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피' 이끈 삼성·SK, 증시 시총 40% 육박
5대 그룹 시총 비중 첫 52% 돌파 반도체 ‘슈퍼사이클’ 타고 삼성·SK 쏠림 가속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코스피가 ‘사천피(4000포인트)’를 돌파한 뒤에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자금이 대형주에 집중되는 현상은 한층 뚜렷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과 SK 두 그룹이 전체 증시 시가총액의 40% 가까이를 차지하면서 ‘대기업 중심 장세’가 가속화하고 있다.
11일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공시대상 대기업집단 소속 상장사 368곳의 시가총액은 올해 1월 2일 1661조7387억원에서 11월 3일 3030조5177억원으로 82.4%(1369조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코스닥·코넥스를 포함한 전체 시장 시총은 2310조9938억원에서 3963조1134억원으로 71.5% 늘었다.
이 가운데 삼성·SK·현대차·LG·HD현대 등 5대 그룹의 비중은 45.9%에서 52.2%로 6.3%포인트 상승했다. 시가총액 절반 이상이 소수 대기업에 쏠린 셈이다.
특히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감에 힘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급등이 시총 구조를 바꿨다. 삼성과 SK 두 그룹의 합산 비중은 전체 시장의 약 40%를 차지하며 ‘양강 체제’를 굳혔다.
삼성은 17개 상장사의 합산 시총이 503조7408억원에서 943조4862억원으로 87.3% 늘면서 전체 시장 내 비중이 21.8%에서 23.8%로 상승했다. SK는 21개 상장사 시총이 200조3384억원에서 572조3577억원으로 185.7% 폭증하며 비중이 8.7%에서 14.4%로 뛰었다.
상위 5대 그룹 내 순위에도 변화가 있었다. 현대차그룹이 4위에서 3위로 올라서며 LG그룹(3→4위)을 제쳤고 HD현대가 5위를 유지했다. 두산그룹은 12위에서 7위로 단숨에 뛰어올라 10위권에 재진입했다. 두산에너빌리티와 지주사 두산 주가가 각각 크게 상승한 영향이다.
10대 그룹 밖에서는 효성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효성그룹 11개 상장사의 합산 시총은 7조2596억원에서 27조2498억원으로 275.4% 증가하면서 순위가 29위에서 15위로 14계단 올랐다. 반면 HL그룹은 2조3989억원에서 2조2420억원으로 6.5% 감소하며 46위에서 56위로 내려앉았다.
쿠팡은 한화와 두산의 급상승세에 밀려 연초 6위에서 8위로 두 계단 하락했다. 크래프톤과 태영그룹 역시 시총이 각각 13조2466억원, 9494억원으로 줄며 순위가 떨어졌다.
리더스인덱스 측은 “산업 간 경기 흐름이 엇갈리면서 그룹별 시가총액 순위가 급변하고 있다”며 “반도체·조선·방산·원자력·전력 계열사를 보유한 그룹들이 상위권으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