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세계 전략]⑤ 동남아, 호치민·자카르타에서 시작하는 ‘항일전’

일본 브랜드 점유율 공고...현대·기아차 신공장 건립으로 돌파구

2016-03-28     박성의 기자
그래픽=시사비즈

미국과 유럽 자동차 시장은 포화 상태다. 중국은 로컬 브랜드와 외산 업체 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글로벌 수위 업체로의 도약을 꿈꾸는 현대·기아차는 성장 가능성이 큰 제3시장을 확보해야 한다. 주목받는 곳은 동남아시아다.

 

일본 완성차사가 동남아 자동차 시장 대부분을 점유한 가운데, 미국과 중국, 한국이 후발주자로 뛰어든 모양새다. 현대·기아차는 베트남에서 판매량을 끌어올리며 선전하고 있지만, 최대시장으로 평가받는 인도네시아 진출이 확정되지 않았다. 동남아 시장이 현대·기아차 성장의 기폭제가 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베트남·인도네시아 시장잠재력 무궁무진

 

전문가들은 동남아시아가 세계 자동차 시장에 새 전장(戰場)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낙후된 교통망 탓에 자동차 보다는 이륜차가 발달했지만, 경제발전에 따라 언제든 자동차 수요가 폭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목받는 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다. 베트남은 동남아 국가들 중 자동차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가장 높은 곳으로 꼽힌다. 베트남 자동차 시장 성장률은 201443.4%, 201555.3%로 해가 지날 때마다 크게 뛰고 있다.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 참여로 경제 성장세가 더 가팔라 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네시아는 25000만명의 인구 대국이다. 무엇보다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자동차 등 제조 산업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인도네시아 언론 자카르타 글로브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자국을 동남아시아 자동차산업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2015년 인도네시아 신차판매대수는 101만 대로 전년대비 16% 성장하며 호조세를 보였다.

 

일본이 꽉 잡은 동남아시아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뛰어넘어야할 장애물이 산적했다. 우선 동남아시아 시장은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80% 이상을 선점하고 있다. 현지에서는 일본 자동차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공고하다. 이 탓에 국산 자동차를 일본 브랜드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절하 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의류사업을 하고 있는 박상민씨는 하노이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브랜드가 일본 도요타다. 차가 탄탄하다는 인식이 있어 중고차 가격도 높은 편이라며 이에 비해 현대·기아차는 중고차 가격부터 낮다. 과거에 비해 도로에서 볼 기회가 늘었지만 아직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진다고 밝혔다.

 

미국 자동차 브랜드 포드도 일본 아성을 넘지 못했다. 포드의 지난해 인도네시아 판매량은 약 6100대다. 전년보다 50% 가까이 실적이 감소하며 시장점유율도 0.6%에 그쳤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포드의 실패를 두고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 최대 내수시장을 보유했지만, 일본이 확실하게 시장을 장악한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포드는 올해 안에 인도네시아 영업거점을 모두 철수할 계획이다.

 

현대·기아차 제2의 도약 위해서는 진출 필수적

 

현대·기아차는 베트남에서 성공적인 항일전(抗日戰)을 펼치고 있다. 소형 해치백 그랜드 i10이 영웅이 됐다. 지난달 업계에 따르면 베트남에서 2013년 말 출시된 그랜드 i10은 지난해 전년 대비 2배 증가한 15873대가 팔리며 출시 2년 만에 1위에 올랐다. 연간 판매 2위에 오른 차량은 기아차의 봉고트럭 K3000이었다.

 

문제는 인도네시아다. 인도네시아는 시장 주도권이 일본에 넘어간 상황이다. 현지 공장 설립 없이는 가격경쟁력으로 맞불을 놓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 사정에 능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기아차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신공장 건설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리해서 진출하기에는 다소 위험이 따를 수 있어 건설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불안정한 인도네시아 경기도 적극적인 시장 진출을 망설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기아차는 달러 대비 인도네시아 루피아 환율이 상승해 인도네시아 차량 수출에 난항을 겪은 바 있다. 다만 올해 이행되는 한국-아세안(ASEAN)간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의정서에 따라 아세안 국가들로 수출되는 민감품목의 관세가 0~5% 인하된다. 한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

 

현대·기아차도 장기적으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제3의 성장동력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지에 자동차 직업기술학교인 드림센터를 건립하는 등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여기에 최근 보아오 포럼 참석 차 중국을 방문 중인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유수프 칼라 인도네시아 부통령을 만나 경제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이 같은 정부의 움직임이 현대·기아차의 본격적인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동남아 지역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 시장 중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이 핵심적인 지역이라며 일본 자동차 회사가 지난 30여 년 동안 독점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아성을 넘기 쉽진 않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미래를 위한 새로운 2차 도약을 위해서는 동남아를 반드시 공략해야한다. 늦은 감이 있지만 다양한 전략차종과 현지공장설립 등의 방안을 강구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