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필수품 ‘건고추’, 지독한 가뭄에 ‘金고추’ 됐다
김장 필수품목인 ‘건(乾)고추’가 ‘금(金)고추’가 될 전망이다.
건고추는 8월 수확한 홍고추를 건조해 만든다. 건조 방식에 따라 태양광에 건조시킨 양건(陽乾)과 기계를 이용한 화건(火乾)으로 나뉜다. 한 해 한 번 건조해 1년간 팔린다.
17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산 건고추 생산량은 재배면적 감소로 인해 전년 보다 2.5~8.6% 줄어든 77~83톤일 것으로 추정된다. 평년 대비 17~22.2% 줄었다. 주로 중국산 냉동고추가 싼 값에 수입되자 국내 고추 농가가 재배를 포기하는 탓이다.
그나마 고온, 가뭄 탓에 해충발생률이 높아 생산량도 줄었다. 대부분 지역에서 4~5월 고추 모종을 밭에 심은 뒤 고온과 가뭄이 계속돼 해충이 많이 발생했다. 국내 최대 고추 주산지 경북 안동과 영양 등 영남 일부 지역만 해충 피해를 벗어날 수 있었다.
건고추 가격은 지난해보다 이미 올랐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8월 1~12일 건고추 양건과 화건(600g)의 도매가는 전년 대비 각각 3.9%, 9.8% 상승했다.
이에 유통 업계는 가격 안전 대책을 내놓았다.
롯데마트는 오는 20일부터 일주일간 전 점포에서 올해 첫 수확한 건고추를 산지에서 직송해 싸게 판매하기로 했다. 기존 산지 공판장(경매장)이 아닌 충남 안면도·경북 영양 등 유명 고추 산지에서 직접 건고추 30여 톤을 구매해 유통단계를 축소했다.
이마트도 지난 13일부터 일주일간 햇 건고추 산지직송전을 열고 있다. 햇 건고추는 양건(1.8㎏) 2만9800원, 화건(2.4㎏)과 청양(1.2㎏)은 3만5800원에 판매한다. 구매 고객에겐 올해산 햇고춧가루(600g)를 30% 할인가에 구매할 수 있는 쿠폰을 준다.
곽현기 롯데마트 채소 상품기획자는 "장마 이후 고온 다습한 날이 지속돼 건고추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