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임단협 '성과주의' 쟁점 부각
노조 "당국 압박, 수용 불가"
시중은행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에서 성과주의 도입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은행 노조들은 금융당국의 성과주의 도입 방침이 은행 측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시중은행들은 임단협에서 노조에 개인성과제 등 성과주의 도입을 요구했다. 현재 은행권은 임단협을 진행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임단협에서 '직급별 기본급 상한제(페이밴드)'와 개인성과제 실시를 요구했다.
페이밴드는 정해진 기간 안에 승진을 못할 경우 기본급을 동결하는 제도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입사한 직원부터 적용한 페이밴드를 모든 직원들로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국민은행은 성과평가 시 기존 팀별평가에서 개인평가로 바꾸자고 요구했다. 직무급에 차등을 둬 어려운 업무를 수행한 직원의 성과금을 우대한다는 것이다.
국민은행 노조 관계자는 "승진을 못했다고 기본급을 동결하는 것은 호봉제 폐지를 위한 전 단계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기본급을 중심으로 하는 퇴직금에 영향을 미치고 승진 못한 직원은 퇴직 압박을 받는다"며 "현장 영업점 직원들의 업무는 집단적으로 성과를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인 성과제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측이 임단협에서 당국이 주도하는 개인 성과주의를 우리만 하지 않을 순 없다고 밝혔다. 사측도 당국으로부터 압박을 받는 것 같다"며 "민간은행의 임금 문제까지 정부와 금융당국이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우리은행도 노조에 개인성과제를 요구했다.
우리은행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기존의 지점평가에서 개인평가로 바꾸자고 제안했다"며 "사측의 개인평가 전환 요구 강도가 특히 올해 매우 쎘다"고 밝혔다. 그는 "은행측이 금융위(원장)의 성과주의 도입 정책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NH농협은행도 마찬가지다. NH농협은행 노조 관계자는 "은행측이 임단협에서 성과급제를 요구했다"며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은행권 성과주의 도입 입장을 밝혔다. 은행측도 이에 대한 압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양한 업무와 고객을 대하는 직원들의 성과를 측정할 명확한 기준 자체가 없다"며 "금융산업노조도 개별적으로 성과급제를 협상하지 말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나기상 전국금융산업노조 본부장은 "은행측의 성과주의 도입 요구가 이전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다. 정부가 성과주의 도입을 강행하니깐 은행이 노조에 성과급제 도입 요구를 하는 것"이라며 "노조는 이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 정부는 민간은행에 개입해 개별 노사관계의 자율성을 훼손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3일 "금융공기업에 성과주의를 도입하면 추후 민간 금융사에도 확산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성과주의 제도에서 노사 합의가 필요한 부분은 합의를 통해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이어 "성과주의 문화 확산은 임금을 깎자는 취지가 아니다. 일을 잘하는 사람이 좋은 대우를 받게 하자는 것"이라며 "그래야 금융 종사자들이 전문성을 갖고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