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전기자동차, 이제 미래 아닌 현재”..미래車 현장 가보니

‘2015 국제 미래자동차포럼’...전기버스부터 커넥티드카까지

2015-12-03     박성의 기자

눈보라가 몰아친 3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KINTEX)에서 열린 ‘2015 국제 미래자동차 포럼’ 현장을 찾았다.

한파 탓에 주차장은 한적했다. 전시회장 앞에는 포럼에 참석한 자동차학과 대학생 남녀 다섯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그 옆에는 자동차 장난감을 든 남자아이와 김샘이나씨가 전시회 소책자를 보며 앉아있었다.

김씨는 “아들이 자동차를 정말 좋아한다. 우리나라에 자동차 관련 전시회가 자주 열리는 행사가 아니라 데리고 왔다”며 “자율주행차 등을 직접 접할 기회가 흔치 않다. 어른인 나도 신기한 기술들이 많다고 들었다. 천천히 둘러보고 갈 계획”이라 말했다.

◇ 미래 첨단자동차, 화두는 ‘전기’

전시회장에 들어서자 모형 트랙이 보였다. 전기버스충전 시설을 재현한 부스였다. 부스에서는 모형 전기버스가 트랙을 쉴 틈 없이 돌고 있었다.

모형 전기버스는 한 바퀴를 돌 때마다 트랙 중심부에 멈춰 섰다. 버스가 멈추자 트랙에 설치된 모형충전시설에서 로봇팔이 나왔다.  

BEGINS가 개발한 전기버스 배터리 교체 시현 모습. / 영상=박성의 기자

 

로봇팔이 나오자 버스 상단부가 자동으로 열렸다. 그 뒤 로봇팔이 버스에 탑재된 전기배터리를 빼고, 새 배터리를 집어넣었다. 모형은 휴대폰처럼 전기버스 배터리를 교체하는 충전기술인 ‘BSS(Battery Swapping System) 스테이션’을 재현하고 있었다.

기술을 개발한 BEGINS의 이민선 사원은 “기존 전기버스는 전선을 통해 충전을 해야해 번거로웠다. BSS는 배터리를 활용해 충전시간이 1분 내외로 빠르다”고 설명했다.

BSS는 포항에서 시범사업을 끝내고 내년 상반기 제주 시내버스를 대상으로 상용화에 들어갈 예정이다. 

 

BSS 부스 뒤에는 작은 경상용차 한 대가 전시돼 있었다. 미아전기자동차아시아의 도심형 상용 전기차(미아 전기차)였다.

미아 전기차라는 이름은 낯설다. 다마스를 닮은 차체는 기묘하다. 호기심을 부르는 전기차 모습에 부스 주변이 붐볐다.

미아 전기차는 유럽에서는 대중차다. 2012년 출시 후 1년 반 만에 1600대가 팔렸다. 전기차치고 준수한 판매량이다. 한국에서는 내년 출시를 앞두고 있다. 가격은 2000만원 중반이다.

국내 한 자동차 부품회사에 재직 중인 김진모씨는 “충전압이 220V라 가정에서도 쉽게 보유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한국에 들어온다면 같은 체급의 한국GM 다마스나 라보에 큰 위협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 행사 최고 인기 부스 ‘한국교통대 CCRC’

전시회 부스 중 가장 인기를 끈 곳은 한국교통대학교 ‘CCRC(Connected Car Research Center)’였다.

CCRC는 2013년 한국교통대학교에서 설립된 연구센터다. 커넥티드카 기술을 개발하고 정보통신(IT) 융합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

CCRC는 이번 전시회에 자체 개발한 ▲도로상황 공유 소셜블랙박스 ‘위빙(WEVING)’ ▲교통안전서비스 가상체험 ▲Beacon 기반 스마트 버스 과금 시스템 ▲이륜차 B2X 안전서비스 기술 등을 내놨다. 

한국교통대 학생들이 자체 개발한 교통안전 시뮬레이션 기기를 운영하고 있다. / 사진=박성의 기자

 

돋보인 기술은 위빙이다. 위빙은 블랙박스 화면을 주변 차량에 공유해서 보여주는 기술이다. 관련 프로그램을 설치한 모든 차들이 서로의 블랙박스 영상을 공유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위험상황을 공유하고 도로정체 등을 대비할 수 있다.

B2X 안전서비스는 커넥티드 기술을 활용, 주변 도로 상황 등을 자동으로 인식해 운전자에게 위험상황을 경고해준다.

문철 한국교통대학교 IT융합연구센터 센터장은 “CCRC는 다양한 학과에서 모인 50여명의 학생들이 커넥티카 기술개발에 몰두하고 있다”며 “기술개발의 중점은 안전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국토교통부 등의 지원을 받아 연구를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 정부, ‘자동차 꿈나무’들을 향한 애정 평소에 보여야

전시회에 참여한 이들은 아쉬움도 표했다. 국제 포럼임에도 세계적 자동차 회사들의 참여가 부족했고, 신기술 전시보다는 이미 개발된 상품 전시가 많았다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관람객 박모씨는 “직장에서 시간을 내서 왔는데 비즈니스를 위해 참여한 중소기업체들이 많은 것 같다”며 “글로벌 업체들의 참여가 있었다면 국내 업체들에게 더 큰 동기부여가 됐을 것”이라 말했다.

정부가 단발성의 행사 지원에만 힘쓸 게 아니라 ‘자동차 새싹’들을 향한 관심을 일상에서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포럼에 참여한 자동차 대학원생들은 정부가 자동차관련 학생들을 위한 첨단자동차관련 사이트를 개설하고, 이들 간 소통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웅진 한국교통대 CCRC 학생은 “커넥티트카 관련 분야 연구를 계속하고 싶다.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기술 개발에 관심이 많다”며 “정부가 전시회 등을 후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평소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첨단 자동차기술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학생들이 많다. 정부가 이들을 한 데 모을 수 있는 행사나 인터넷 사이트 등을 운영했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