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대출 늘자 웃는 프랜차이즈

은행권 프랜차이즈론 급등…위험은 개인사업자에 넘겨

2015-09-03     류혜진 기자
사진-뉴스1

#A씨(서울시 노원구 상계동 거주)는 올해 초 2년 간 다니던 중소기업에서 퇴사했다. 자신의 이름을 딴 커피전문점을 차리려고 바리스타 자격증도 땄다. 그런데 갖고 있는 돈이 4000만원 남짓이었다.

청년창업전용자금 지원을 받으려 했으나 카페사업에는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고 했다. 신용보증재단 상담을 받아봤지만 신용도 5등급에 영업이력도 없었다.

B은행 직원은 “그 신용 상태로는 대출이 어렵다. 다만 우리를 주거래은행으로 하는 가맹본부가 많다. 브랜드가치로 낮은 신용도를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발품을 팔아 찾아낸 C은행에서는 대출을 해줄 수는 있다고 했다. 다만 은행 측은 유사한 아이템을 취급하는 가맹점으로 가입할 때 대출금리가 2%P가 낮다고 했다. 대출한도도 1억원이 더 컸다. 인테리어비용을 뺀 가맹비는 6000만원가량이었다. 금리와 한도 차이가 너무 크다는 생각에 A씨는 결국 가맹점 개업으로 계획을 바꿨다.

이런 형태로 늘어나는 중소기업 대출이 실제 가계 부채 규모를 키우고 있다. 영세 개인사업자에게 나간 돈이 중소기업 대출에 포함돼 있다.

지금 그런 소상공인 대출이 불같이 늘고 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과 은행간 활발한 전략적 제휴는 이 대출 증가에 한 몫 했다. 은행은 별도 사업성 심사를 할 필요가 없으니 우대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한도가 큰 이 대출이 자영업 대출 과잉 사태를 빚고 있다.

작년 말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522조4000억원이다. 이중 209조5000억원이 개인사업자 채무다. 올해 상반기 늘어난 중소기업 대출은 31조2000억원으로 이중 43%인 13조4000억원이 자영업자에게 나갔다. 가계대출 잔액이 상반기에 46조원 늘어나면서 불안을 가중시킨 점을 감안하면 간과할 수 없는 규모다.

은행들은 지금 대기업 여신을 축소하고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겠다며 앞다투어 나서고 있다. 하지만 대출이 질이 나빠지는 게 문제다. 작년 1년 간 늘어난 중소기업 대출 35조원 중 10조원이 자영업자 대출이다. 작년 28%였던 자영업자 대출 비중은 올 상반기 2배 가까이 뛰었다. 은행들이 자영업자 대출을 전략적으로 늘리고 있는 셈이다.

특히 '프랜차이즈론'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시중은행의 창업대출 상품은 더욱 불티다. 한 시중은행은 최근 6개월간 두개의 프랜차이즈 관련 상품을 내놨는데 잔액이 2000억원 넘게 급증했다. 1분기 프랜차이즈론 잔액이 250억원대던 농협도 업무협약 업체를 늘리면서 공격적으로 대출을 늘리고 있다.

우리, 신한, 하나 등 시중은행은 관련 상품이 소진되면 다른 이름으로 신상품을 출시한다. 대체로 운전자금과 시설자금을 합해 3~4억을 빌려준다. 우대금리, 고신용, 단기 일시상환 등 최고 조건을 가정한 최저금리는 2~4%대다.

은행에게 프랜차이즈는 좋은 제휴처다.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진흥공단이 신용보증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신용보증서가 없어도 이미 매출액이 높고 상품성이 인정된 곳이라면 복잡한 사업성 심사를 간소화할 수 있다. 개인신용대출 심사에 주력하면 된다.

게다가 프랜차이즈본부와 전략적 제휴를 해 장기 우량고객을 유치할 수도 있다. 본부는 가입자를 은행에 소개한다. 덕분에 결제시스템을 독점하며 카드사용자 가맹점 할인뿐 아니라 유명 브랜드를 기간한정 이벤트에 참여시킬 수도 있다.

가맹본부가 일괄적으로 요구하는 점포 인테리어 변경 비용 대출도 전담한다. 일부 유명 가맹본부는 잦은 인테리어 변경 요구로 논란을 일으켰지만 은행으로선 상관할 바 아니다.

소비 단계에서는 드러나지 않지만 가맹점에 돌아가는 혜택도 있다고 한다.

유명 프랜차이즈 본사 관계자는 "보상금(리베이트)까지 하지는 않는다. 은행 B2B 담당자의 계약유치가 활발해진 건 사실"라고 말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업무협약 조건은 계약사항이라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같은 영세업체 대출이 대다수 변동금리로 나가 향후 금융불안이 온다면 가계부채 문제를 증폭시킬 수 있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은행권 개인사업자 대출의 90%가량이 변동금리상품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프랜차이즈 가맹이 문제는 아니지만 과잉 대출이 우려스럽다. 자영업 성공확률이 높지 않다는 걸 모두가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랜차이즈라면 돈을 쉽게 빌려준다"고 말했다.

그는 "능력이나 사업전망의 실제치를 넘어서는 부채가 많다. 가맹본부는 손해가 없다. 사업실패 부담을 개인이 모두 떠안게 될 것"이라며 "리모델링도 빨리 이루어지도록 대출을 권유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