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신용등급 강등···석화업계 ‘연쇄 하향’ 현실화되나
무디스, LG화학 11개월 만에 또 하향 주요 사업 실적 부진에 부채 확대 가능성 지적 석화 업계 내 등급전망 ‘부정적’ 많아 영향받을지 주목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국제 신용평가기관이 LG화학의 신용등급을 낮추면서 석유화학 업계 전반으로 연쇄 신용 강등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미 여러 석유화학 기업이 하향 검토나 부정적 전망을 받은 상태인데, 석유화학 업종의 반등이 단기간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다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최근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의 신용등급을 종전 ‘Baa1’에서 ‘Baa2’로, 등급 전망은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각각 변경키로 했다. Baa2 등급은 다른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S&P와 피치의 ‘BBB’에 해당하는 것으로, 투자적격 등급의 가장 하단부에 위치한다.
무디스가 LG화학의 신용등급을 낮춘 것은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무디스는 지난해 12월 LG화학의 등급을 ‘A3’에서 ‘Baa1’으로 한 차례 내린 데 이어, 11개월 만에 다시 하향 조정을 단행한 것이다. 무디스의 신용등급은 A1이 가장 높고 A2, A3를 거쳐 Baa1·Baa2 순으로 내려가는 구조다.
무디스는 이번 등급 조정의 배경으로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의 ‘연결 기준 레버리지’가 향후 1년에서 1년 반 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먼저 들었다. 석유화학과 양극재 사업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이익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LG화학의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대비 조정 순 부채 비율도 지난해 3.3배에서 2025~2026년 3.4~3.7배로 높아질 것으로 봤다.
국내 대표 석유화학 기업인 LG화학의 신용등급을 글로벌 신용평가사가 낮추면서, 이 조정이 국내 다른 석유화학 기업들의 신용도 평가에도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업황 부진으로 실적 악화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될 경우, 이미 부정적 전망을 받고 있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국내 신용평가사의 등급 하향이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신한투자증권이 최근 국내 신용평가사 3곳의 등급전망 현황을 분석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총 9개 석유화학 기업이 최소 한 곳 이상으로부터 하향 검토 또는 ‘부정적’ 등급전망을 받았다. 등급전망 부정적은 당장 신용등급 자체를 강등하지는 않지만 향후 재무 상태를 관찰하면서 1∼2년 내 하향 조정을 검토하겠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AA급에서는 LG화학(AA+)을 비롯해 한화토탈에너지스(AA-), 한화솔루션(AA-), SK지오센트릭(AA-)이 국내 신용평가사 2곳으로부터 부정적 등급전망을 부여받았다. 한화토탈에너지스의 경우 무디스가 지난 9월 발행자 신용등급과 무보증선순위 채권 등급을 기존 Baa2에서 Baa3로 한 단계 강등했고 등급 전망은 부정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A급에서는 HD현대케미칼(A)이 3곳으로부터, 여천NCC(A-)가 2곳으로부터 부정적 등급전망을 받은 바 있다. 이 중 여천NCC는 추가 강등이 이뤄지면 A급 지위를 잃게 된다. 이 밖에 BBB급에서는 SK어드밴스드(BBB+)와 효성화학(BBB)이 각각 1개사로부터 부정적 등급전망을 받았다. 통상 BB+ 이하는 투기등급으로 분류된다.
무더기 신용등급 강등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고통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회사채 발행 금리가 높아져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는 데다, 이미 실적 부진이 심화된 상황에서 투자 여력까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구조조정 압박도 높아져 사업 재편이나 생산설비 효율화 작업이 예상보다 빠르고 큰 폭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자율적인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업황 전망은 기존보다 한층 더 밝아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정부의 ‘선(先) 자구 노력, 후(後) 지원’이라는 석유화학 구조조정 기조 속에서 대산 석화단지의 합작·통합이 시작되며 업계 전반의 사업 재편이 시작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