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株도 고르기 나름”···자회사 덕 못 보는 종목은?

한진칼·HDC·DL, 항공·건설·석화 업황 부진 속 주요 자회사 실적 감소·투심 위축 탓 주가 ↓

2025-11-20     최동훈 기자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한진칼, HDC, DL 지주사 종목 3개가 최근 상법 개정의 수혜가 예상되거나 고배당으로 각광받는 지주사주들 사이에서 오히려 약세를 보였다. 별도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순수 지주사인 세 종목이 최근 부진한 주요 자회사 실적에 영향받고 있기 때문이란 관측이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세 종목의 주가는 이날 오후 2시 기준 한진칼 9만9700원, HDC 1만7370원, DL 4만100원이다.

지주사 종목별 주가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각 종목의 전날 종가는 6개월 전인 5월 19일 대비 한진칼 1만8300원(15.95%), HDC 2420원(12.57%), DL 800원(2.03%)씩 하락했다. 같은 기간 SK 12만1300원(17.74%), LG 1만2100원(87.45%), 두산 51만4000원(130.79%) 등 지주사 종목들이 일제히 상승한 것과 대조된다.

하락폭을 보인 세 종목은 최근 지주사 종목들이 정책 수혜주, 고배당주로서 주목받는 흐름에서 배제된 모양새다. 현재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 확대, 집중투표제 도입 등을 각각 골자로 한 1차·2차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고 있다.

여당은 기업의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조항이 담긴 3차 개정안을 연내 처리한단 방침이다. 증권 업계에선 상법 개정을 통해 기업 가치를 개선하고 주주 이익이 증대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승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상법, 자본시장법 개정 등을 계기로 국내 상장사들의 거버넌스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내년 이후 본격적인 거버넌스 관련 정책 시행과 함께 행동주의 펀드의 영향력과 일반 주주의 권리 행사가 확대되면 중장기적으로 지주사 할인율이 축소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주사들이 탄탄한 주요 자회사 실적을 기반으로 배당, 로열티 수익을 확보한 후 주주들에게 환원할 수 있는 점도 배당주로서 가치를 높이는 부분이다. 총수일가가 경영하는 그룹의 지주사는 오너의 지배력 유지·강화, 증여·상속세 납부 등 목적을 갖고 적극 배당하는 경향을 보여 일반 투자자 관심도 끌고 있다.

오너가 경영하는 주요 지주사들이 작년 기록한 주가 대비 주당 배당금 비율(배당수익률)은 GS 4.40%, 한국앤컴퍼니 3.83%, LG 3.79%, SK 2.64% 등으로 집계됐다. 예를 들어 GS는 1주당 6만원인 주식을 1주 보유 중인 투자자에게 정기적으로 2640원씩 배당하는 셈이다.

서울 중구 한진칼 본사. / 사진=연합뉴스

◇ 대한항공·DL이앤씨 부진···HDC현산은 PF 우발부채 리스크

한진칼, HDC, DL 세 종목이 호재를 누리지 못하는 이유로는 자회사 부진이 꼽힌다. 한진칼의 주요 자회사인 대한항공(지분율 26.13%)은 지난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1조6461억원) 대비 41.8%나 감소한 9587억원에 그쳤다.

이는 항공 산업이 코로나19 창궐 이전 수준으로 업황을 회복했지만 항공사간 모객 경쟁이 치열해져 운영비, 투자 지출이 커졌기 때문이다. 유류비, 환율 상승세가 이어져 운송 서비스의 수요,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실적 개선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이는 부분이다.

HDC의 주요 자회사인 HDC현대산업개발(41.5%)은 불경기를 이어가고 있는 건설업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 기조에 악영향받고 있단 분석이다. 지난 2022년 불거진 건설업 우발부채 리스크로 인해 수조원 규모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우발부채를 떠안은 점도 평가절하 요인으로 꼽힌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 3분기말 기록한 부동산 PF 관련 우발부채(이하 연결 기준) 규모는 보증금 2조1184억원, 대출잔액 1조9437억원이다. 두 항목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줄었지만, 최근 HDC현대산업개발이 잇달아 사업을 수주함에 따라 액수가 오르내리고 있어 개선 여부를 지켜봐야 할 것이란 관측이다.

DL도 건설업체인 주요 자회사 DL이앤씨의 수조원 규모 PF 부채, 국내외 토목·주택 사업 부진 등 리스크에 영향받는 것으로 분석된다. DL의 또 다른 주력 계열사인 석유화학 기업 DL케미칼과, 중간 지주사인 에너지 기업 DL에너지도 각각 악화한 업황 속에서 저조한 성과를 내고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HDC현대산업개발 사옥 아이파크타워. / 사진=HDC현대산업개발

한진칼, HDC, DL은 업종별 리스크에 직면한 주요 자회사들의 실적에 따라 서로 엇갈린 실적 추이를 보였다. HDC의 지난 1~3분기 영업이익은 5174억원으로 전년 동기(2527억원) 대비 104.7%나 증가했다.

HDC는 최근 자회사들의 실적 개선에 힘입어 재무성과를 높이고 있지만 주가 흐름이 역행하고 있어 낮은 투자 매력도를 보여주고 있단 관측이다. 한진칼은 영업손실 199억원으로 적자 전환했고, DL은 2868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4365억원보다 34.3% 감소했다.

종목별 최근 배당수익률은 다른 지주사와 동등하거나 낮은 수준을 보였다. 작년 기준 종목별 배당수익률은 DL 2.51%, HDC 2.07%, 한진칼 0.36%를 기록했다.

서울 종로구 DL이앤씨 디타워 본사. / 사진=DL이앤씨

◇ 기관, DL만 순매도···외국인은 모두 순매도

투자자들은 세 종목에 대해 각각 다른 투자 경향을 보였다. 지난 6개월간 기관 투자자들은 한진칼, HDC를 각각 769억원, 351억원 순매수했지만 DL은 181억원 순매도했다. 한진칼이 추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저비용항공사(LCC) 3사의 기업 통합을 거쳐 구조적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단 관측이다.

HDC에 대해선 HDC현대산업개발의 개발 사업 수주 성과와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 추진 등을 고려한 에너지 부문의 긍정적인 전망 등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DL을 두곤 건설, 에너지 등 부문별 실적 추이를 관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같은 기간 개인은 DL 243억원, 한진칼 16억원씩 순매수한 반면 HDC는 330억원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DL 58억원, 한진칼 937억원, HDC 83억원씩 모두 순매도했다.

김장원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책적 이슈가 지주사 투자심리를 자극한 가운데 주력 산업의 업황과 자회사 실적에 (지주사 종목별) 주가 희비가 엇갈렸다”며 “내년 현재와 미래를 주도하는 산업이나 비상장 자회사의 가치, 주주환원을 기반으로 차별화를 넘어 양극화가 심화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