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매매거래정지, 3년 연속 20건 육박···불장의 그늘
경영 비리·회계공시 미흡·손실 악화 등 주로 사내 역량 관련 사유로 거래 차질 전문가 “지배구조·소통 개선이 5000피 관건”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한국거래소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경영 비리, 실적 악화 등 부정적 사유로 주식 거래를 중단시킨 사례가 3년 연속 20건 안팎의 규모를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증시를 안정적으로 부양하기 위해선 기업 역량을 강화해 투자자 신뢰를 확보, 강화해야할 것이란 업계 진단이 나온다.
12일 현재 한국거래소가 공익·투자자 보호, 감사의견 거절, 풍문 등 관련 주가·거래량 급변 등 사유로 주식 매매거래가 정지된 코스피 종목은 13개로 집계됐다.
같은 사유로 주식 거래매매 정지된 상태를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종목은 연도별로 작년 8건, 2023년 4건, 2022년 1건이다. 전력기기 전문기업인 선도전기는 2022년 3월 21일 회계 감사 증거 불충분, 회계처리 내부 통제 미흡 등 사유로 거래 정지된 후 경영진 횡령·배임 혐의가 매매거래 정지 사유로 추가돼 3년 8개월째 거래가 끊긴 상태다.
해당 기간 같은 매매거래 정지 사유가 발생했다 해소돼 목록에서 배제된 사례를 포함하면 올해 발생한 매매거래 정지 사례는 18건에 달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5월 중대 산업재해를 일으켜 당국으로부터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사실을 공시한 후 ‘유가증권시장 업무규정’에 의거해 같은달 15일 30분간 주식 매매거래가 정지된 후 재개됐다. 연도별 매매거래 정지 사례는 작년 25건, 2023년 21건, 2022년 12건을 기록했다. 매년 금융 소비자들의 투자가 일시적으로 막힌 사례가 끊이지 않았다.
한국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 업무규정 제107조(투자위험종목 등의 매매거래정지)에 의거해 투자자 보호, 시장 관리를 위해 관련 사유가 발생한 종목의 매매 거래를 정지시킬 수 있다. 불성실 공시, 조회공시 요구 불응, 중요 내용 공시, 풍문·보도 관련 주가·거래량 급변 또는 급변 예상 시 통상 매매거래 정지가 이뤄진다.
올해 주식 거래매매가 정지된 후 상태를 유지 중인 종목 13개는 대부분 마지막 거래일 기준 시가총액 1000억원 안팎의 초소형주다. 또한 금양(6333억원), 일양약품(2491억원) 등 비교적 큰 규모의 종목도 존재한다.
코스피가 증시 부양 정책과 기업 성장세 등에 힘입어 지난달 사상 처음 지수 4000을 돌파했지만, 이에 편승하지 못한 종목이 꾸준히 발생하는 실정이다. 비교적 대중 인지도가 높거나 시총 규모 있는 종목들까지 주식 매매거래 차질을 빚는 점은 국내 증시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트릴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중형주나 소형주 사이에서 거래 정지 사례가 더 많이 발생할수록, 최근 대형주로 투자자금이 쏠리는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는 상황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대형주 지수는 이날 4297.85로 작년 같은 날(2524.68)에 비해 1773.17(70.23%)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중형주 1037.70(37.06%), 소형주 349.26(16.21%)씩 상승해 대형주에 비해 완만한 흐름을 보였다. 최근 1개월을 기준으로 코스피 대형주(18.68%)의 상승폭이 두자리수를 유지한 반면 중형주(8.16%), 소형주(1.99%)는 한자리수로 쪼그라 들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른바 5000피, 6000피를 달성하는 등 코스피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 주식 매매거래 정지와 같은 부정적 사유를 해소하고 종목별 신뢰도를 높여야 할 것으로 봤다. 주식 매매거래 정지 사유가 주로 경영 비리, 회계 처리 미흡, 경영손실 악화 등으로 내부 역량과 직결되는 가운데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전날 한국거래소에서 개최된 ‘코스피 5000 시대 도약을 위한 세미나’에 발제자로 참석해 “지배구조와 관련해 형식적 항목 준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 스스로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내실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기업들이 IR 등, 주주와 대화하는 자리를 꾸준히 마련하고 장기적 기업가치 제고에 대해 소통하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