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셧다운 후폭풍 본격화···고용·물가 지표 줄줄이 지연·누락

9월 고용 20일 발표···10월 지표는 조사 공백 불가피 CPI·무역수지도 일정 불투명···통계 공백 장기화 우려

2025-11-15     길해성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월 7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경제 지표가 담긴 차트를 들어 보이고 있는 모습 / 사진=AFP, 연합뉴스

[시사저널e=시사저널e 기자] 미국 통계 시스템이 셧다운 후유증으로 전례 없는 혼란을 겪고 있다. 지난달 연방정부 업무가 중단되면서 통계 집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데 이어 정상화 이후에도 발표 일정이 줄줄이 미뤄지고 있다. 특히 노동시장·물가 지표처럼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자료는 일부 항목이 아예 생산되지 못하는 상황까지 나타나고 있다.

15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미 노동통계국(BLS)은 ‘9월 고용보고서’를 오는 20일 공개할 예정이다. 원래 발표일은 10월 3일이었지만 셧다운으로 노동부의 통계 관련 부서가 업무를 중단하면서 한 달 넘게 일정이 밀렸다.

고용보고서는 비농업 취업자 수, 실업률, 임금 증가율 등 노동시장 흐름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금리 결정을 내릴 때 이 자료를 가장 먼저 검토한다. 그만큼 발표 지연은 정책 판단의 타이밍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문제는 10월 고용지표다. 노동통계국은 10월 고용보고서 발표일을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셧다운 기간 가계조사가 중단되면서 실업률 산출에 필요한 자료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계조사는 전국 표본 가구를 직접 조사하는 방식이어서 업무가 멈추면 조사가 진행될 수 없다. 반면 기업조사는 전산 등록 방식이어서 취업자 수 중심의 집계는 가능하다.

이 때문에 10월 고용보고서는 실업률이 빠지고 취업자 수만 담기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실업률 없이 발표되는 고용지표는 노동시장 흐름을 온전히 평가하기 어렵고 연준의 정책 판단에도 부담을 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가 지표도 상황은 비슷하다. 소비자물가(CPI)는 조사원이 전국을 돌며 실제 가격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셧다운 기간 수집된 데이터가 거의 없어 10월 CPI 발표 역시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다만 9월 CPI는 내년도 연금 지급액 산출에 필요한 자료여서 예외적으로 지난달 24일 공개됐다. 일시적 셧다운이 구조적인 데이터 손실로 이어진 사례다.

셧다운 여파는 노동시장·물가뿐 아니라 무역지표 등 다른 분야도 비켜가지 않았다. 미 상무부는 8월 무역수지 통계를 이달 19일 발표한다고 했지만 이후 일정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일부 통계는 집계 자체가 일정 기간 중단돼 시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같은 통계 공백은 금융시장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연준이 12월 FOMC를 앞두고 금리 인하 기대를 통제하려는 상황에서 고용과 물가 흐름을 확인할 수 없는 점은 정책 판단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연준 안팎에서는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 성급한 판단을 내리는 것은 위험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과거에도 기술 문제나 예산 갈등으로 일부 통계 발표가 늦어진 사례는 있었지만, 이번처럼 노동·물가·무역 등 핵심 지표가 동시에 흔들리는 경우는 드물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순한 일정 지연을 넘어 조사 자체가 이뤄지지 않아 일부 항목은 복구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통계 공백이 연준의 금리 결정 과정에도 적지 않은 부담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최신 정보가 부족할수록 정책 판단이 보수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셧다운은 종료됐지만 통계 체계에 남은 흔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며 “미국 경제를 진단하는 기반 자료가 제한된 상황이 지속되면 정책 신뢰도와 시장 예측 가능성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