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값 급락에도 1조 배팅···포스코홀딩스, 이차전지소재 국가대표 꿈꾼다

정체성 철강 중심에서 리튬 밸류체인 기업으로의 전환 가속화 자원개발→제련→소재화까지 통합 구조 구축 올 상반기도 리튬사업부문 적자···리튬가격 하락으로 단기 성과는 어려울 듯

2025-11-13     노경은 기자
포스코홀딩스 리튬 관련 투자 내역 / 표=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포스코홀딩스가 글로벌 리튬 확보전에 다시 가속페달을 밟았다. 호주와 아르헨티나 리튬 자산에 총 1조10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단행했다. 2018년부터 7년간 리튬 확보에 투자한 총 금액 2조원 가운데 절반 이상의 투자가 이번에 이루어진 셈이다. 포스코홀딩스가 이번 투자를 통해 리튬의 주권을 강화하고 미래차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할지 주목된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번 투자 대상은 두 곳이다. 포스코홀딩스는 호주 광산기업 미네랄리소스(Mineral Resources)가 설립하는 중간 지주사의 지분 30%를 약 7억6500만 달러(한화 약 1조원)에 인수한다. 이를 통해 서호주 워지나·마운트마리온 광산에서 연간 27만톤의 리튬 정광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된다. 이는 수산화리튬 3만7000톤, 전기차 약 86만대에 들어가는 양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우량 염수 리튬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5일 6500만 달러(한화 약 950억원)를 투자해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 내 광권을 보유한 캐나다 자원 개발회사 LIS(Lithium South)의 아르헨티나 현지 법인 지분 100%를 인수했다. 이곳은 포스코홀딩스가 2018년 인수한 기존 광권과 인접해 있기도 하다.

업계가 이번 결정에 주목하는 이유는 타이밍 때문이다. 리튬의 가격은 하방압력을 받으며 곤두박질치고 있어서다. 한국광해광업공단(KOMIR) 가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3년 전인 지난 2022년 11월 14일 기준 리튬 가격은 581.5(위안/kg 당)이었는데, 현재는 83위안으로 85.7%나 급락했다.

리튬 가격 하락이 지속되는 건 공급과잉과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정체 영향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리튬 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포스코홀딩스가 단기간 내 투자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해석한다. 실제 올 상반기 회사의 리튬사업부문은 리튬가격 하락과 초기 공정비율 등의 이유로 1000억원대 적자를 냈다.

이밖에 포스코홀딩스가 확보한 광산 역시 생산비 절감, 정제 효율 확보, 현지 인프라 안정화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추가 확보된 정광을 활용할 수 있는 추가적인 제련 설치 확충 여부, 추가 확보된 아르헨티나 염호의 본격 생산 염호 등을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포스코홀딩스가 대규모 투자를 강행한 것은 단기 가격보다 장기 공급망을 택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포스코그룹은 지주사 체제로 전환된 지난 2022년 미래 소재 중심 그룹으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철강 중심의 사업 구조를 벗어나 이차전지 소재 기업으로의 정체성을 재정비하고 있다. 지난해 장인화 회장은 취임 직후 핵심 사업으로 이차전지소재를 명확히 제시했고 소재 자립을 통해 국가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비전을 내놓았다. 이번 투자는 장 회장의 전략 방향성과 맞물린다. 철강, 화학, 에너지로 이어진 기존 포트폴리오에 리튬 등 핵심광물과 양극재 ·음극재 소재 사업을 결합해 글로벌 배터리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밸류체인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글로벌 선도사들도 과거 시장구조 변화기에 공격적 우량자원 인수를 단행해 자원-제련 통합된 경쟁력 기반으로 낮은 생산 비용을 달성했다”며 “최근에는 ‘캐즘’이라는 말을 잘 안쓰는 추세일 정도로 리튬이 서서히 살아나는 분위기이기도 하다. 우량자산 확보 차원의 전략적 투자로 이해해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