이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주한 미군 철수 가능성도 국내 증시를 불안케 하는 요소다. 국내 증시는 국제정치 영향을 많이 받아왔다. 북한 도발과 관련해서 이미 몇차례 증시가 폭락하는 경험을 해왔다. 주한 미군 철수가 현실화하지 않더라도 트럼프가 한미동맹, 주한 미군 관련 부정적인 언급을 할 때마다 국내 증시가 출렁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와 관련 자주 국방 정책이 강화되면 방위 산업 관련 주식은 수혜를 받을 수 있다.

항공, 유틸리티 업종 등 저유가 관련 종목들도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트럼프는 자국 내 화석연료 생산 확대를 통해 에너지 독립을 주장해 온 까닭이다. 셰일오일 등 원유 생산량을 늘려 석유수출국기구(OPEC)로부터 수입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이 경우 원유 생산량 확대로 유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된 저유가는 미국 셰일 혁명으로 촉발된 영향이 있었다.

일각에선 트럼프 리스크가 단기적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치적인 이슈로 증시가 움직일 경우 대부분 단기적으로 끝난 경우가 많았다”며 “트럼프가 당선됐다고 해서 세계 증시를 강타한 2008년 금융 위기처럼 실제적으로 증시에 미칠만한 요소가 크진 않다. 오히려 시장 공포를 이용한 저가매수 관점에서 대응할 필요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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