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모듈價 상승'에 삼성전기 ‘방긋’', '애플 의존' LG이노텍 ‘분투’
삼성전기, 거래선·응용처 다각화 주효 LG이노텍은 아이폰 단가 하락에 고전 다음 중장기 승부처는 휴머노이드 로봇 양사, 글로벌 파트너십 확보 ‘사활’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삼성전기가 카메라모듈 사업에서 올해도 작년에 이어 제품 판가 상승세를 유지하며 수익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LG이노텍은 올해 들어 카메라모듈 판가가 하락하고 있어 매출 감소로 이어지는 추세다.
삼성전기는 스마트폰용 카메라모듈 거래선을 다각화하는 동시에 응용처에서도 경쟁사 대비 빠른 속도로 범위를 넓혀온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LG이노텍 또한 전장용으로 확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애플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최근 아이폰 단가 하락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삼성전기 3Q 카메라모듈 판가 11.3%↑···LG이노텍 9.7%↓
각 회사의 올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해당 분기 카메라모듈 평균판매가격(ASP)이 전년 대비 11.3% 상승한 반면, LG이노텍은 같은 기간 9.7% 하락했다. 삼성전기는 앞서 작년에도 카메라모듈 ASP가 전년 대비 9.6% 상승했으며 이후 올 1분기 21.2%, 2분기 17.3% 등 각각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LG이노텍은 지난해 카메라모듈 ASP에서 전년 대비 10.7% 상승했지만, 올 상반기엔 전년 동기 대비 13.6% 하락하며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같은 카메라모듈 판가 추이는 각 회사의 전담 사업부문 실적으로도 이어졌다. LG이노텍의 카메라모듈 사업을 담당하는 광학솔루션사업부문 올 3분기 영업이익은 1619억원으로 전년 동기(1140억원) 대비 15% 상승했다.
다만 3분기 매출은 4조 4812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 8369억원) 대비 7% 감소했다.
같은 기간 LG이노텍의 광학솔루션 부문 매출은 전사 매출의 81.7%를 차지했으며, 이 가운데 90%가량 대부분이 애플에 공급되는 스마트폰 등 IT용 제품이다. 애플이 서니옵티컬, 코웰전자 등 중국업체로 공급망을 다변화한 전략이 LG이노텍 매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 3분기 애플 아이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4%가량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LG이노텍의 카메라모듈 매출은 감소했다. 스마트폰 출하가 늘었음에도 공급망 경쟁 심화와 단가 하락이 LG이노텍의 매출에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삼성전기의 3분기 광학솔루션사업부 매출은 전년 동기(8601억원) 대비 6% 증가한 9146억원으로 집계됐다. 스마트폰 주요 거래선인 삼성전자 폴더블폰에 최근 개발한 슬림 1단 손떨림방지(OIS) 액추에이터 기반의 폴더블용 모듈 판매를 확대했으며, 더불어 신규 거래선향 2억화소 폴디드줌 카메라모듈을 양산공급한 점도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가 신규 거래선으로 확보한 곳은 중국 메이저 스마트폰 제조사로 알려졌다. 삼성전기는 그간 삼성전자 외에도 샤오미, 오보, 비포 등 중화권 제조사에 주요 카메라모듈 부품을 공급해왔다.
이처럼 삼성전기는 스마트폰에서 중화권 제조사로 거래선을 넓히는 한편, 전장용, 산업용 등 응용처 확대에도 빠르게 나서고 있다. 전장용, 산업용 등 카메라모듈은 스마트폰용 대비 ASP가 3~4배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 3분기에도 회사는 전장용에서 국내외 주요 거래선향 매출이 증가했다며, 특히 전통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향 카메라모듈 라인업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기는 현재 국내 현대자동차, 미국 테슬라 등과 카메라모듈 공급을 협업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는 앞서 올해 연간 기준 전장용 카메라 모듈의 매출 비중을 2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연말쯤 되면 해당 비중이 20%를 훌쩍 넘어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지난 2023년 기준 10%대 초반이었던 해당 비중을 2년새 두배가량 높이는 셈이 된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최근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전장용 카메라는 3분기 국내 주요 고객향으로 하이브리드 렌즈 양산 공급을 시작했다. 하이브리드 렌즈 기술과 히터 카메라 등 기존 보유 중인 자율주행 솔루션으로 모듈 외 전장 렌즈까지 제품군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며, “전장용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고도화로 무인 자율주행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장용 센싱 카메라 채택이 확대 중이다. 이미 공급 중인 전천후 히터 카메라 등 특화 제품 적용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음 승부처는 휴머노이드 로봇···테슬라·피규어AI 등 글로벌 협업 가속
두 회사는 향후 카메라모듈 사업 중장기 성장동력의 기회로 나란히 휴머노이드 로봇을 지목하고, 관련 기술 개발과 글로벌 파트너십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테슬라가 준비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에 카메라모듈 공급을 앞둔 것으로 전해진다. 테슬라는 내년 휴머노이드 로봇의 본격적인 양산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이와 함께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레인보우로보틱스와의 협업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내년은 AI·서버·전장 시장 중심 매출 확대로 견조한 성장을 달성하고, 휴머노이드 등 신규 응용 분야도 시장을 선점해 가시적 성과를 달성, 중장기 성장 기반을 구축하겠다”며, “휴머노이드용은 주요 고객사들과 협업해 IT 기술을 융합한 고신뢰성 액추에이터, 고정밀 조립 기술 등 핵심기술 개발 검증과 상품화 연결을 위한 신규 솔루션 제안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LG이노텍은 현대차가 인수한 로봇 전문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와 휴머노이드 로봇 전용 카메라모듈 등을 공동 개발 중이다. 미국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AI’가 개발한 피규어03에 카메라모듈 공급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피규어AI는 4년 내 피규어03 10만대 생산을 목표로 현재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피규어03은 이전 버전과 비교해 간소화된 구성 요소와 제조 공정을 특징으로 하며, 이를 통해 생산 주기를 단축하고 비용 효율성 또한 향상됐다”며, “현재 상용화 준비가 완료됐음을 시사하고 있으며, 가정 및 상업용 애플리케이션 진출을 확대 중이다. 특히,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 가정용에 더욱 최적화돼서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LG이노텍은 원가절감 전략으로 스마트폰용 카메라모듈은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하고, 휴머노이드 로봇, 전장용 등 고부가 카메라모듈은 국내 구미 공장에서 생산한단 계획이다. 최근 베트남 하이퐁 생산법인 신규 공장인 V3 공장 건설을 완료하고 가동에 돌입했다.
삼성전기 또한 베트남 공장을 스마트폰용 카메라모듈 주력 생산기지로 운영하고 있으며, 중국 톈진 공장에서도 일부 생산 중이다. 전장용 카메라모듈 또한 중국 라인에서 물량을 소화 중이다. 앞서 멕시코에 자동차 카메라모듈 전용 공장을 신설할 계획이었으나, 미국 관세 리스크에 따라 현재는 이를 보류하고 새로운 부지를 물색 중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용 제품도 우선 기존 카메라모듈 라인 기반으로 양산체계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