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절차 통합은 '착착', 구성원 융합은 '잡음'

국토부서 기업결합 승인받을 당시 전부 대한항공 규정 따르기로 양사 기업문화 달라, 물과 기름 격 견제 극심 내년부터 ‘대한항공 사무장 아래 아시아나 승무원’ 될 수도

2025-11-25     노경은 기자
공항에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비행기 / 사진=모습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절차적 통합은 이뤄내고 있지만 사람 간 통합과 관련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피인수 기업인 아시아나항공 내 잡음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두 기업이 구성원 간 내부 통합까지 이뤄내 완벽한 메가캐리어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당면한 과제는 절차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것이다. 중복된 노선 이관, 사내 규정 통일, 새로운 CI 작업 등 외형적 로드맵이 빠르게 진행된 것과 달리 내부 구성원이 체감하는 통합 수준은 아직 초반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통합 과정에서 대한항공이 요구하는 일방적 기준 적용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는다. 일례로 대한항공은 보잉사의 비행기 비중이 크고 아시아나항공에는 상대적으로 에어버스사의 비행기가 많다. 제조사에 따라 각각의 항공기의 컨셉 차이가 분명하고 아시아나항공은 이를 정확하게 분리해서 운영하고 있지만 대한항공은 보잉 컨셉으로 바꾸어서 운영하라고 하니 조종사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왔다는 게 아시아나 노조 관계자 측 입장이다.

아시아나항공 소속 조종사 A씨는 “에어버스를 타는 조종사들은 항공기 컨셉에 맞는 몸에 밴 습관이 있는데 대한항공은 ‘일단 다 따르라’고 강요하다 보니 몹시 불편했다. 동료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노조 안팎에서는 객실 승무원의 경우 내년부터 섞여서 비행할 것이라는 말도 흘러나온다. 이를테면 대한항공 사무장과 아시아나항공 승무원이 한 비행기에 타는 것이다. 이들은 기내에서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상당할 것을 예상한다. 아시아나항공 소속 승무원 B씨는 “자유로운 의사결정과 유연함이 특징인 아시아나와 달리 대한항공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이고 서열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

특히 아시아나는 진급이 늦어지면서 고참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고참이 나이 어린 대한항공 사무장의 상명하복을 따라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직급과 연공서열이 일치하지 않아 승진순서가 역전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근로자 사기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조종사는 이보다 늦게, 완전 합병이 되고도 1~2년 가량 따로 비행하다가 추후 혼합 배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임금체계 구성 논의를 둘러싸고도 불만이 생길 수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3분기 기준 대한항공 정규직 직원 수는 1만6968명, 평균 급여액은 9700만원이고, 아시아나항공 정규직 7008명의 평균 급여액은 6530만원이다. 둘 사이의 연봉 격차가 3000만원 이상 난다. 대한항공은 새로운 임금 체계 도입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지는데, 연봉 격차 완화라는 난제를 잘 풀지 못하면 두 회사의 통합은 손조롭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들 문제를 차치하고 가장 큰 문제로는 통합 작업 속도가 더디다는 점이 꼽힌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서명도 대한항공과 모두 동일하게 교체됐다. 편제도 수정되면서 분리되거나 통합된 부분도 있고 이같은 작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다만 완전한 합병이 안 된 상태에서 각기 운영, 비행을 하기 때문에 모여서 논의할 시간이 없다. 표면적으로는 순조로워 보여도 통합 초반에는 잡음이 적지않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결국 규정 통일, 고객 마일리지 통합 등 절차 중심의 통합은 이루어졌지만 내부 구성원이 체감하는 통합 수준은 아직 초입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규정, 문화, 직급, 평가, 노조 체계 등 핵심요소는 아직도 서로 충돌하는 단계”라며 “통합의 성패가 조원태 회장의 리더십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