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 쫓은 뱁새 됐나···대한항공 통합 앞두고 '위세 주춤' LCC

3분기 LCC 일제히 적자 전환···고환율 및 항공권 가격 하락 여파 제주항공 화물사업 중단, 티웨이항공 유럽 노선 축소 등 사업 확대 제동

2025-11-24     박성수 기자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최근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LCC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코로나19 등 위기 상황에서 기회를 찾고자 화물기, 중장거리 노선 확대에 나섰으나 기단 및 자금력 문제 등으로 사업 확대가 쉽지 않은 모습이다.

엔데믹 이후 항공 여행객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출혈 경쟁에 따른 항공권 가격 하락과 수익성 악화로 인해 신규 사업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특히 올해엔 역대급 해외 여행 인기에도 불구하고, LCC들이 적자 행진을 이어가면서 추후 신사업 발굴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대한항공을 제외한 아시아나와 LCC는 모두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올 3분기 아시아나 영업손실은 1757억원으로 지난해 1289억원 흑자 대비 적자 전환했다. 이는 통상임금 변경으로 인한 퇴직급여 충당부채 증가분이 일시 반영되고, 조업료 소급인상분 지급 등 일회성 비용이 늘어난 결과로 나타났다.

아시아나 뿐 아니라 제주항공은 작년 465억원 흑자에서 올해 550억 적자를, 진에어는 402억원 흑자에서 225억원 적자, 에어부산은 375억원 이익에서 285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티웨이항공은 작년 596억원 적자에서 올해엔 955억원으로 적자폭이 더 커졌다.

같은기간 대한항공 영업이익은 작년 6816억원에서 올해 3763억원으로 전대비 39% 감소하는데 그쳤다.

3분기 항공사 실적 악화는 원달러환율이 오르면서 전체적으로 비용이 늘었고, 경쟁이 과열되면서 항공권 가격이 하락한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나마 몸집이 큰 대한항공은 화물 운송과 장거리 노선 등 고수익 사업을 중심으로 선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 실탄 부족했던 노선 확대, 다시 제자리로

이처럼 국내 LCC 실적이 전반적으로 악화되는 가운데, 기존에 준비했던 사업 다각화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모습이다.

사업을 확대할 자금력이 충분치 않아 우선 숨 고르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제주항공은 코로나19 막바지 시절 화물기를 도입하면서 신규 먹거리 발굴에 나섰으나, 예상만큼 화물 사업이 되지 않자 현재는 화물기 운항을 중단했다.

제주항공은 지난 2022년 LCC 최초로 화물 사업을 시작했으며 이듬해에 2호기를 도입해 사업을 확대하려 했으나 화주를 늘리는데 한계를 느껴 사업을 멈춘 상황이다.

또한 작년 말 여객 사고로 인해 운항 안정성 강화를 위해 운항량을 줄이게 된 점도 화물기 사업 중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티웨이항공의 경우 최근 프랑크푸르트 노선을 주 7회에서 주 3회로 감편하기로 했다. 해당 노선은 연말에 일시적으로 주 6회로 늘렸다가 내년부터는 주 4회로 일정을 다시 줄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유럽 노선 비수기에 덩치가 작은 티웨이항공이 운항편을 유지할 여력이 부족했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등 거대 항공사와 경쟁이 쉽지 않은 결과로 풀이된다.

유럽 등 중장거리 노선의 경우 운항거리가 길기 때문에 단순 항공권 가격 뿐 아니라 기내식, 마일리지 등 다른 요소들도 중요한데, 티웨이항공이 이 부분에서 대한항공 등에 밀리는 상황이다.

괌 노선도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대한항공 운항편 유지 문제로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공급 과잉을 버티지 못해 운항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앞서 공정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기업결합 조건으로 2019년 대비 공급 좌석수를 90% 이상 유지하라고 지시했다. 독과점에 따른 공급 축소와 운임 인상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조치였으나, 수요 대비 공급이 많아지면서 대한항공 계열사를 제외한 다른 항공사들은 괌 노선을 운항할 여력이 부족해져 발을 빼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업은 대표적인 규모의 경제 산업인데,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항공사들은 앞으로 살아남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합쳐지게 될 경우 초거대 FSC(풀서비스캐리어·대형항공사)와 LCC가 탄생하는 만큼 판도가 뒤바뀌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