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진퇴양난 속 기준금리 동결
'과다 가계부채·美 금리 인상 가능성' 탓
한국은행은 10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1.50%로 동결했다. 전문가들은 저금리 정책에 따른 과다 가계부채와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속에서 통화정책이 진퇴양난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부터 올 6월까지 기준금리를 네 차례 내린 후 6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번 금통위 결정은 시장 전망과 일치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내수 경기가 소폭 회복세를 보였고, 다음 주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수 회복세와 한은의 낙관적 경기 인식, 다음주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기준금리 동결의 배경이다"고 말했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기대비 1.3% 늘어 2010년 2분기(1.7%) 후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오는 15∼16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연방기금 금리를 결정한다.
이날 한은은 '통화정책방향' 전문을 통해 국내 경제가 미국 통화정책 변화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국내 경제는 내수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나 대외 경제 여건에 비춰 성장 불확실성이 높다"며 "세계 경제는 미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증대, 신흥시장국의 성장세 약화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주열 총재는 "금통위는 중기적 시각에서 물가안정 기조가 유지되도록 할 것"이라며 "동시에 금융안정에도 유의해 통화정책을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진퇴 양난에 빠진 금리 정책
금융 전문가들은 향후 한은의 금리 정책 방향이 진퇴양난에 빠졌다고 밝혔다. 과다한 가계 부채 때문이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원은 "과다한 부채를 고려하면 이번에 금리를 올렸어야 했다. 그러나 성장률과 물가를 고려하면 금리를 단기적으로 올릴 필요가 없다"며 "부채와 성장률, 물가를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판단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준금리 정책 방향이 진퇴양난에 빠진 것은 금리를 계속 내려 단기적 경기에만 치중했기 때문"이라며 "다음달부터는 성장률과 물가 외에 부채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통화정책을 결정·공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천 경제평론가는 "다음주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사실 한은이 금리를 선제적으로 올려 가계부채를 억제했어야 했다"며 "그러나 금리를 올리면 부채가 있는 가계가 엄청난 타격을 입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로 인해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금리를 올릴 엄두를 못낸다"며 "진퇴양난에 빠졌다"고 밝혔다.
윤 경제평론가는 결국 한국도 미국 금리 인상에 따라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가계부채 때문에 금리를 올릴 수 없지만 미국이 올리면 우리도 울며 겨자먹기로 따라 올릴 수 밖에 없다"며 "이명박 정권 이후 통화정책을 통해 가계부채를 늘려 경기를 유지한 탓에 금리 정책이 진퇴양난에 빠졌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총액은 지난 3분기 말 1166조원을 기록했다.
이준영 기자 lovehope@sisa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