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기로에 서다 ]① ‘메이드 인 차이나’의 습격

중국 차업체 저비용 내세워 점유율 상승...수입차와 현지 업체 사이에 넛크래킹

2015-08-25     박성의 기자
지난 6월 23일 열린 현대차 충칭공장 기공식. 왼쪽부터 베이징 현대 쉬허이동 사장, 김장수 주중한국대사,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 충칭시 쑨정차이 서기, 충칭시 황치판 시장, 베이징시 장궁 부시장. / 사진 =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기아차가 가속력을 잃고 주춤하고 있다. 일본 차는 엔저에 힘입어 쾌속질주하고 있다. 중국 차는 저비용을 내세워 현대·기아차를 바짝 뒤쫓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멈춰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행히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200원선을 육박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환율 상승세에 힘입어 가격경쟁력과 수익성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시장점유율도 반등하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하반기 다시 질주할 수 있을 지 여부는 3대 변수에 달렸다. 중국 실적,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디젤이 그것이다. 이에 3가지 변수에 기초해 현대·기아차에 직면한 위기와 과제를 분석·제시한다. [편집자주]

중국은 세계 자동차 산업의 린치핀(Linchpin : 수레바퀴의 중심축)이다. 인구 13억명 시장은 웬만한 국가 10개와 맞먹는다. 세계 자동차 업계가 중국 시장 공략에 집중하는 이유다.

현대·기아차도 예외는 아니다. 현대·기아차는 한국보다 중국에서 더 많은 매출을 거둔 지 오래다. 중국 시장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중국 내 시장 경쟁이 과거 어느 때보다 치열해지고 있다. 내수 시장이 침체되자 차값을 30% 이상 할인하는 등 수입차 간에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대·기아차도 시장점유율 하락을 못견디고 차값 할인에 나섰다. 상반기 중국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 줄었다.

중국 자동차 업체까지 치고 올라오고 있다. 현지 업체가 무섭게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이 탓에 현대·기아차가 유럽·일본 브랜드와 중국 업체 사이에 끼인 넛크래킹(Nut-cracking) 신세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국 업체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기술력과 디자인 모두 외국 브랜드보다 열세지만 저렴한 가격이 강점이다. 외국 브랜드의 SUV 차량은 15만~30만 위안(약 2786만~5573만원)이다. 중국 차 값은 15만 위안을 밑돈다.  

중국 대표 자동차 업체가 창청자동차와 장후이자동차다.

창청자동차는 상반기 매출 371억4500만 위안(약 6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30% 늘었다. SUV가 주력 차종이다. 창청자동차 상반기 판매량 41만5000대 중 80%가 SUV다. 주력 모델 하포H6는 상반기 17만2000대 팔려 SUV 판매 1위에 올랐다.

장후이자동차의 SUV 성장세는 더 가파르다. SUV 모델 루이펑S3 판매량이 11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535% 뛰었다. SUV가 팔려나가자 상반기 전체 판매량도 전년 보다 20% 늘어난 30만대를 기록했다.

중국 업체는 상반기 SUV 141만7700대를 팔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2.8% 늘어났다. SUV 시장점유율 53.3%를 차지해 사상 처음으로 외국 업체를 뛰어넘었다.

중국 당국도 자국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 브랜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 공정거래당국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최근 자동차 제조사, 전문가 등과 함께 비공개 심의회의를 열었다. 수입차의 온라인 거래와 병행수입 반독점 규정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현대·기아차는 7월 중국에서 8만4168대를 팔았다. 지난 3월 16만1553대에서 반토막 났다.  

현대차는 지난 4월 허베이성 창저우 4공장과 6월 충칭시 5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두 공장이 준공되면 2018년 중국 자동차 시장 규모는 승용차 기준 2331만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기아차는 인사와 신차로 반전을 노린다.

현대차는 지난 19일자로 중국 사업을 총괄하는 중국전략담당에 담도굉 사천현대기차 판매담당 부사장을 임명했다. 화교인 담도굉 부사장은 중국시장 전문가로 꼽힌다. 또한 이병호 현대위아 부사장은 베이징현대기차 총경리로, 김견 기아차 부사장이 동풍열달기아 총경리로 자리를 옮겼다.

빼앗긴 SUV 점유율은 신차로 대응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는 9월 신형 투싼을 출시한다. SUV 라인업을 2017년까지 최대 4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2017년엔 쏘렌토급 전략 SUV 모델을 투입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국 시장 판매가 줄었지만 중국은 아직 자동차 보급률이 낮다”며 "전략 차종이 본격 출시되고 가격경쟁력을 강화하면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