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아슬란 단종 수순 밟나...300대도 안 팔려

전문가 “그랜저·제네시스와 차별성 없어”

2016-02-03     박성의 기자

 

현대차 대형 세단 '아슬란'. /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기함(旗艦) 아슬란 체면이 말이 아니다. 연이은 판매 부진에 지난달 판매량이 전년 대비 5분의 1수준으로 추락했다. 전년 동월대비 감소율(75.1%)은 현대차 승용 라인업(구형 에쿠스 제외) 중 최고치다.

 

현대차가 정의선 부회장 주도로 제네시스라는 새로운 플래그십 브랜드를 론칭한 상황에서, 아슬란 입지는 누란지위(累卵之危). 현대차는 단종설에 침묵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아슬란이 결국 다른 모델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친다.

 

아슬란 지지부진한 판매량에 개소세 인하효과도  

 

그래프=시사비즈

지난달 아슬란 판매량은 266대다. 전년 동월대비 75.1%, 전월 대비로는 53.2% 급락했다. 지난해 단종설이 불거졌던 10월 판매량은 375대였다.

 

현대차는 지난해 개별소비세(개소세) 인하 정책이 종료되며 발생한 기저효과라고 설명한다. 아슬란을 비롯한 승용차 수요가 지난 연말에 몰리며, 1월 자동차 판매량이 전반적으로 부진했다는 분석이다.

 

아슬란은 개소세 인하 붐이 일었던 지난 연말에도 판매량이 극히 저조했다. 지난해 12월 사양을 더하고 가격은 내린 2016년형 아슬란을 출시하며 반등을 꾀했지만, 12월 판매량은 11월보다 오히려 5% 줄었다.

 

현대차 DH제네시스, 기아차 K7, 한국GM 임팔라 등 동체급 세단들이 대기업 임원인사에 따른 법인수요와 대대적인 판촉, 개소세 인하효과를 등에 업고 판매량을 끌어올린 것과 대비된다.

 

3일 기획재정부는 자동차 경기 부양을 위해 개별소비세 인하정책을 6월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지난해 12월 대목조차 놓친 아슬란이 상반기 반등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현대차 부진한 아슬란에 신형 그랜저 출시일자 앞당겨

 

긴 역사와 두터운 팬층을 자랑하는 모델은, 판매량과 별개로 한 회사의 상징적인 모델로 자리하는 경우가 있다. 즉 판매량이 미미하더라도 앞선 두 가지를 확보할 수 있다면 단종이 아닌 개종 정도의 조처가 이뤄진다.

 

아슬란은 위 세 가지 모두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역사는 3년이 채 되지 않고, 판매량은 그랜저 20분의 1 수준에 그친다. 현대차로서는 최상위 차종으로 아슬란을 내세우기에는 체면이 서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아슬란 포지셔닝(positionig)에 실패했다고 말한다. 즉 한 체급 아래 모델인 그랜저와 한 단계 윗급이 제네시스 사이에서 명확한 차별점을 드러내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올 10월경 6세대 신형 그랜저를 출시할 예정이다. 프로젝트명 IG로 개발 중인 신형 그랜저는 올 연말 출시 예정이었으나 아슬란 판매 감소세가 가팔라 출시일자를 앞당긴 것으로 풀이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아슬란은 현대차 대형 세단의 장점을 섞어놓은 종합선물세트다. 결과적으로 고유의 정체성을 갖는 데 실패했다이미 무너진 아슬란 판매량을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개소세 인하 효과도 지난해를 기점으로 반감돼 판매량 회복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