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빚투 덮친 ‘반대매매’ 공포···증시 급락 뇌관될까

신용거래융자 역대 최대 26.6조···삼성전자·SK하이닉스 집중 AI 거품론 논란에 증시 급락하면서 반대매매 우려도 확산

2025-11-19     이승용 기자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국내 주식에 ‘빚내서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 규모가 역대 최대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특히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신용거래융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최근 국내 증시가 맥을 못 추면서 반대매매 우려도 점차 확산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기에 반대매매 확대 시 국내 증시에 끼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역대 최대 빚투 덮친 증시 급락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집계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6조6029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3거래일 연속 경신했다.

신용거래융자란 주식매수 시 필요한 자금 중 일부를 투자자가 자기자금으로 부담하고 나머지는 증권사로부터 빌려 주식을 매수하는 거래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주가가 상승할 때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주가 상승기에 투자자들이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로 인해 레버리지를 활용한 적극적 매수 포지션을 취하는 동시에 기존 담보주식의 평가액 증가로 추가 대출 한도가 확대되기 때문이다.

올해 초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5조6823억원이었다. 이후 국내 증시 상승세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점차 잔고는 증가했고,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지난 6월 23일에는 20조원을 넘어섰다. 이후에도 증가세가 이어져 이달 5일에는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25조8225억원으로 기존 역대 최대치였던 2021년 9월 25조6560억원도 경신했다.

최근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코스닥이 아닌 코스피에 집중되고 있다. 지난 17일 기준 코스피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6조7432억원이고 코스닥은 9조8598억원이다. 코스피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역대 최대치 경신이 3거래일 연속 이어지고 있지만 코스닥은 증가세가 더디고 지난 11월 7일 9조8700억원도 아직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보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이후 2020년 2분기부터 2021년 3분기까지 주가 상승과 함께 신용융자거래가 급격히 증가한 바 있는데, 당시에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모두에서 신용융자잔고가 확대된 반면 최근의 증가세는 유가증권시장에 집중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최근 미국발 AI 거품론 영향에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하면서 신용거래를 활용한 투자자들의 손실은 더욱 컸을 것으로 관측된다.

코스피 지수는 종가 기준 이달 3일 4221.87로 정점을 찍은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도 코스피 지수는 0.61% 떨어진 3929.51로 장을 마쳤다. 이달 3일 대비 하락 폭은 6.9%에 달한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삼성전자·SK하이닉스 집중된 빚투

개인투자자들의 신용거래는 최근 국내 증시 급등을 주도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된 것으로 파악된다.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일자별 신용융자 거래 현황을 보면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11월 7일 하루에만 194만92주의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순증하는 등 급속히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18일 삼성전자의 신용융자 잔고 수량은 1774만2922주에 달했다.

SK하이닉스는 빚투가 더 활발했다. SK하이닉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이달 13일에만 역대 하루 최대치인 50만주가 순증했고 이후에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난 18일 기준 SK하이닉스 신용융자 잔고수량은 269만3073주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하락하면서 반대매매 공포도 확산하고 있다.

신용거래시 대출 만기나 주가 하락 등으로 담보유지비율이 140%이하로 떨어질 경우 증권사는 투자자가 보유한 주식을 강제로 매도하는 반대매매를 실행하게 된다.

가장 만기가 짧은 미수거래의 경우 증권사가 정한 위탁증거금만 납부하고 나머지 금액은 2영업일 이내로 갚아야 하는데 미수금을 갚지 못하면 2영업일째 개장과 함께 고객 계좌의 주식을 강제로 매도하게 된다.

반대매매가 실행되면 헐값에 주식이 팔리기에 주가를 더욱 끌어내리는 뇌관이 될 수도 있다. 지난 7일에는 미수 상환 실패에 따른 반대매매 금액이 380억원에 달하기도 했다.

이보미 연구위원은 “신용융자를 통한 투자는 주가 하락 시 반대매매 압력으로 인해 하락폭이 증폭될 위험이 있다”며 “실제로 2022년 주가 조정기에 2021년 신용융자가 많았던 종목의 주가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컸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국내 증시 급락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2025년 신용융자는 2021년 대비 자본재와 반도체 업종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에 주가 하락 시 반대매매에 따른 해당 업종의 가격 하락이 증폭될 우려가 있다”며 “두 업종이 코스피 시가총액의 50%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지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상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