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확보’ 큐리오시스, 실험실 자동화 경쟁 과제는

바이오 신약개발 자동화 소부장 기업 공모주 청약 흥행, 13일 코스닥 상장 핵심 부품·제어 기술 자체 개발 강점 매출 쏠림·포트폴리오 다변화는 숙제

2025-11-12     최성근 기자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실험실 자동화(랩오토메이션) 전문기업 큐리오시스가 코스닥 입성을 앞두고 있다. 상장 자금을 토대로 글로벌시장 확대 추진이 예상되지만, 과점 시장 극복이 쉽지 않단 관측도 제기된다. 향후 글로벌 빅파마와의 제조자제조생산(ODM) 실적이 성장성을 가늠할 변수가 될 전망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큐리오시스가 최근 기업공개 절차를 진행하며 주목받고 있다. 지난 4~5일 진행한 기관 및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서 경쟁률 2204대 1을 기록했다. 청약 증거금도 7조2700억원이 몰리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오는 13일에는 코스닥에 상장할 예정이다.

큐리오시스는 신약 개발과 세포치료제 생산에 필요한 자동화 장비와 부품을 공급하는 바이오 소재·부품·장비 기업이다. 세포 전처리부터 배양 및 이미징, 분석, 제품화까지 전구간 자동화를 실현했다. 

주력 제품은 인큐베이터 안에서 세포 배양 과정을 실시간 촬영, 분석할 수 있는 셀로거이다. 합성생물학용 자동화장비인 CPX 시스템과 디지털 병리(MSP-120), 세포처리(셀퓨리) 시스템을 추가해 효율성을 높였다. 

큐리오시스 자료. / 표=김은실 디자이너

큐리오시스는 기존 장비 제조업체와 달리 핵심 부품과 제어기술을 자체 개발해 위탁생산과 독자브랜드를 함께 운영할 수 있다. 6개월 단위 개발 주기로 신제품을 내놓고 있고 내년엔 글로벌 바이오 기업과의 ODM 계약 제품 출시도 예정돼 있다. 

실험실 자동화 시장은 AI 기반 바이오 연구와 합성생물학의 확산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합성생물학 육성법 제정과 정부의 바이오파운드리 구축 사업이 본격화하면 큐리오시스의 CPX 시스템이 직접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 잠재력 속 불확실성도 존재한다. 매출의 60% 이상이 자동화 라이브셀 이미징 제품에 집중돼 있다.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매출은 지난해까지 적자가 이어졌다. 

회사는 올해 매출 100억원 달성을 시작으로 외형 성장 단계에 본격 진입해 내년에 흑자 전환하겠다는 목표다. 2028년까지 매출 470억원, 영업이익률 38%를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상장 자금은 용인공장 생산설비 증축에 우선 사용하고 인재 확보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큐리오시스 관계자는 “내년 흑자 전환은 ODM의 최소계약수량에 근거한 전망”이라며 “핵심 부품을 100% 내재화했다는 점도 회사가 실적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라고 밝혔다. 

글로벌 경쟁도 만만치 않다. 바이오 실험실 자동화 분야는 서모피셔, 레비티 같은 미국기업과 독일 사토리우스 등이 시장 전반을 장악하고 있다. 진입장벽이 높고 기술 변화가 빨라 지속적 연구개발과 제품 혁신 없이는 시장 점유율 확대가 어렵다. 비교적 후발 주자인 큐리오시스가 소수 대형 바이오테크 기업의 과점 구조를 뚫기 쉽지 않단 관측이 제기된다.

시장 성장성이 좋은 상황에서 글로벌 바이오텍 업체와의 ODM 계약 실적이 향후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올해 중국으로 물량이 나가기 시작하고, 내년엔 글로벌로 확대되는 상황을 주시해야 한단 지적이다.     

상장 이후 회사의 주가 흐름에도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큐리오시스가 핵심 부품 기술 내재화와 빠른 제품화 사이클에 높은 점수를 주는 분위기다. 랩오토메이션 시장 성장의 직접 수혜를 받을 수 있단 분석이다. 다만, 실적 가시성이 완전히 확보되지 않아 단기 투자 접근엔 유의가 필요하단 시각도 있다. 

상장 후 주식 유통 부담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일부 보고서에서는 상장일 바로 유통가능한 주식 수 비율이 33%에 달해 소폭 부담스러운 수준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다만, 7월부터 공모 규정이 변경돼 기관별 의무 확약 비율이 크게 늘어난 점을 감안할 때 기관 물량이 첫날에 쏟아질 가능성이 낮단 반론도 있다.  

강경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기타 기존 주주 물량을 감안하면 수급적으로 크게 부담이 없는 수준”이라며 “청약 경쟁률도 높고 락업 비율도 높아져 상장 첫날 흐름은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