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 가격 5달 만에 50% 급등···배터리 소재업계 ‘숨통’ 트일까

호주·칠레·중국 공급 변수 겹치며 리튬 사이클 전환 신호 ESS 수요 구조적 확대···양극재 ‘래깅 효과’ 돌아온다 리튬價 반등 뚜렷하지만 전기차 수요 회복은 아직

2025-11-21     정용석 기자
에코프로머티리얼즈 포항 캠퍼스. / 사진=에코프로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탄산리튬 가격이 최근 1kg당 90위안까지 치솟는 등 사상 최고가 랠리를 이어가면서 ‘역래깅’ 효과로 고전하던 배터리 소재업계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국면 속에서 글로벌 전기차 수요는 여전히 둔화돼 있지만,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양극재 업체들의 숨통이 트였다는 평가다.

21일 한국광해광물공단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전날 중국 현물 시장의 탄산리튬 1kg당 가격은 91.0위안이다. 지난해 7월 이후 최고가다. 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kg당 가격이 50위안대 후반까지 떨어졌던 지난 6월3일 가격과 비교하면 1.5배 이상 올랐다.

업계에서는 리튬 가격의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글로벌 리튬 공급망이 위태롭기 때문이다. 중국 내 리튬 생산량은 지난달 5만1530t으로 전월 대비 9.3% 증가했지만, 공장 가동률은 여전히 4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잉생산을 막기 위한 중국의 과당경쟁 억제 정책 탓이다.

호주·짐바브웨·칠레 등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도 겹쳤다. 호주 그린부시스 광산의 증설 완료 시점이 내년에서 내후년으로 미뤄졌고, 짐바브웨는 정치 리스크로 생산이 지연되고 있다. 칠레는 환경 규제 강화로 SQM 등 주요 업체의 생산량 조정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에는 리튬 가격이 내년에는 현재 가격의 두 배 이상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주요 리튬 공급업체인 중국 간평리튬의 리량빈 회장은 “내년 글로벌 탄산리튬 수요가 30% 증가해 190만t에 달할 것”이라며 “수요 증가율이 30%를 넘으면 공급 부족이 발생해 가격이 t당 15만~20만위안(kg당 150~200위안)까지 오를 수 있다”고 했다. 해당 발언 직후 중국 광저우 선물거래소에서 탄산리튬 선물 가격은 9% 급등했고 주가·현물가격 모두 올랐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양극재 업계, ‘역래깅’에서 ‘래깅’ 전환 기대

리튬 가격이 반등하면 국내 양극재 업체들이 가장 먼저 수혜를 본다. 가격이 낮을 때 확보한 리튬 재고로 만든 양극재·배터리가 가격 상승기에 높은 판가를 받으며 마진을 극대화하는 ‘래깅 효과’ 때문이다.

소재업계는 올해 내내 ‘역래깅’으로 고전했다. 하지만 재고가 어느정도 소진된 상황서 리튬 가격이 반등하자 바로 실적 개선 기대가 커지고 있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2021~2023년 리튬이 kg당 10달러에서 80달러로 뛸 때 양극재 판가는 저점 대비 140% 상승했다”며 “올해부터 동일한 구조가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미 ESS 사업을 중심으로 실적 개선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의 ESS용 양극재 매출은 2분기 814억원에서 3분기 1654억원으로 103% 증가했고,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내년 ESS향 동박 판매량이 올해 대비 2.5배 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기차향 발주가 둔화된 상황에서도 ESS 수요가 공백을 메우고 있다는 의미다. 

SK온의 컨테이너형 ESS 제품. / 사진=SK온

◇ IRA 보조금 종료 ‘복병’···EV 회복 없이는 반등 제한

다만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최대 7500달러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프로그램이 지난 9월 말 종료된 점은 소재업계에 적지 않은 부담이다. 북미 내 전기차 수요가 장기간 둔화할 경우 매출 반등 속도도 제한될 수 있어서다. 간펑리튬의 ‘kg당 200위안’ 전망 역시 각국의 신규 광산 승인 여부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과열된 기대를 경계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리튬 가격 상승은 분명 긍정적이지만 결국 전기차 시장이 회복돼야 실적이 본격적으로 좋아진다”며 “ESS 수요가 시장을 떠받치는 구조로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