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물 들어올 때 노 젓자”···광고 지출 늘린 증권사는?

메리츠, 전년比 108.2% 증액···모델 발탁 지출액은 미래에셋, 키움, 한국투자 順 증시 투자 붐 속 홍보 경쟁, 과잉 영업 우려도

2025-11-22     최동훈 기자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올해 증시 투자 붐이 이어지는 가운데 금융상품, 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해 광고선전비에 작년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22일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주요 증권사별 분기 보고서를 종합 분석한 결과, 지난 1~3분기 증권사 10곳의 광고선전비 지출액은 2906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권사별 2024~2025년 1~3분기 광고선전비 지출 추이를 나타낸 그래프.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이는 전년 동기(2347억원) 대비 23.8% 증가한 액수로, 같은 기간 10개사의 영업이익 합산액 증가폭과 비슷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10개사의 영업이익 합산액은 7조6506억원에서 21.9% 증가한 9조3241억원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이 10곳 중 최고액인 675억원을 지출했다. 다음으로 키움증권 568억원, 한국투자증권 361억원, 삼성증권 278억원, 하나증권 228억원, 신한투자증권 215억원, KB증권 201억원, NH투자증권 185억원, 메리츠증권 102억원, 대신증권 93억원 순이었다.

증권사 중 올해 광고선전비 지출을 전년 동기 대비 가장 많이 늘린 곳은 메리츠증권이다. 작년 1~3분기 49억원을 쓴 데 비해 올해 지출 규모가 108.2%나 증가했다. 이어 미래에셋증권(77.2%), 키움증권(72.6%), 신한투자증권(40.5%)이 두 자리수의 큰 증가폭을 보였다.

같은 기간 증권사 10곳 대부분은 영업이익과 광고선전비의 증감폭이 같은 추이를 보였다. 올해 광고선전비 증가폭이 가장 큰 메리츠증권은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9180억원에서 24.5% 증가한 1조1426억원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 영업이익도 1조1587억원에서 71.2%나 증가한 1조9832억원으로 집계됐고, 키움증권도 영업이익을 9145억원에서 1조694억원으로 16.9% 늘렸다.

증권사들은 최근 국내외 증시 투자에 대한 시장 관심이 커지는 점을 고려해 상품, 서비스를 앞다퉈 홍보하고 관련 지출을 늘려온 것으로 해석된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업계에서 이례적으로 버스 전체에 연금 적립금 성과를 알리는 내용의 랩핑을 적용한 광고 전략을 펼치고 있다.

키움증권은 지난 3월 20~30대 젊은 금융 소비자를 겨냥한 홍보 활동의 일환으로 배우 고민시를 브랜드 광고 모델로 발탁했다. 2020년 가수 임영웅을 모델로 기용한 후 5년 만에 브랜드 광고를 재개했다. 메리츠증권도 지난 5월 배우 신세경을 광고 모델로 발탁하고, 내년 연말까지 비대면 전용 투자 계좌 ‘슈퍼365’의 거래 수수료를 전액 감면하는 점을 적극 알리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국내 증권사들이 국내외 증권, 선물, 옵션 등 금융투자상품의 거래를 중개하고 거둔 수수료는 전년 동기(2조8899억원) 대비 11.3% 증가한 3조2152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증권사들이 올해 기용한 브랜드 광고 모델들. 왼쪽부터 배우 고민시(키움증권), 배우 박은빈(KB증권), 배우 신세경(메리츠증권). / 사진=각 사

◇ NH투자·삼성증권, 영업익 늘었지만 광고비는 줄여

일부 증권사들은 경영실적과 별개로 광고선전비를 집행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1~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7447억원) 대비 5.8% 감소한 7016억원을 기록했지만 광고선전비를 늘렸다.

NH투자증권은 올해 영업이익이 1조23억원으로 전년(7339억원) 대비 36.6% 늘었지만 광고선전비는 14.4% 줄였다. 삼성증권도 올해 영업이익(1조451억원)을 작년(9949억원) 대비 5.0% 늘린 반면 광고선전비는 6.4% 감축했다.

이에 비해 하나증권과 KB증권은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5.9%, 5.8% 감소한 가운데 광고선전비도 12.3%, 9.9%씩 감액했다. 각 사가 시장에 알릴 상품, 서비스를 마련했거나 사업 성과를 고려하는 등 저마다 다른 방침을 갖고 광고비를 지출하고 있단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각각 주력하는 사업 영역이 달라서 같은 시황이나 여건 속에서 서로 다른 광고 전략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증권사의 홍보 경쟁이 최근 격화해 경쟁 질서 저해, 과장 광고, 과잉 매매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국회에선 일부 증권사들이 주식 거래에 관해 고객들이 기관에 납부해야 할 비용들을 대신 부담하는 이벤트 경쟁을 벌이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일부 자산운용사들이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에 관한 과장·허위광고 논란을 일으킨 점도 도마에 올랐다. 금융감독원은 과도한 영업행위 여부를 모니터링한단 방침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개최된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 배석해 “(증권업계에서) 투자자 과당 매매를 유발하고 그 피해가 더 확산되는 부작용까지 발견되고 있다”며 “관련 내부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유튜브 등 소비자 접점이 큰 광고 매체를 우선 선정해서 점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