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 과세 시행 3개월 앞두고 좌초 위기

2015-10-12     유재철 기자
서울 중구 명동 KEB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 사진 / 사진 = 뉴스1

내년으로 예정된 파생상품 양도소득세 과세가 시행 3개월을 앞두고 좌초위기를 맞았다. 2013년 조세정의 실현을 위해 파생상품 소득에도 자본이득세(양도소득세)를 매겨야 한다며 법안을 제출했던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이 2년 연기안을 국회에 냈기 때문이다.

나성린 의원은 지난 6일 파생상품 양도소득 과세시점을 기존 2016년에서 2년 미룬 2018년부터로 하는 내용을 포함한 소득세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나 의원은 법안 제안이유로 “파생상품의 거래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 2016년부터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기로 했지만 국내 파생상품시장이 2011년 이후 여전히 심각한 침체에 빠져 있다”면서 “파생상품 양도소득세 부과 시 국내 파생상품시장의 침체가 고착화 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나 의원이 최초 파생상품 과세안을 국회에 낸 2013년 역시 국내 파생상품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었기에 과세를 연기하면 2018년에도 과세를 장담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주식(현물)시장에 아직 양도소득세가 부과되지 않고 있는 것도 향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나 의원의 당시 과세안을 검토했던 기획재정위원회 김승기 전문위원은 “파생상품은 낮은 세율의 거래세를 과세하고,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는 주식양도차익 전면과세와 연계해 중장기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2004년에도 파생상품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과세하는 법안이 제출됐지만 시장에 미치는 충격 등의 이유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락가락한 파생상품 과세정책에 업계 역시 불만이다. 내년 과세시행에 맞춰 시스템을 정비 중이었는데 과세가 2년 연기되면 원점에서 다시 준비해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세방안이 연기되면  시장활성화 측면에서 좋은 점도 있지만 2년 뒤 다시 시스템을 정비해야하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 선진국이 유가증권과 파생상품시장에 동시에 자본이득세를 부과하고 있는 것도 2년 뒤를 장담하지 못하는 이유다.  우리처럼 파생상품에 먼저 자본이득세를 부과한 나라는 아직 없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부는 파생상품에 대해 거래세를 주장했지만 국회 입법과정에서 소득세를 부과하는 방안으로 수정가결 됐다.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50% 탄력세율과 1년 유예기간도 뒀다”면서 “정부는 기존 방침대로 내년부터 파생상품 양도소득에 대해 과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강경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입법권을 쥐고 있는 국회가 나 의원의 2년 연기안을 통과시킬 경우 정부도 달리 방도가 없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과세가 늦춰질 경우 지나치게 비대해진 파생시장이 현물시장을 흔드는 문제가 지속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