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스타트업 'AI·로봇 협업', 사업으로 확대
에이딘로보틱스, 삼성 휴머노이드 로봇에 센서 공급 준비 투아트, 삼성전자 생활가전과 AI 접근성 확대 협업 C랩 스타트업 7기 345억원 투자 유치···8기 선발도 AI·딥테크 중심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삼성전자가 C랩 스타트업 발굴을 강화하고, 이들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자사 사업에도 실질적인 시너지 효과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인공지능(AI) 가전 등은 물론,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지목한 로봇에서도 주요 스타트업과의 서비스·부품 부문 협업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7기 C랩 스타트업에서만 총 345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올해 모집한 8기에서도 AI, 딥테크, 로봇 등 중심으로 유수의 기술 스타트업을 선정하고, 향후 사업 시너지 확대를 목표로 한다.
◇에이딘로보틱스·투아트 등 삼성 주력사업과 협업···3년 뒤 IPO 목표 스타트업도
삼성전자는 20일 서초구 우면동에 위치한 서울R&D캠퍼스에서 ‘C랩 스타트업 데모데이’를 개최하고, 최근 육성한 스타트업들의 사업 성과와 삼성전자와의 협업 사례, 투자 현황 등을 공개했다.
로봇 센서 부품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에이딘로보틱스는 C랩 아웃사이드 프로그램을 통해 삼성전자의 로봇사업과 직접 협력까지 준비하고 있다. 로봇의 힘/토크(회전시키는 힘) 센서 기술을 기반으로 사람처럼 로봇 손가락 감각을 부여하는 솔루션을 공급 중이다. 로봇이 물건을 들 때 손가락에 부착된 센서로 물체의 형태와 무게 등을 측정하고 그에 적절한 작업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에이딘로보틱스는 최근 만들어지는 휴머노이드 생태계에 센서 부품을 공급 중이며 실리콘밸리를 포함한 전세계 15개국 400여 기관으로 수출을 확대해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삼성전자와는 자회사인 레인보우로보틱스 휴머노이드 로봇에 센서 부품과 애플리케이션 협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윤행 에이딘로보틱스 대표는 “사람은 너무나 쉽게 하지만, 느끼고 그 느낌을 기반으로 힘을 주고 행동하는 기술들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고 이런 감각을 로봇한테 줄 수 있는 센서기술을 에이딘로보틱스가 하고 있다”며, “우리가 개발한 센서는 휴머노이드뿐만 아니라 협동로봇, 산업용 로봇의 손목, 관절에 들어가 로봇이 더 안전하고 감각적인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부품 기업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C랩 아웃사이드 프로그램을 통해 삼성전자 공장에 필요한 센서들을 자체 개발하고 현장 공정에 도입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고, 삼성전자 C랩 컨설팅 프로그램을 통해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있는 센서 생산 프로세스를 효율화했다”며, “또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레인보우로보틱스와 협업해 이 회사의 로봇에 들어가는 부품 공급 또는 그 로봇을 활용하는 애플리케이션까지 확대 중이다. 앞으로 로봇이 더 다양하고 안전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부품 핵심 기업이 돼 삼성전자와 믿을 수 있는 파트너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I 기반의 시각 보조 솔루션 업체인 투아트는 삼성전자 생활가전과의 협업 사례를 공개했다. 투아트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시각 보조 애플리케이션 ‘설리번 플러스’를 개발한 스타트업으로, 지난해 초 삼성전자 C랩 아웃사이드 프로그램에 선정된 이후 삼성전자 가전제품에 적용할 수 있는 ‘모두를 위한 사용법’ 매뉴얼을 개발했다.
해당 매뉴얼은 시니어 고객이나 시각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화면 읽기 기능과 음성 제어 기능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제품 외관과 조작부 위치, 사용방법 등에 대해 눈앞에 그리듯 자세하게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또,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각 스티커 부착 위치도 안내해준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비스포크 AI 콤보’ 신형 세탁기 제품에 투아트와 협력해서 개발한 모두를 위한 사용법 매뉴얼을 적용하고 소비자들의 제품 접근성을 높였다.
정수연 투아트 대표는 “지난해 삼성전자 DA(생활가전)사업부 CX인사이트그룹에서 우리를 찾아왔다. 시각장애인들이 삼성전자의 가전제품을 쓰다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스마트싱스로 연결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손톱만한 QR 코드를 인식해야 하다보니 접근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며, “우리가 개발한 설리번플러스 앱을 통해 삼성전자의 냉장고를 비추면 냉장고 좌측 문을 열고 안쪽을 비출 수 있도록 하는 안내가 나오는데, 그때 QR이 인식되면서 스마트싱스로 연결된다. 우리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소프트웨어 소비스를 오래 하다보니 삼성전자와 협업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제품을 판매하는 글로벌 시장으로도 이러한 솔루션을 다 적용했다”며, “우리가 가진 AI 기술력으로 삼성전자의 시각장애인·시니어 고객에게 필요한 것들을 풀어낼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이외에도 이날 공개한 C랩 스타트업 사례 중엔 삼성전자 사내 벤처 프로그램인 C랩 인사이드에서 스핀오프해 현재 2028년을 목표로 기업공개(IPO)까지 준비 중인 기업도 있었다. AI 웹툰 제작 서비스 스타트업 툰스퀘어가 그 주인공이다.
툰스퀘어는 AI 웹툰 창작 플랫폼 ‘투닝’을 핵심 서비스를 주력으로, 누구나 AI를 기반으로 한 웹툰 등 디지털 콘텐츠를 창작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미 일본에선 하나당 1~2억원의 매출이 나오는 작품 두개를 연재했으며, 국내에서도 인기 웹툰 ‘여신강림’의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다.
툰스퀘어는 내년 매출 100억원에 이어 2027년엔 매출 300억원 달성을 목표로, IPO 준비까지 사업 확대를 가속화한단 계획이다.
◇“기술 패권 전쟁 속 스타트업 역할 중대···대기업이 이끌어야”
이날 행사에선 스타트업 육성에 대한 대기업과 정부 역할의 중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나왔다. 삼성전자의 C랩 스타트업 프로그램 사례와 같이, 대기업이 주도하는 기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확대돼야 국가의 기술 경쟁력에도 큰 자산이 될 수 있단 메시지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이날 C랩 스타트업 데모데이 행사에 앞서 환영사를 통해 “전세계 기술 패권 경쟁 속 더 많은 투자와 연구개발을 하지 않으면 뒤로 밀려나는 살 떨리는 상황에서 과거에는 대기업이 제조 협력업체들과 단순히 손발 정도의 역할로 함께 하는 정도에 불과했다면 앞으로는 이런 정도의 협력으론 턱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산업 정책도 과거와 달리 수직 계열화와 수평적 협력이 어우러지는 진정한 동반성장으로 가야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훌륭한 스타트업들이 대기업들과 함께 더 큰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서 기술 협력과 교류를 통해 많은 아이디어와 발상의 전환을 가질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승희 삼성전자 CR담당 사장은 “C랩은 우리 스타트업들이 꼭 참여하고 싶은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상생 협력을 추구하는 대표적인 대방향 협력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AI 시대가 펼쳐지면서 기술 패러다임이 바뀌고 글로벌 기술 패권이 심화하는 곤혹한 경쟁 시대에 우리 경제가 다시 한번 도약하기 위해선 혁신 생태계의 한축을 담당하는 탄탄한 스타트업의 육성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삼성전자 C랩은 앞으로도 협력과 투자를 통해 스타트업들에 지속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C랩 스타트업 8기 모집에서도 AI, 딥테크, 로봇 중심으로 회사와 협력할 수 있는 기술 기업들을 찾는 데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삼성전자는 총 959개(사내 423개, 사외 536개)의 사내벤처와 스타트업을 육성하며, 내년 중 1000개 돌파를 앞두고 있다.
정진용 삼성전자 C랩담당 프로는 “삼성전자도 앞으로 AI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 중인데 이런 서로의 고민이 맞닿는 기업들을 찾다 보니 올해 선발한 기업들은 AI가 중심이 될 것 같다”며, “향후 국내 스타트업들이 AI, 딥테크, 로봇으로 많이 활성화되는데 대부분 B2B와 연결되는 형태가 많다. 이를 우리 사업부와 활발하게 연결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해서 국내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