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잠김’에 신축 효과도 없다···서울 아파트 전셋값 ‘고공행진’
11월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 7242세대···올 들어 최대 규모 입주물량 증가에도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 지속 “규제 탓에 전세 유효 공급 막혀”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이달 서울 신축 아파트 입주 물량이 올해 들어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 전세 가격은 좀처럼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4일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11월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7242세대로 올해 월별 기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전월 입주물량이 46세대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급증한 수준이다. 동대문 ‘이문아이파크자이’(4321세대), 강남 ‘청담르엘’(1261세대), 서초 ‘래미안원페를라’(1097세대) 등 대단지 입주가 서울 물량 증가를 견인했다.
11월 들어 입주물량이 크게 늘었음에도 전세가격 오름세는 계속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11월 둘째주(10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15% 상승했다. 이는 직전 주(0.15%)와 같은 상승률이며 10월 중순부터 상승률이 확대되는 흐름이다.
신축 아파트 입주가 늘어나면 전세 물량이 한꺼번에 풀리면서 전셋값이 안정되거나 내려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새 단지는 초기 세입자를 빨리 확보해야 해 전셋값을 낮게 제시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10·15 대책 시행으로 서울 전역이 토지허가거래구역으로 지정되면서 2년 실거주 의무가 부과돼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매하는 ‘갭투자’가 사실상 막혔다. 거래 장벽이 높아진 가운데 기존 세입자들이 이사를 미루고 계약을 연장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신축 공급 확대에도 시장에 나오는 전세 매물은 오히려 빠르게 줄어드는 상황이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6335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3만1466건)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 16.3%(5131건) 줄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올해 들어 전세 매물이 감소한 곳은 22곳에 달하며 특히 강동구(-70.6%), 성북구(-63.6%), 관악구(-61.8%), 광진구(-57.8%) 등에서는 전세 물량이 절반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매물 감소는 신축 입주 물량 증가로 기대됐던 전세가격 안정 효과를 상당 부분 상쇄시키고 있다. 신규 단지 공급이 늘었지만 실제 시장에 나오는 전세 물건은 오히려 줄어들면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심화되는 흐름이다.
전문가들은 신축 공급 확대만으로는 전세 시장의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각종 규제로 기존 세입자의 이동 및 매매 수요가 막힌 탓에 시장에 유입되는 유효 공급이 제한되면서 실제 전세 수급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입주 물량이 늘어도 실제 전세 시장에서는 체감 공급이 거의 늘어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존 세입자들이 규제로 인해 움직이지 못하고 매매시장 진입을 미룬 수요가 전세로 몰리면서 오히려 전세 시장은 더 빡빡해진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공급이 있어도 돌지 않는 구조라 전셋값이 쉽게 안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