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바구니에 120조원···증권사 ‘노후 준비’ 수요 적극 공략

2023년 80조5570억원에서 2년새 50%↑ IRP 절세 효과 인지한 투자자 선호도 상승 고객 맞춤상품 봇물···AI 접목하고 현금흐름 확대

2025-11-13     최동훈 기자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퇴직연금 상품에 불입한 금액(적립금)이 최근 투자 열풍을 따라 예년 대비 크게 불어 12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증권사들은 노후 대비, 자산 축적 등 목적으로 퇴직연금 상품에 몰리는 수요를 공략하기 위해 금융 소비자 니즈에 맞춘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13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말 기준 증권사별 퇴직연금 적립금은 전년동기(96조5328억원) 대비 24.0%나 증가한 119조7275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권사 퇴직연금 상품별 적립금 추이. 계열사, 기타사업자 실적은 제외. / 자료=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2023년 3분기 80조5570억원에서 작년 19.8% 증가한 데 이어 올해 더욱 빠른 속도로 불어났다. 퇴직연금은 근로자의 노후 소득 보장, 생활안정을 위해 기업이 근로자 개인별 퇴직금을 외부 금융기관에 적립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근로자 퇴직 후 연금이나 일시금 형태로 지급된다.

근로자인 금융 소비자들은 통상 직장에서 기존 노사 합의로 정해진 제도를 따라 퇴직연금을 이용한다. 최근엔 확정기여형(DB), 확정급여형(DC) 등 직장에서 운용하는 퇴직연금 제도 외 개별적으로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개인형 퇴직연금(IRP) 제도의 적립금이 늘고 있다. IRP 적립금은 지난 3분기말 기준 41조8099억원으로 2년전 같은 기간(20조2208억원)에 비해 80%나 증가했다.

IRP는 소비자 각자 자금 불입, 금융 상품 가입 등을 통해 자금을 운용하는 제도다. IRP는 근로자인 금융 소비자들 사이에서 흔히 쓰인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라, 현행법상 55세 미만이거나 퇴직금이 300만원을 초과하면 IRP 계좌를 통해서만 퇴직금을 수령할 수 있어서다.

금융 소비자들은 퇴직금 수령 시점에 도달하지 않아도 IRP의 절세 이점을 활용하기 위해 수시로 계좌를 개설해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IRP는 기존 직장과 합의해 DB나 DC를 이용 중인 소비자들도 연간 최대 1800만원까지 불입 가능하다.

IRP 불입금 900만원까지 근로자 기준 총급여액에 따라 16.5%(5500만원 이하), 13.2%(5500만원 초과)씩 세액공제가 차등 적용돼 장기적으로 큰 절세 효과를 제공한다. IRP는 절세 효과를 활용한 자산 축적뿐 아니라, 60세 정년 도달 후 국민연금을 수령하기 시작하는 65세까지 발생하는 소득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대안으로 각광 받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지난 10일 출시한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일임운용 서비스 ‘쿼터백 AI 로보일임’의 홍보 이미지. / 사진=한국투자증권

◇ 최신 상품들, 기초자산 리밸런싱 자동화해 수익성·현금흐름 최적화

증권사, 자산운용사들은 퇴직연금 수요를 고려해 관련 상품을 출시하고 모객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퇴직연금 상품 수는 전날 기준 1470개로 집계됐다. 자산운용사들의 펀드별 모집액 뜻하는 설정액은 같은 날 36조6368억원으로 작년 같은 날 29조5071억원에 비해 크게 늘었다.

최신 퇴직연금 관련 상품의 주요 특징으로 노후를 준비하는 고객의 특성에 맞춘 혜택을 담은 점이 꼽힌다. 한국투자증권은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일임운용 서비스 ‘쿼터백 AI 로보일임’을 최근 출시했다. 이는 고객의 투자 성향과 선호 스타일을 비롯해 경기 진단 모델, 자산별 투자 신호 등을 분석해 기초 자산 포트폴리오를 월 1회 이상 재구성한다.

이 같은 고객 맞춤형 상품은 초보 투자자인 고객의 투자 결정을 도울 뿐 아니라, 증권사가 고객별 데이터를 활용해 더욱 최적화한 중장기 상품을 기획, 판매하는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순실 한국투자증권 퇴직연금운영본부장은 “로보어드바이저는 검증된 알고리즘으로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며 “직접 투자에 어려움을 겪는 고객에게 최적의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이 지난 11일 상장시킨 ETF ‘KIWOOM 미국S&P500&배당다우존스비중전환 ETF’와 ‘KIWOOM 미국S&P500 TOP10&배당다우비중전환 ETF(0127V0)’ 2종을 홍보하는 이미지. / 사진=키움투자자산운용

금융 소비자들이 정년 도래 시점에 맞닥뜨리는 소득 공백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배당, 분배하는 상품도 마련됐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지난 11일 연금 인출 시기에 기초자산을 성장주에서 배당주로 자동 변경해 매월 말 분배금을 지급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을 내놓았다.

해당 상품은 2040년을 기점으로 2년 전 시점부터 배당형 자산 비중을 25%에서 75%까지 높여 현금 흐름을 만들어낸다. ETF 내부에서 기초자산 주식이 자동 전환되기 때문에 매매차익에 대한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장점도 갖췄다.

이경준 키움투자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생애주기 배당전환형ETF는 은퇴 전환기의 세금 등 전환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적립기에 수익을 극대화하고 인출기에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노후준비 수단이 될 것”이라고 안내했다.

증권사들이 퇴직연금을 비롯한 노후설계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는 가운데, 적립금 순위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3분기말 증권사 중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이 가장 많은 곳은 미래에셋증권으로, 34조9244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증권 18조8656억원, 한국투자증권 18조6384억원, 현대차증권 18조1389억원, NH투자증권 9조564억원 등으로 그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