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 사태’, 웃는자와 우는자
전 세계 자동차 업계 신뢰 상실 우려...현대차는 기회 요인 될 수도
폴크스바겐의 배기가스 배출량 조작 파문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현지시각으로 지난 18일 미국 환경보호청(EPA)으로부터 미국 시장에 판매된 폴크스바겐 차량 48만여대에 대한 리콜 명령을 받았다.
국내 증시도 ‘폴크스바겐 스캔들’ 영향권에 진입했다. 우선 단기적으로 국내 지수의 상승세가 제한됐다. 폴크스바겐이 과징금과 리콜, 브랜드 가치 하락 등으로 주가가 폭락하면서 미국과 유럽 증시가 하락해서다.
미국 증시는 22일부터 3거래일 연속으로 하락세다. 다우종합지수는 3거래일 동안 308포인트 하락했고, 나스닥종합지수도 94포인트 떨어졌다. 금리인상 불확실성과 신흥국들의 경기둔화 등 부정적 요인에 폴크스바겐 스캔들이 기름을 부었다.
해외증시 하락에 우리 코스피도 지난 23일 37포인트 하락했다. 다만 하락폭은 제한적이다. 폴크스바겐 스캔들이 알려진 이후 국내 증시는 21일과 23일을 제외하고는 상승세를 회복하려는 모습이다.
폴크스바겐의 악재가 국내 완성차 업체에 호재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증권업계에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단기적으로는 자동차 업종 전반에 악영향을 줄 것은 분명하다. 완성차 시장에서 디젤엔진의 규제부담을 키우고 표시 연비를 낮출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디젤은 가솔린보다 탄소를 14.5% 많이 함유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디젤차량에 환경규제 부담이 더 커지는 것은 물론 신뢰성이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2017년부터 예정된 배기가스 규제와 연비측정법 강화에 디젤엔진 경쟁력이 추락할 전망이다.
디젤엔진 분야에서 폴크스바겐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런데 배기가스 배출량과 연비가 조작에 의한 눈속임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구심은 급속히 번지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유럽에서도 같은 눈속임을 했음을 인정했다. BMW도 기준치 대비 11배 수준의 유해물질이 나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가가 하락했다. 현재 완성차 업계 전체가 의심을 받는 상황이다.
중장기적으로는디젤차 보다는 가솔린차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분에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차는 디젤엔진보다는 가솔린엔진에 강하다. 전세계에서 디젤차 비중이 가장 높은 유럽 시장에서도 현대차의 디젤엔진 비중은 36%에 불과하다.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디젤엔진 차량 비중은 53%에 달한다.
기아차는 폴크스바겐 사태에 상대적으로 이익이 부각될 전망이다. 일단 지난 10일 국내시장에 신형 스포티지를 출시했다. 스포티지는 유럽시장에서도 폴크스바겐의 티구안과 경쟁하던 모델이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주가는 보합중이다. 등락을 반복하는 상황이라 아직 방향성을 단정짓기는 이르다. 21일과 23일 이틀간 주가가 하락했지만 현대차의 경쟁력 문제는 아니다. 중국증시를 비롯한 대외변수와 세계적인 경기침체 등으로 국내지수가 동반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