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모시고, 연금 상담”···증권사 ‘지점’ 줄여도 필요한 이유
비대면 금융 서비스 보편화···대면 수요 감소 종합자산관리 등 서비스 차별화 접점 역할은 유지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증권사들이 최근 비대면 증권 거래가 확산하는 가운데 고객 대면 접점인 ‘지점’을 꾸준히 줄여온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증권사들은 남은 지점을 특정 고객에게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접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말 기준 증권사 지점 수는 작년 같은 기간(728개) 대비 8.5% 감소한 666개로 집계됐다.
매년 6월말 기준으로 앞서 2021년 838개, 2022년 836개, 2023년 788개를 기록하는 등 지속 감소했다. 증권사는 지점을 통해 고객에게 증권계좌 개설, 금융상품 판매, 증권 매매 대행 등 서비스를 대면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고객들이 스마트폰이나 PC 등을 활용해 스스로 이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어 지점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다. 증권사들이 통상비대면 거래 서비스에 비해 지점에서 주식 매매 수수료를 더욱 높게 책정하고 있어 지점 이용 수요가 더욱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사는 비대면 서비스보다 비용 부담이 더욱 큰 지점 운영을 최소화해 사업 효율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통상 지점 한 곳당 직원 10~11명이 근무하는데, 지점 통폐합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이나 재배치가 이뤄지면 비용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기 유리하다. 증권사별 올해 반기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미래에셋증권과 하나증권의 지점(영업, retail) 근무 직원 수는 각각 1183명, 608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117명(9.0%), 157명(20.5%)씩 감소했다.
다만 일부 증권사들은 종합자산관리 서비스와 같이, 비대면 금융 서비스론 이용할 수 없는 차별화 서비스를 대면 방식으로 지속 제공하고 있다. 고객이 직접 각자 최적화한 금융 상품이나 자산 운용 방식을 찾는 수고를 들이지 않고 증권사로부터 일종의 큐레이팅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증권사들은 주로 고액 자산가와 같은 VIP 고객을 대상으로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점을 활용하고 있다. KB증권은 기존 서초지점을 KB국민은행 서초동 사옥으로 이전하고 ‘서초PB센터’로 새롭게 열었다. KB국민은행 지점과 복합점포로 운영되는 서초PB센터에선 서초 지역 내 고액자산가(HNW) 고객층의 다양한 금융 니즈에 부응하는 프리미엄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센터엔 고객을 관리할 전문 프라이빗 뱅커(PB)가 배치됐다.
이종권 KB증권 서초PB센터장은 “서초동은 고액자산가들이 집중된 핵심 지역”이라며 “서초PB센터는 고객의 복합적이고 다각적인 자산관리 니즈를 충족시키는 KB증권 자산관리의 핵심 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증권도 17여년간 운영해온 부산지점을 최근 고액자산가 밀집 지역 중 한 곳인 부산 해운대구에 이전 오픈하고 PB 특화 서비스를 제공한단 전략이다. 삼성증권은 업계에서 이례적으로 연금 상품에 특화한 지점 ‘연금센터’를 전국에 3곳 운영 중이다. PB경력이 10년 이상인 전문인력이 연금센터에서 방문객을 대상으로 연금 개설, 자산 운용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연금 상품에 대한 금융 소비자 관심이 늘고 있지만 관련 정보를 습득하거나 자산 운용하기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한 결단으로 해석된다. 삼성증권은 전국 거점에서 관련 기능을 제공하며 지역별 기업 관계자나 금융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진행하는 등 접점을 구축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증권사들의 지점 축소 움직임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영 효율 개선을 좇다가 금융 소비자의 상품, 서비스 접근성이 저해될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고령화 시대 속 비대면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은 금융 소비자 비중이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서비스 체계를 관리해야 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 기간인 지난달 21일 “보험사, 증권사 등 모든 금융권이 지역과 계층을 아우르는 포용적 금융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