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르는 대치동 재건축···추진위원장 선거부터 ‘후끈’
한보미도맨션 추진위원장 선거, 초반부터 과열 양상 건설사 부사장·서울시의원·원가 전문가···3파전 구도 본격화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대치동 재건축 사업 열기가 달아오르는 모양새다. 대장 단지로 꼽히는 한보미도맨션1·2차에서는 추진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건설·정책·원가 전문가 3명이 맞붙으며 초반부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초기 추진 방향을 결정하는 자리인 만큼 이번 선거 결과가 대치동 재건축 전체 흐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대치 재건축 벨트 중심축···추진위원장 선거가 분수령
2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미도는 내년 1월 재건축 추진위원회 위원장 선거를 개최할 예정이다. 강남구는 공공지원 방식으로 정비업체 선정에 착수했고, 다음 달 주민설명회를 연 뒤 추진위원회 출범을 위한 동의서 징구와 선거 업무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미도는 1983년 준공된 2436가구 규모로 우성·선경과 함께 우·선·미로 불리는 대치동 대표 재건축 단지다. 3호선 대치역·학여울역과 분당선 개포동역·대모산입구역 등 4개 역이 사방을 둘러싼 ‘쿼드러플 역세권’에 위치했다. 남쪽으로 양재천 수변을 끼고 있으며, 북쪽 은마와 서쪽 우성·선경 사이에서 대치동 재건축 벨트의 중심축 역할을 한다.
이곳은 2021년 강남구에서 처음으로 신속통합기획 재건축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사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올해 7월 정비구역으로 공식 지정되면서 재건축이 본궤도에 올랐다. 정비계획안에 따르면 단지는 지하 4층~지상 49층, 37개동, 3914가구 규모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가구당 평균 대지지분이 79.86㎡(24.2평)에 달해 대치동 재건축 단지 중 사업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대치동 재건축을 선도하는 단지인 만큼 추진위원장 선거에 쏠리는 관심도 커지고 있다. 정비구역 지정 이후 첫 공식 절차인 추진위 구성에서 위원장은 초기 사업 방향을 잡는 핵심 자리다. 사업 범위·평형 구성·브랜드 전략 등 굵직한 논의가 추진위 단계에서 윤곽을 잡는 만큼 어느 후보가 수장을 맡느냐에 따라 향후 재건축 속도와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 ‘신세계건설 부사장 vs 서울시의원 vs 건설 원가 전문가’ 격돌
특히 이번 선거가 눈길을 끄는 건 후보자들의 면면이다. 건설사 임원 출신 문길남 대치미도재건축협의회(미재협) 회장, 서울시의원 출신 이석주 미도통합재건축연합회(미통연) 위원장, 공사비 전문가 한유진 대치미도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재준위) 위원장 등이 예비 후보로 나서며 3파전 구도가 형성됐다. 세 후보는 각자 조직을 꾸리고 외부 전문가 초청 강연회와 설명회를 연달아 열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문길남 미재협 회장은 신세계건설 부사장 출신으로 건설사업관리(CM) 기술사 자격을 보유한 건설 전문가다. ‘하이엔드 전략’ 내세우며 단순한 사업비 절감보다 압구정·반포를 넘어서는 고급 단지 조성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에는 윤석양 개포자이 프레지던스 조합장을 초청해 고급화 전략을 설명했다. 미재협에는 김용혁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공동회장으로 참여하고 있어 전문직 기반의 지지세도 두텁다는 평가다.
이석주 미통연 위원장은 서울시 재건축 부서 공무원 출신으로 강남구 소속으로 9·10대 서울시의원을 지냈다. 시의회에서 도시계획관리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을 맡으며 재건축·도시계획·예산 구조 등을 두루 경험한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2028년 이주’를 목표로 내세우며 속도전을 강조하고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을 초청해 정비사업 일정 단축 방안과 속도 전략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한유진 재준위 위원장은 삼성엔지니어링과 벽산엔지니어링 등에서 30년 이상 공사비·원가 업무를 담당해 온 건축 전문가다. ‘평형 확대’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이미 7월 설명회에서 전용 84㎡→115㎡, 115㎡→149㎡ 등 면적 상향안을 제시하며 조합원 가치 극대화를 강조했다.
추진위원장 선거가 3파전으로 전개되는 건 재건축 사업장에서도 드문 일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치미도처럼 입지·규모·사업성이 모두 뛰어난 단지는 이해관계가 큰 만큼 초기부터 세력이 분화되는 경향이 있다”며 “각 후보의 공약 성격이 뚜렷하게 갈리면서 경쟁 강도가 세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경쟁이 과열되면 주민 간 갈등이 커지거나 초기 일정이 늦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도에 이어 우성(개포우성1·2차·1983년 준공·1140가구)과 선경(선경1·2차·1983년·1034가구)도 정비계획 마련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성은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동의서를 받고 있으며, 조만간 신속통합기획 자문(패스트트랙)을 신청할 계획이다. 최근 도시정비법 개정으로 정비구역 지정 전 추진위 설립이 가능해진 만큼 절차도 더 빨라질 전망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우·선·미는 양재천 조망과 대형 평형 비중 덕에 미래 가치가 높다”며 “미도 선거 결과에 따라 인근 단지들의 속도와 전략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