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예금금리 하향 추세···1억 예금보호한도 효과 '무색'

저축은행 금리가 시중금리 금리보다 하향 추세 지난 9월 1억원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따라 머니무브 기대감 자금이동 미미 및 효과 무색···당분간 은행권으로 자금 유입 가능성 커

2025-11-12     김태영 기자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최근 주요 저축은행 금리가 시중은행 금리보다 하향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통상 저축은행은 일반 은행보다 예금 안정성이 낮은 대신 금리를 높게 쳐 주는데 은행 예금 금리가 오히려 높아진 것이다.

지난 9월 1억원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에 따라 시장에서는 저축은행으로의 머니무브(자금 이동)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지만 효과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2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 최고 금리는 연 2.65~2.75%에 형성돼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8일부터 정기예금 상품 최고 금리를 연 2.65%에서 2.75%로 0.1%포인트 높였고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도 이날부터 연 2.65%에서 2.7%로 최고금리를 상향했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의 최고 금리가 연 2.65%로 가장 낮다.

반면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저축은행 79곳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 평균 금리는 연 2.67%에 그쳤다. 5대 시중은행 중 우리·KB국민·하나은행의 예금 금리가 저축은행 평균 금리보다 높은 것이다. 저축은행 예금 금리는 지난달 30일에 연 2.7%대 밑으로 떨어졌고 이후로도 조금씩 하락하는 모습이다. 저축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304개 가운데 금리가 연 2.7%를 초과하는 상품은 83개뿐이다.

통상 저축은행은 수신 유치를 위해 정기예금 금리를 시중은행보다 약 1%포인트 높게 설정한다. 은행은 채권 발행 등 다양한 조달 수단이 있지만 저축은행은 사실상 예금에만 의존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대출 운용이 위축된 가운데 수신 경쟁을 완화해 비용 부담을 줄이려는 흐름이 맞물린 결과로 보고 있다. 예금은 단순히 돈을 모으는 목적이 아니라 대출 실행을 전제로 한 자금 조달 행위인데 PF 부실 이후 신규대출이 거의 중단되다시피 하면서 자금 운용이 막혔다는 설명이다.

과거에는 PF 사업장 중심의 대출 수요가 꾸준히 있어 고금리 예금을 모집하려는 경쟁이 치열했지만 지금은 대출 자체가 위축돼 저축은행들은 고금리 특판을 종료하거나 신규가입 한도를 낮추는 방식으로 예금 잔액을 관리하는 단계에 있는 전략이다.

관건은 머니무브(자금 이동)다. 앞서 지난 9월 예보자보호한도가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확대됐다. 예금자보호한도는 금융사가 파산 등으로 예금을 돌려주지 못하더라도 기금을 통해 법으로 정한 한도만큼은 보호하는 제도다. 예금보호한도가 오르는 것은 2001년 이후 24년 만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이 금융업권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저축은행 내에서의 머니 무브 가능성을 제기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이 예금자의 심리에 변화를 줄 수 있지만 결국 예금자 행동을 이끄는 직접적 유인은 업권 간 금리 격차"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장기적으로는 머니무브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연구용역 자료에 따르면 예금보호한도가 1억원으로 상향되면 저축은행 예금은 최대 40%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저축은행의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와 맞물려 시중은행에서 저축은행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머니무브 현상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망과 달리 금리 역전 현상으로 자금 이동은 미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으로 수신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기존 전망과는 정 반대 흐름이다. 예금자보호한도 확대에도 불구하고 2금융권으로의 자금 이동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금융권 관계자는 "PF 부실 여파로 대출 운용이 제한된 상황에서 저축은행은 금리 경쟁보다 건전성 유지와 유동성 관리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며 "저축은행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긴 쉽지 않고 당분간 은행권으로의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