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폰도 ‘에어드롭’ 된다···애플 폐쇄 생태계 ‘균열’
픽셀10에서 퀵 셰어-에어드롭 연동···애플 협의 없이 자체 구현 갤럭시 등 안드로이드 전반 확장 가능성···애플 대응이 최대 변수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구글이 신형 스마트폰 ‘픽셀10’에서 자사의 파일전송 기능인 ‘퀵 셰어’를 애플의 ‘에어드롭’과 직접 연동하는 기술을 공개했다. 애플과 협의하지 않은 채 기능을 독자 구현해 이를 기습 발표한 것이다. 업계에선 안드로이드-아이폰 간 파일 공유의 장벽을 무너뜨리는 첫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애플이 이 변화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22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구글은 21일(현지시간) 픽셀10 시리즈를 발표하며 최신 기기에서 퀵 셰어와 에어드롭이 서로 연동되도록 구현했다고 밝혔다. 퀵 셰어는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에서 쓰이는 근거리 파일 공유 기능이고, 에어드롭은 애플 생태계 내부에서만 지원하는 전송 방식이다.
구글 대변인은 “공유는 ‘그냥 된다(just work)’는 경험이어야 한다”며 “어떤 기기를 쓰는지가 장벽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에어드롭 외부 개방을 유럽연합(EU)이 권고해도 보안·프라이버시 이유를 들어 거부해왔던 애플을 정면으로 비판한 셈이다.
현재는 퀵 셰어 기능이 픽셀10에만 적용돼 있다. 향후 삼성 갤럭시 등 주요 안드로이드 기기까지 확장될 가능성도 있다. 근거리 파일 공유 기능은 블루투스로 기기를 탐색한 뒤 와이파이 다이렉트로 전송 속도를 높이는 구조인데, 이 과정에서 에어드롭은 애플 기기에서만 작동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컸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구글이 퀵 셰어 기능을 애플과의 협의 없이 독자적으로 구현했다는 점이다. 구글에서 보안·프라이버시를 총괄하는 데이브 클라이더마허 부사장은 “이 기능은 편법을 쓰지 않는다”며 “단말기 간 직접 연결(P2P) 방식으로 작동해 데이터가 서버에 업로드되는 일은 없고 기록이나 개인정보도 수집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현재까지 구글의 발표에 대해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기술적·정책적 이유를 들어 퀵 셰어를 차단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애플은 2023년 안드로이드에서 아이메시지를 구현했던 메시지 앱 ‘비퍼’를 차단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애플 특유의 폐쇄 생태계와 안드로이드 기반 개방 생태계 간 힘겨루기가 본격화하는 신호로 보고 있다. 안드로이드-아이폰 간 파일 공유가 자유로워지면 기기 변경 부담이 줄어들어 애플 생태계 이용자 수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어서다. 퀵 셰어 기능이 픽셀10을 넘어 갤럭시 등 안드로이드 전반으로 확장될 경우 시장 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