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는 종업원지주회 흔들 수 있을까
임시 주총 D-3...신동주 "구성원 설득 확신" vs 롯데 "신경 안 써"
롯데그룹 경영권 향배와 관련해 중요한 전환점이 될 롯데홀딩스 임시 주주총회와 신격호(94) 총괄회장 성년후견인 관련 재판이 오는 6일과 9일 잇따라 열린다. 특히 신동주(62)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임시 주총을 통해 종업원지주회 내부 흔들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는 싱거운 싸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재계와 롯데그룹 내부는 신동빈(61) 회장이 지난해 8월 주총과 마찬가지로 안정적인 의결권으로 가볍게 승리할 것으로 예측이 지배적이다. 롯데홀딩스는 한국과 일본 롯데의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어 사실상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롯데홀딩스 경영권이 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좌지우지하는 구조에 따라 신동빈 롯데 체제가 계속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 같은 전망과는 달리 주총 소집을 롯데홀딩스 이사진에 요구한 신 전 부회장 측은 승리를 자신하는 분위기다. 신 전 부회장 측 관계자는 "종업원지주회가 내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쳤다면 우리가 승리할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밝혔다. 경영권 향방의 키를 쥐고 있는 종업원지주회 내부에서 신 전 부회장 지지가 우세하다는 주장이다.
◆종업원지주회, 이사장 1인이 의결권 행사...구조상 신동주 승리 불가능
하지만 종업원지주회 의결권은 이사장 1명이 행사한다. 이사장 포함 이사진 4명 모두 롯데홀딩스 경영진이 임명한다. 이들 모두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72) 롯데홀딩스 사장과 가까운 인물로 알려졌다. 쓰쿠다 사장은 신동빈 체제를 적극 지지하는 입장이다. 이런 이유로 이사장이 신 전 부회장 편을 들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한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그토록 중요한 자리에 임명됐다는 자체만으로 현 경영진에 대한 충성심의 방증이라는 얘기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 전 부회장이 재차 주총 소집 요구를 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신 전 부회장 측 관계자는 "구성원 설득 작업이 충분히 됐다는 자신감이 있다. 구성원 내부 지지를 확신하고 있다"며 "그래서 주총 소집을 요구한 것"이라고 전했다.
신 전 부회장은 그동안 130여명 수준인 종업원지주회 내부 구성원들에 대한 설득에 공을 들여왔다. 지난 19일 종업원지주회 소속 직원들에게 1인당 2억5000만엔(한화 약 27억원) 수준의 당근책을 제시한 것도 내부 구성원 설득의 일환이다. 경영권 분쟁 직후부터 꾸준히 창업주인 자신에 대한 신 총괄회장의 지지영상 및 메시지를 공개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신 전 부회장 입장에서는 이번 주총에서 승리하지 못하더라도 이사장 결정에 내부 구성원의 동요 정도는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내부 동요를 발판 삼아 최종적으로 종업원지주회 정관을 변경하겠다는 구상이다. 결과적으로 주총에서 패배하더라도 소기의 목적은 달성할 수 있으리란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롯데그룹은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신동빈 회장이 종업원지주회 구성원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며 내부 동요는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한 관계자는 "주총은 이사회 결정 사항이다. 현 경영진이 신 전 부회장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라며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신 전 부회장이 오직 경영권만을 위해 일본 직원들 설득에만 올인 하는 것 같다. 한국 여론은 이제 신경 쓰지도 않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임시 주총에 이어 9일엔 서울가정법원에선 신 총괄회장 성년후견인 신청사건 2차 심리가 진행된다. 이날 심리에선 신 총괄회장 건강 검진과 관련해 검사 진행 병원과 입원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신 총괄회장의 건강상태는 알츠하이머(치매)를 앓고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알츠하이머 진단의 경우 장기간 관찰이 필요하다는 게 의료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치매의 경우 기억력 자체가 롤러코스터처럼 변동이 심하다. 짧은 시간 관찰만으로는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재판부가 신 총괄회장에 대해 1~2주 동안의 입원을 통한 검사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신감정 결과, 경영권 분쟁 최대 분수령
현재 성년후견인 신청인인 신정숙씨 측과 당사자인 신 총괄회장 측은 검사 병원을 어디로 정할지를 두고 이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양 측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재판부가 직권으로 검사 병원을 결정하게 된다. 검사 결과는 이르면 신 총괄회장 퇴원 직후 재판부에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검사 결과가 외부로 알려지게 될 경우 신동주·신동빈 두 형제 중 한 명은 거센 역풍을 맞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롯데그룹 안팎의 여론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그동안 신 총괄회장 건강상태를 두고 정반대의 입장을 보여 왔다. 이 같은 이유로 양 측 모두 법원의 정신 감정이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재판부는 병원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성년후견인 지정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의견이 엇갈리는 신청 사건의 경우 통상 4~6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수도권 지방법원 한 판사는 "대기업 경영권이 달린 문제인 만큼 재판부가 보통 사건보다 더 신중일 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치매 판단을 받게 될 경우 후견 범위에서 차이가 있을 뿐 성년후견인 지정은 불가피하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이와 달리 신 총괄회장 판단력이 치매가 아닌 단순 인지능력 저하일 경우엔 또 다른 법리 다툼이 예상된다. 신 총괄회장의 인지능력 수준이 '회사 경영'에 적합한 수준인지를 두고 신정숙씨 측과 신 총괄회장 측이 거센 법리 다툼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한 가사 담당 판사는 "경영능력을 어떤 수준의 행위로 볼지는 재판부가 판단할 문제"라고 전했다.
성년후견인 지정이 일단 결정되면 재판부는 후견 범위와 후견인을 결정하게 된다. 후견 범위에 따라 성년후견(전체), 한정후견, 특정후견으로 나뉜다. 후견 범위에 따라 신 총괄회장 후견인은 경영만 후견하거나 경영만 후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후견인은 신정숙씨가 후보로 지정한 신 총괄회장의 네 자녀 이외에도 제3의 인물로 결정될 수도 있다.
성년후견인 개시 결정이 내려지면 법원은 매년 한 차례 후견인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진행한다. 누가 후견인이 되더라도 신 총괄회장 재산은 임의로 사용할 수 없다. 한 법조계 인사는 "보통은 후견인이 피후견인 재산 500만원 이상 쓸 경우엔 법원에 허락을 받도록 돼 있다"며 "신 총괄회장 같은 재벌들의 경우 재판부 재량에 따라 다소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