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 "상장 예비심사 곧 청구할 것"
22일 월드타워 상량식 전후 예상
롯데그룹이 예정대로 올해 안에 한국거래소에 호텔롯데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 분쟁을 거치며 역설적으로 그룹 투명성이 높아지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17일 "구체적 일정은 나오지 않았지만 올해 안에 예비심사를 청구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재계에선 호텔롯데의 예비심사 청구 시점을 오는 22일 전후로 보고 있다. 22일은 롯데월드타워 상량식이 예정돼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상량식의 의미에 대해 "공사기간 중 가장 중요한 공정단계 중 하나를 달성했다는 의미"라며 "완공이 임박했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 측은 현재 정관계 주요 인사들에게 초대장을 발송해 놓은 상태다.
롯데는 이 같이 상징적인 날을 전후해 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 대기업 임원은 "월드타워가 롯데의 오랜 꿈이었던 만큼 상량식 날 또 다른 이벤트를 준비하면 홍보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롯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두 사안은 각각 다른 계열사가 추진 중인 사안"이라며 "둘 다 애초 계획대로 진행할 뿐"이라고 의미부여를 경계했다.
신 회장이 약속한 호텔롯데 상장은 최근 여러 우여곡절을 거치다 급진전되고 있다. 당초 보호예수 조항에 따라 신 전 부회장이 사실상 지배하는 광윤사의 동의가 있어야만 상장이 가능했다. 이 문제는 거래소가 보호예수 관련 시행령을 개정하며 해소됐다.
또 롯데는 당초 서울 잠실에 위치한 월드타워점 면세점을 이웃한 롯데월드, 롯데호텔 등과 연계해 중국 관광객을 끌어들이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었다. 그룹의 중요한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구상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면세점 상실로 성장동력을 잃으며 호텔롯데의 기업 가치는 큰 폭 하락했다. 이 때문에 호텔롯데 IPO(기업공개)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끌어들인 뒤 이 자금을 순환출자고리 해소와 지주회사 전환에 사용하려 한 롯데의 계획은 차질이 생기게 됐다.
롯데는 애초 호텔롯데의 기업가치를 10조원 정도로 예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면세점 사수 실패로 기업가치는 큰 폭으로 내려가게 됐다. 롯데는 이런 상황과 무관하게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 중이다.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이후 그룹 지배구조도 빠르게 개선하고 있다. 10월말 기준으로 기존 416개 순환출자고리 중 83.9%인 349개를 해소했다. 여기에 호텔롯데를 시작으로 계열사 상당수를 상장할 계획이다.
그동안 수백개 순환출자고리로 연결된 비상장 계열사들로 주로 구성됐던 롯데그룹이 역설적으로 경영권 분쟁을 거치며 투명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지난 10일 발표한 '재벌의 순환출자현황과 정책적 시사점' 리포트에서 롯데그룹 순환출자구조에 대해 "고리 하나만 해결하면 다수 순환출자가 해소된다는 특징이 있다"며 "남은 67개 순환출자고리도 롯데쇼핑이 보유한 대흥기획 지분을 매각하면 22개가 해소되고 롯데리아 지분을 매각하면 18개가 해소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순환출자 개수가 많을 뿐이지 그룹 지배권 유지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며 “지배주주 의지에 따라 빠른 시일 내에 해소가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신 회장은 지난 4일 사장단 회의에서 "기업 투명성 강화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호텔롯데와 롯데정보통신을 내년에 우선 상장하고 점차 기업공개 비율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9일자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호텔롯데 상장이 내년 상반기에 실현되면 향후 과제로 (일본 제과업체) 롯데의 상장을 검토하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