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재매각한다…현대그룹 추가자구안 확정

현대상선 자산 매각·현정은 회장 사재 출연

2016-02-02     황건강 기자
현대그룹이 현대증권 매각을 포함한 자구계획안을 확정했다 / 사진=뉴스1

현대그룹이 현대상선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현대증권을 재매각하기로 했다.

 

2일 현대그룹과 현대상선 채권단은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회의를 열고 지난 29일 현대그룹이 제출한 현대상선 자구안을 확정했다. 이번 자구안에서는 지난해 매각이 무산된 현대증권 등 금융 3사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대증권은 지난해 1월 오릭스PE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현대증권 매각을 추진했으나 실패했다. 현대증권 지분 9.54%를 보유한 자베즈파트너스와의 투자자 구성 문제로 차질이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오릭스PE가 일본계 자금이기에 진성매각 여부를 의심하는 시선이 많았던 점도 부담이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오릭스PE가 현대증권을 인수후 향후 현대그룹에 되팔 것이라는 파킹딜 논란도 이어지며 매각에 부담이 됐다.

 

결국 오릭스는PE는 지난해 10월19일 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했다. 오릭스PE 측은 현대그룹과 자베즈파트너스 간 이면계약을 계약 해제의 이유로 제시했다. 이면계약에는 '투자자들에게 현대그룹 계열사로부터 연 7.5%의 수익을 100% 보장한다'는 내용이 담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현재 자베즈 파트너스가 보유지분을 모두 매각해 현대증권 매각에 걸림돌이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베즈 파트너스는 지난달 8일 보유중이던 현대증권 지분 전량을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했다.

 

현대증권 지분 매각에 앞서 현대그룹은 현대증권 지분을 담보로 자금을 빌릴 예정이다. 이와 함께 현대아산 지분을 매각해 700억원 가량을 조달할 계획이다.

 

현정은 회장도 300억원 규모의 사재를 출연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은 총 1000억원의 긴급 유동성을 확보할 전망이다. 이 유동성 자금은 올해 4월 만기가 도래하는 1200억원 규모의 공모채 상환에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 벌크전용선사업부와 부산신항만터미널 지분 매각도 추가적으로 진행된다. 해운업황 부진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 충분한 자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더구나 현대상선은 올해 7월에도 공모채 2400억원 가량의 만기를 앞두고 있다.

 

현대상선은 유동성 확보 외에도 수익성 향상을 위한 체질 개선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수익성 저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됐던 용선료인하 협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자구안에서 현대상선은 외국 선주와 용선료 인하 협상을 진행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현대상선 채권단은 채무조정에 최대한 협조할 방침이다. 우선 현대상선이 비협약채권의 채무조정에 대한 동의를 받아오면 출자전환과 만기연장 등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채권단이 비협약채권의 채무조정 동참을 강조하는 이유는 채무 규모 때문이다. 현대상선의 전체 채무는 4조5000억원 가량인데 이중 채권은행들이 보유한 채권은 1조원 규모다. 나머지 3조5000억원은 채권단에 포함되지 않은 금융기관 등이 보유하고 있는 비협약채권이다.

 

채권단은 비협약채권의 동참이 없다면 지원 효과가 없다고 보고 있다. 채권단 결정과 함께 비협약채권자들도 채무조정에 나서지 않는다면 현대상선은 이 금액을 상환해야 한다.

 

이날 회의에 참여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이날 회의에서는 현대그룹의 자구안을 듣는 자리였기에 채무조정이나 지원에 대해서는 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현대상선 비협약채권 조정작업이 선행된 후 지원방안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