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가공기술력으로 숨통 틔운다

차량용 강재 강도 높이는 핫스탬핑과 핫프레스포밍

2015-09-08     송준영 기자
사진=포스코

글로벌 공급과잉과 수요산업 침체로 신음하는 철강업계가 가공기술력으로 숨통을 틔우고 있다. 안전성과 경량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완성차 회사들이 고급 공법을 이용한 고강도 철강을 잇따라 채택하고있다. 이에 특수 가공으로 품질을 높인 철강재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오는 15일에 출시하는 스포티지 차량에 핫스탬핑(Hot-Stamping) 공법을 적용했다고 발표했다. 자동차 앞쪽 지붕을 고정하는 A필러, 지붕 가운데를 지지하는 B필러, 필러들과 이어져 지붕을 양면을 받치는 루프레일 부분에 핫스탬핑 소재를 사용했다. 이들 부위는 차량이 충돌하거나 전복될 때 운전자와 탑승자를 보호하는 중요 부위다.

스포티지 경쟁차종인 쌍용자동차 티볼리(2014년 출시)는 A필러, B필러, C필러 등 10개 부위에 쓰이는 철강재를 핫프레스포밍(Hot Press Formimg)으로 가공했다. 쌍용자동차는 이를 통해 충돌시 차체변형을 최소화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들 차종에 적용된 핫스탬핑과 핫프레스포밍은 기본적으로 같은 가공법이다. 통상적으로 핫스탬핑이라 하지만 포스코에서는 핫프레스포밍이라는 이름을 붙여 쓰고 있다.

핫스탬핑과 핫프레스포밍 공법은 1000℃ 고온으로 가열한 강판을 한 번에 프레스로 성형한 뒤 다시 급속 냉각하는 기술이다. 가공성과 성형성을 높이기 위해 철강소재를 가열하고 강성을 높이기 위해 급랭하는 과정을 거친다.

일반적으로 붕소강(Boron steel)을 재료로 사용한다. 붕소강은 일반 철강 소재보다 강도가 높아 얇은 두께에서도 초고도강과 비슷한 강성을 낸다. 하지만 기존에는 성형이 어려워 복잡한 구조물 소재로는 사용할 수 없었다. 이를 고온에서 열성형하는 방법으로 초고장력 강판(600Mpa)보다 2.5배 이상 높은 강성(1500Mpa)을 갖추게 됐다.

또 얇은 두께에서도 강성이 높기 때문에 차량 경량화에 도움이 된다. 핫스탬핑 가공법을 통하면 프레스로 한 번에 성형해 판재를 이어붙이거나 용접할 필요가 없다. 더 가볍고 강해진 것이다.

현대제철은 현대기아자동차 DH제네시스(2013)와 LF소나타(2014)에 핫스탬핑 공법을 적용한 부품을 사용했다. 볼보 XC90(2014)에는 핫스탬핑 공법을 사용한 현대제철 철강재가 40% 들어갔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기존 소재에 비해 강도향상 뿐만 아니라 기존 철강재 대비 25% 경량화 효과도 구현해 적용범위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핫프레스포밍 가공을 통해 만든 고강도 철강재를 폭스바겐, GM, 르노, 닛산, 도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에 납품하고 있다.

특수가공 제품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 것이라 전망된다. 자동차 경량화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강화되는 안전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소재 가공업체 엠에스오토텍 박성용 차장은 화학경제연구원 주최 ‘자동차 경량화 소재 및 기술 컨퍼런스’에서 “미국연방자동차 안전기준(MVSS 216)에 따르면 2013년에는 운전석에 위치한 지붕이 차량중량의 1.5배를 견딜 수 있게 했다”며 “이 규정은 강화 돼 2016년에는 운전석뿐만 아니라 조수석 쪽 천장도 차량중량 3배를 견디게 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가공 설비를 위한 투자비가 높고 아직까지는 생산성이 낮다. 초기 설비투자 비용은 핫스탬핑 가열과 성형공정 라인 설비 구축에 최대 84억원 비용이 든다. 거친 표면을 매끄럽게 만드는 레이저 트리밍 설비 비용 35억원까지 합치면 119억원 비용이 든다.

생산성도 높여야 한다. 가열공정과 성형공정에는 13초밖에 걸리지 않지만 레이저트리밍 공정에 1분이 소요된다. 수초밖에 걸리지 않는 일반 판재 공정에 크게 뒤처진다.

중국산 자동차 강판 수입이 급증해 국내 철강 업체가 설 곳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가공기술을 통해 철강품질을 높이는 것은 필수적 선택이 됐다. 박형근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철강재 가공법을 달리하는 것은 차별적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