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 목마른 한화솔루션, 신사업 철회·지분 정리로 재정비

5년 공들인 고순도 크레졸 투자 철회 공시 한화퓨처프루프 지분 매각 결과로 8555억원 확보 실적 부진 속 내실 다지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

2025-11-25     송준영 기자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한화솔루션이 사업과 자산을 연이어 재정비하고 있어 주목된다. 오랫동안 공들였던 신사업을 철회하고 그룹 차원의 해외 투자 법인 지분 조정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며 반등을 위한 힘을 비축하는 모습이다.

25일 에너지·화학 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전날 공시를 통해 고순도 크레졸 생산시설 투자 철회를 공식화했다. 예상보다 투자 기간이 늘어나며 추가 자본 투입 필요성이 증대된 데다, 중국·인도의 증산에 따른 공급 과잉으로 사업성이 크게 떨어진 것이 배경이 됐다.

한화솔루션이 이번 사업에 공을 들여왔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에 시선이 쏠린다. 한화솔루션은 2020년 11월 약 1200억원을 들여 연산 3만톤 규모의 고순도 크레졸 생산설비 구축을 발표했다. 고순도 크레졸은 헬스케어 제품 및 플라스틱 첨가제 등의 원료로 사용된다. 한화솔루션은 이를 자체 개발해 포트폴리오를 확장한다는 계획이었다. 

특히 이 투자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된 시기와 맞물리며 그룹의 미래 성장 전략과 연결된 프로젝트로 평가됐다. 그러나 당초 2023년 6월로 예정됐던 공장 가동 시점은 물성 개선과 설비 보강 탓에 2023년 9월, 2024년 5월로 잇따라 연기됐다. 한화솔루션은 약 500억원의 추가 투자를 결정하며 사업 추진 의지를 보였지만, 결국 경제성 악화로 사업을 접는 결론에 이르렀다.

한화솔루션의 재정비 움직임은 그룹 차원의 해외법인 지분 조정에서도 확인된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현지 관계회사이자 한화그룹의 미국 투자회사인 한화퓨처프루프(Hanwha Futureproof Corp.) 지분 50% 전량을 신설 해외법인 한화디펜스앤에너지(Hanwha Defense & Energy Corp., 이하 HD&E)에 매각키로 했다. 

해당 지분의 처분 금액은 1조1407억원이며, 이 중 2852억원은 한화솔루션의 자회사인 한화큐셀아메리카홀딩스(Hanwha Q Cells Americas Holdings Corp.)를 통해 HD&E 출자에 투입된다. HD&E는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의 미국 법인으로부터도 각각 4279억원 규모의 출자를 받아 한화퓨처프루프 지분 인수에 나선다.

결과적으로 한화솔루션은 한화퓨처프루프에 대한 지배력이 크게 축소되는 대신 약 8555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게 됐다. 한화퓨처프루프 지분 구조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HD&E가 각각 50%씩 보유하는 형태로 재편되지만, HD&E 출자에 참여한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의 최대주주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인 만큼 실질적인 지배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으로 쏠리게 된다.

한화솔루션의 이 같은 변화들은 반등을 위한 재정비 차원으로 풀이된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에만 연간 300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1324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살아나는 듯 했지만, 미국의 관세 및 통관 이슈로 3분기에 다시 영업 적자로 돌아섰다. 증권가에선 올해 4분기에도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화솔루션이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현금 여력을 확보한 만큼 내년 실적 회복을 위한 전략 조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미국 시장을 둘러싼 정책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반등의 속도는 회사의 사업 선택과 투자 방향에 달릴 것이란 관측이다.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모듈. / 사진=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